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스터즈 - 눈만 뜨면 티격태격, 텔게마이어 자매의 리얼 버라이어티 성장 여행기
레이나 텔게마이어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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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스터즈] 여동생들은 대체 왜 그럴까요? 본격 여동생 분석 그래픽노블

 

 

 

19901022일 오후 415분 그자가 태어났다. 어머니(아내) 몸에서 곧 사람이 생산된다는 사실에 진정이 되지 않던 나와 아버지는 쫄쫄 굶고 있었다.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긴장이 풀린 부자가 조금이라도 요기를 하려고 붕어빵 하나 먹고 왔더니 그자가 나타나 있었다. 할머니께서 으미, 화상들하며 그 중요한 순간에 처먹으러 나갔다 왔다며 두 사람의 등짝을 때렸다. 큰애가 돌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치밀하게 터울 계산하여 낳은 아이였고, 아들이었다. 어머니는 긴 진통에 지쳐 깊은 잠에 빠졌고, 아기는 빨리 씻겨 가족들 앞에 나타났다. 할머니는 춤을 췄고, 아버지는 염화미소를 지으며 어쩔 줄 몰라 하고 계셨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심각하며 미래는 막막할 것이란 걸 본능적으로 느낀 나는 고래고래 울부짖었다. “나는 쟤한테 미미(인형)도 안줄 거고 토토(자동차)도 안줄 거고(이하 온갖 장난감 이름 나열)안줄 거야!” 어이없다며 웃는 어른들을 뒤로 하며 나는 생애 처음 인생의 쓴맛을 느꼈다. 그날 나의 왕국이 무너졌다.

     

 

어디서 많이 본 표지라고 생각했는데 <Smile(2010, 국내 미번역)>의 작가였다. 교정기를 낀 변형 스마일이 작가 본인을 상징한다고(<씨스터즈>에는 여동생 스마일도 표지에 등장).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였고, 상도 받은 작품이라 SNS에서도 많이 회자되어서 표지는 익숙한 작품이었다. 돋을새김에서 <씨스터즈(2014)> 번역본을 냈다는 소식을 알고 같이 읽으려고 찾아보니 <Smile>은 아직 우리나라에 번역본이 없는 상황이었다. 없어서 못 읽지 만화와 그래픽노블을 좋아하기도 하고, 집에 미국 그래픽노블은 소장하고 있는 게 없어서 호기심에 덮어놓고 읽기 시작하였다. 무엇보다 그림체가 추억은 방울방울해서 끌렸다. 미국 냄새라고 해야 하나, 책을 펼치자마자 그립고 익숙한 감정과 조우하였다. 나는 90년대 어린이였다. 매일 TV에서 애니메이션을 방영했고, 명절이나 공휴일에도 어린이들을 위한 특선 애니메이션이 몇 개고 편성되어 있던 시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엔 미국, 유럽 애니메이션도 일본 애니메이션 못지않게 방영되었다. <피너츠> 등 미국만화를 가장 먼저 접했다. 대부분 레이나 텔게마이어의 그림체 같았다.

 

레이나 텔게마이어는 풀컬러 그래픽노블을 그린다. <Baby-sitters Club(2006-2008, 국내 미번역)>은 리메이크였고, 창작 장편은 <Smile>, <Drama(2012, 국내 미번역)>, <씨스터즈> 밖에 없어 아직 작품세계를 속단할 수 없지만 책을 읽으며 우리 드라마 작가 노희경이 생각났다. 노희경이 자신의 모든 작품에서 빼놓지 않는 설정은 세상의 모든 딸들은 그 모양이다(못됐다)’. 남들에겐 한없이 좋은 사람인 여자도 어머니하고는 투덕거리고 상처 입히는 딸로 그린다. 그게 그녀 평생의 문제의식이고 극작을 통해 자기 속죄하고 있다. <Smile><씨스터즈>는 자전적 그래픽노블이다. <Smile>에서 잠깐 등장하는 여동생 아마라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자매 이야기를 주제로 푼 책이 <씨스터즈>이다. <씨스터즈>를 통해 레이나 텔게마이어의 메시지는 더욱 분명해진다. ‘세상의 모든 ()동생들은 문제다. 형들이 고생이 많았다, 이것들아.’ 앞으로 같은 메시지의 그래픽노블을 계속 그릴지 궁금하다. ‘형제는 마르지 않는 소재의 원천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내게 포대기가 지급되었다. 더 이상 아무도 나를 귀엽다고 하지도 안아주지도 않았다. 사라졌던 내 젖병과 딸랑이가 나타났고, 내 등과 장난감은 그자의 침 공격을 당해야 했다. 어머니는 소꿉놀이에서 아기 역할이 나타났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했지만 딱 그 뿐이었다. 똥 싸재끼고, 울고, 무겁고, 귀찮아! 지금은 나이 어린 쌍둥이고, 취향도 비슷하지만 처음엔 같은 원료로 같은 공장에서 생산했는데 모든 게 달랐다. 높은 곳만 발견하면 보자기 매고 가서 뛰어내리고 전대물 놀이에 심취하던 나와 달리, 그자는 집에 처박혀 블록이나 로봇 조립하는 걸 좋아했다. 그렇게 의지하다가도 수틀리면 태세 전환해 맨날 나만 혼났다. ‘쌔가 빠지게숙제를 해놓으면 그자가 고치거나 베껴서 ‘(나이에 맞지 않는)고퀄리티라고 지네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다. 물론 한두 살 차이 나는 형제만큼 격렬하게 싸우진 않지만, 그렇다고 우애가 퐁퐁 솟고 평화롭지는 않았다. 서로의 영향으로 나는 나잇값을 못하고 그자는 겉늙었다. <씨스터즈>를 읽으며 미국 언니 너도 그랬냐며 책등을 토닥거렸다. 객관적으로 독서를 할 수가 없었다. 역시 내가 큰놈이어서 그런 걸까. 동생, 외동들은 어떤지.


