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NFF (New Face of Fiction)
찰스 유 지음, 조호근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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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이 작가를 주목하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실험성과 참신함을 보여주는 문제작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주목할만한 외국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는 시공사의 NFF시리즈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첫작 <SF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2007년 전미도서재단에서 (주목할만한) 35세 이하 5인으로 선정되었던 작가의 장편 데뷔작이며 작년에 미국에서 화제가 되었라길래 도서 정보를 읽으며 무척 기대하던 중이었는데, 읽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충격적이고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목차(아래 사진 오른쪽 페이지 참조-시간문법학적 도표-)부터 남다른 소설, 장르를 감안하더라도 발상도 독특하고 작법이나 구성 역시 기존의 문학들과는 다른 문법을 취한다. 이 작가를 주목하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실험성과 참신함을 보여줄 것이다.
  

<SF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의 주인공은 타임머신 수리공이고 작가와 이름이 같다. 그리고 주인공의 어머니는 불교 등 동양 사상에 꽤나 심취해 있다. 이런 설정을 작가가 이민 2세 동양인(대만계 미국인)이라는 점과 연결까지 하는 것까지는 과하더라도, 소설의 내용들 곳곳에 꽤 작가가 자신을 투영하고 있는 느낌을 꽤 받는다. 장르적으로는 SF소설이지만 성장소설 같은 면도 있고, 책 한권에 작가가 상상하는 모든 SF세계와 지금까지 자신이 즐겼던 모든 SF물에 대한 헌정을 담은 듯한 모양새이다. 예를 들어 물리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을 오가면서 각주까지 달아가며 설명하고 있는 공들인 가상이론들 하며 인용이나 모티브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미래의 어느 날로 추측되는 때, 31번 우주에서 타임머신 수리공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찰스 유는 10년째 타임머신 수리공을 하고 있다. 구조공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이지만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응용SF학 박사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실종과 어머니의 건강 악화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아버지는 실험 실패 등으로 실의에 빠져 어느 시간 속으로 투신해 자취를 감췄고, 어머니는 결국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1시간을 영원히 반복하는 타임루프를 선택했다. 수많은 시공간을 오가는 그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전화 부스 크기의 TM-31, 자신이 이 일을 시작한지 얼마인지 알려주는 시계(덕분에 10년이 흐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존재하는 자신 자체이다.

그와 교류하는 대상은 매우 섬세한 감정의 TM-31 컴퓨터 유저 인터페이스(성별을 선택할 수 있어 여성 선택) 태미,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감 충만한 귀여운 개 에드, 관리자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지만 자신이 인간이고 아내와 자녀를 두고 있다고 믿어 가끔씩 찰스가 현실을 각성시켜줄 때마다 침울해지는 상관 필 뿐이다. 소설은 한동안 그의 일상과 그가 사는 SF세계에 대한 묘사에 주력하면서 중간 중간 ‘SF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중에서’라는 글이 삽입된다. 작가가 왜 이런 구성과 내용을 취했는지는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며 명확해진다. 찰스는 실수로 미래의 자신을 보게 된다. 이것은 SF세계에서 가장 끔찍하며 피해야할 상황, 당황한 찰스는 미래의 자신을 총으로 쏘고 도망친다.     

 

그리고 자신과 자신이 만나며 어그러진 시공체계를 교정하기 위해 태미와 고분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찰스는 미래의 자신이 쓴 책 "SF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발견한다(즉, 앞선 삽입들은 그 책의 내용 일부를 계속 보여줬던 것). 그 속에서 어떤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찰스는 자신이 앞으로 쓸 책이지만 쓰지 않은 책을 읽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책의 내용은 고쳐진다. 찰스는 사건을 극복할 수 있을까, 깜짝 놀랄 결말이 기다린다. SF물을 많이 읽은 독자에겐 <SF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독자에겐 굉장히 신선한 충격과 참신함으로 다가올 소설이다.진지함과 해학을 오가는 속에, 메타픽션을 기반으로 한 특유의 ‘시간문법적’ 전개에 읽으면서 다소 머릿 속이 어지러워지기도 하지만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든다.

차기작이 무척 기다려진다. 그런데 찰스 유는 전업작가가 아니라 UC버클리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이다(어릴 적부터 글쓰는 것을 좋아해서 결국 글쓰기와 작가에 대한 열망을 저버리지 못하고 뒤늦게 잡지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데뷔하였다.). 어릴 적부터 이 독특한 이력은 그가 그만큼 문이과적 지식을 겸비하고 있기에 풍부한 글을 쓸 수 있구나 싶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동시에, 빠른 시일내에 차기작이 나오기는 힘들겠구나하는 생각을 심어준다. 실제로 두번째 장편소설을 준비하고 있지만, 인터뷰를 통해 전업작가가 될 의사는 없으며 본업인 변호사일에 충실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그렇다면 일단 다음 작품은 천천히 기다리기로 하고, 전작인 단편집 <3등급 슈퍼영웅>도 국내번역되었으면 좋겠다.   




* 단편 <3등급 슈퍼영웅> 리뷰: http://der_insel.blog.me/12013045235 

 

 

 
 원문 http://der_insel.blog.me/12013038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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