 

단 하루만이라도 동생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아마라는 레이나의 업보다. 레이나가 수많은 큰놈들이 저지르는 실수 동생 낳아 달라타령을 부모님께 시전 했으니. 아기 아마라는 속을 알 수 없는 파괴왕이었고, 어린이 아마라는 언니안티왕이다. 그런 아마라에게도 시련이 찾아온다. 레이나-아마라 비슷한 터울(5)로 남동생이 생겨 동생 가진 자의 쓴맛을 알게 된 것. 그래서 레이나의 마음을 조금은 알게 되었지만, 본능적으로 언니를 보면 못 놀려 안달이다. 앞서 <Smile>-<씨스터즈>의 관계처럼 후속작을 언급한 것은 이 책의 구성 때문이다페이지 배경 톤을 달리 해 과거회상과 현재가 계속 교차하게끔 구성해 놓았다. 그래서 레이나가 어떻게 언니가 되었는지, 언니로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얘기들이 담겨 있지만 막상 이 책의 주제인 현재는 한 가지 사건이다. 멀리 사는 사촌을 만나기 위해 엄마와 세 남매가 캠핑카를 타고 일주일 여행하는 이야기(아버지는 직장 때문에 비행기 타고 따로 옴)로 책 한권을 끝냈기 때문에 이런 구성이라면 500권도 넘게 연작 시리즈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주제에 집중하기 위해서였을까, 실제로 더 특별히 애증이어서 일까. 뒤표지에는 슈퍼 왕짜증이라고 표현해두긴 했지만 <씨스터즈>에서 막둥이 윌과의 갈등은 별로 나오지 않는다. 제목대로 자매 전쟁에 주 초점을 맞췄다. 겁이 많고 얌전한 레이나와 달리 까칠하고 힘이 넘치는 아마라. 가족여행에서도 레이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으며 가는데 아마라는 시종 언니 괴롭히기에만 관심이다, 게다가 애완용 뱀까지 태워서 레이나를 떨게 하는데. 그런데 아무리 미워도 형제는 까도 내가 까는’ ‘애증관계다. 오랜만에 사촌을 만나서 반가움도 잠시 생각보다 잘 안 맞고, 결국에는 그래도 레이나-아마라 연합이다. <씨스터즈>는 책 내내 묻는다. ‘도대체 동생들은 왜 그렇냐고.’ 나는 그에 대한 대답을 할 수는 없지만 전 세계 모든 동생들에게 형 눈엔 어렸을 때 당신들 이렇게 보였노라고는 말할 수 있다. 동생들의 대답, 부모의 대답이 궁금하다. 누구에게나 흥미진진한 그래픽노블이었을까.



(서평을 쓴 후에 <Smile>이 작년에 예림당에서 <웃어도 괜찮아>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걸 알았습니다. 해당 책 네이버책DB에 원서 연결이 안 되어 있고 작가 이름 표기도 영문 표기 없이 '레이나 텔거메이어'로 되어 있어서 몰랐습니다. 서평 준비하면서 좀 더 치밀하게 검색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p.s.- 책 끝에 실제 텔게마이어 자매 사진이 나온다. 그림체와 묘하게 닮았다. 이미 읽으면서 이성을 상실하고 서평에 개인사도 많이 털어 놓았을 만큼 <씨스터즈>를 읽고 그자 생각이 많이 났다. 그래도 형제가 있어서 행복한 날이 더 많았다. 이 책을 읽고 있던 순간에도 그자와 꼭 붙어서 기차여행 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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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수치심]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혐오와 수치심 - 인간다움을 파괴하는 감정들
마사 너스바움 지음, 조계원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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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Hiding from Huminity: Disgust, Shame, and the Law

 

 

[혐오와 수치심] 법을 만드는 감정들, 법과 인간성

 

 

원서도, 번역본도 표지를 통해 조금이라도 독자의 흥미를 잡고 책을 좀 더 이해시키려고 한 듯하다. 작가는 각각 다르지만 혐오와 수치심을 일으키는 추한 여자의 나신이 그려져 있다. 끝까지 읽어보지 않으면 무슨 책인지 조금도 파악할 수 없는 책이다. 다 읽었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을 확률이 높은 책이다. 왜 법조인 양성 교육을 학부가 아닌 대학원과정부터 시작하는지, 로스쿨을 못 갈 수도 있었겠다고 수긍하게 하는 책이었다. 저자의 이력이 너무 현란했고, 책의 겉모양만 봐서는 혐오와 수치심을 철학적으로 사유한 인문서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에서 혐오와 수치심보다 더 중요한 키워드는 법이다. 법에 대한 책이고 정치적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인간의 감정을 풀어나가는 책이다. 수많은 인간의 감정 중 혐오와 수치심이 언급된 것은 그것이 법을 만드는 대표적 감정들이기 때문이다.

 

번역본의 부제처럼 혐오와 수치심은 인간다움을 파괴하는 감정일까, 법이 인간다울 필요가 있을까 등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복잡하였다. 게다가 책은 번역이 비문인 것도 아닌데 내용 자체가 어렵다보니 읽히지 않아 속이 울렸다. 오기로 읽고 또 읽었다. 그러나 영 녹녹지 않았고, 자기 혐오와 수치심에 시달리며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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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언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음식의 언어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인문학 음식의 언어
댄 주래프스키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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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The Language of Food(2014;미국)

 

 

[음식의 언어] 군침이 도는 음식 교양의 향연

 

 

 

음식의 언어는 문명화와 광대한 지구화 사이의 상호연관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 상호연관성은 흔히 생각하듯 최근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수백 년 전 또는 수천 년 전에 일어난 일이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즉 뭔가 먹기 좋은 것을 찾겠다는 욕구에 따라 한데 모인 것이다. 책의 이런 측면을 먹기어원학EATymology’이라 일컬어도 좋다. 그러나 음식의 언어는 과거를 향한 언어학적 단서에만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때 쓰는 말은 현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해독할 수 있는 암호이기도 하다. - p.16

 

우리가 음식을 두고 이야기하는 방식에는 이간의 열망도 반영되어 있다. (...) 또 그것은 우리의 인식도 반영한다. (...) 우리 자신의 부족이나 민족의 언어적 습관과 요리 습관은 모든 부족과 민족에게 해당되는 습관이 아니다. 그렇지만 모든 언어와 문화는 깊은 공통성을, 우리를 인간이 되게끔 해주는 사회적인지적 특징을 공유한다. 이런 사실들, 즉 차이에 대한 존중, 공유되는 인간성에 대한 신뢰 등이 자비의 조리법에 들어가는 재료다. 그것이 음식의 언어가 주는 마지막 교훈이다. - p.347

 

 

음식은 우리 삶과 뗄 수 없다. 먹기 위해 사는 사람이든 살기 위해 먹는 사람이든 일단 먹어야 한다. 식사 메뉴를 결정하고 음식 사진을 검색하는 것까지 음식에 대한 사유는 일상적이고 본능적이다. 그래서 음식과 인문학은 매우 잘 어울린다. 이미 꽤 많은 음식인문학책이 있다. 그럼에도 <음식의 언어> 번역본 출간에 호들갑을 떨었던 것은 언어학책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보다 1년 먼저 서강대 이성범 교수도 비슷한 시도를 했다는 것을 안 것은 책을 다 읽고 서평을 준비하면서부터였다. 보통 음식인문학은 문사철적으로 음식에 접근한다. 그래서 언어학적으로는 어떻게 음식을 풀까란 궁금증 반, 7만 명 이상 들었다는 스탠포드 대학의 명강의는 무슨 내용일까란 궁금증 반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패스트푸드는 미국의 상징이라 할 수출품이며, 가장 널리 퍼뜨려진 품목이다.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는 매일같이 패스트푸드 점포가 새로 문을 열고, 누가 봐도 뻔한 미국식 식단을 세계로 퍼뜨린다. 그런데 미국의 햄버거, 프렌치프라이, 케첩이 영국의 피시앤드칩스나 일본의 덴푸라, 에스파냐의 에스카베체처럼원래 미국 음식이 아니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이름만 봐도 그것이 다른 곳에서 빌려온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미국의 식문화 또는 요리 이름에 독일어가 크게 기여했다는 점은 햄버거, 프랑크푸르트 소시지, 델리카트슨, 프레츨 같은 단어만 봐도 뻔히 드러나는데, 그에 견주어 프렌치프라이라는 이름에서는 그것이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유래했음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리고 물론 케첩은 중국산이다. - p.101

      

식사하는 손님의 입장일 때 우리는 이런 리뷰를 이용해 어디로 외식하러 갈지, 아니면 어디서 새 책을 살지, 영화를 볼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언어학자일 때는 이런 리뷰를 뭔가 완전히 다른 것으로 활용한다. 인간본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으려 하는 것이다. 리뷰는 자기주장이 가장 강하고 솔직할 때의 인간을 보여준다. 그런 리뷰에 쓰인 은유, 감정, 감수성은 인간의 심리학에서 중요한 단서들이다. - p.183

 

사람들이 먹는 것은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뿐만 아니라 어떤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지를 반영한다. - p.220

 

 

읽는 내내 침이 고였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 이야기를 많이 해서 식욕이 동한 것이 아니었다. 레시피를 읽고 책이 다루는 음식 이름을 의식적으로 발음해볼 때 그런 감이 강하게 있었긴 하였지만. 내가 먹던 음식이 왜 이런 이름이 붙여졌고 어떤 역사를 거치며 현재에 이르렀는지를 알게 되었다. 언어학이란 것이 이런 학문이구나 하며 얼마나 이 학문에 무지했는지 깨달았다.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고인 침의 대부분은 지적 전율 때문이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음식을 보는 눈을 틔우고 싶다면 꼭 읽어 보길 바란다. 식당 메뉴와 식품 광고, 맛집 리뷰 등의 언어적, 심리적 비밀부터 각종 음식들의 문화사적 기원 및 명칭의 변화 등 그야말로 음식 교양향연이다. 오히려 인문서 마니아보다 경제경영서나 사회과학서 마니아들이 더 혹할 수 있는, 활용도가 많은 책이다.

 

 

목차나 문체가 전혀 딱딱하지 않고 익살스럽고 유쾌하다는 점도 <음식의 언어>의 한 매력이다. 내용의 깊이에 비해 쉽게 읽힌다. 스탠포드대학이기 때문에 가능한 강의이고 책일 수 있었다. 일단 역사적으로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이민정착지로 문화의 용광로였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학교기에 지역 자체에 연구 표본 대상과 영감 거리가 넘치며, 언어학이나 인지과학으로 거의 독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학교기 때문이다. 다만 전공학술서가 아닌 일반교양서 수준으로 만든 책이기에, 후반부에 좀 더 언어학으로서의 힘을 주고 있긴 하지만 언어학적으로 아주 본격적으로 파고들지는 않는다. 이번 책은 대중에게 언어학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음식인문학 영역을 좀 더 확장시키는 것 정도에만 의의를 둔 듯하다. <음식의 언어>로 저자 댄 주래프스키에 대해 엄청난 관심이 생겼다. 완독하자마다 다음 책이 궁금해 안달이 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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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우리 삶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14가지 길
필립 코틀러 지음, 박준형 옮김 / 더난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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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더 나은 자본주의를 위한 현실적인 처방서

 

 

 

자본주의는 공산주의나 파시즘 같은 다른 어떤 시스템보다 더 나은 경제적 성과와 혁신을 만들고, 가치를 창조한다. 그렇다고 자본주의의 단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점을 넘어서서 모든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켜주는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의 14개 단점은 각각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빈곤은 소득 불평등 문제의 일부이고, 이는 다시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높은 실업률 문제가 이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2가지 해결책인 긴축재정과 부양책이 충돌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 정치적 로비가 끼어들면서 정치인들이 금융규제와 환경보호 같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 권력 유지를 위해 표를 행사하게 만드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다른 문제들이 끼어든다. 예를 들어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기업이 문을 닫고 일자리가 줄어들어서 실업이 늘고, 기업들은 해외로부터 수입을 늘려서 자국 내의 일자리는 더 줄어든다. - p.335

 

 

현대 경영학이 낳은 최고의 천재이자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 이후, 필립 코틀러 말고 또 경영학에서 ‘아버지’의 타이틀을 획득한 이가 또 있을까. 1931년생으로 올해 85세인 그는 서른여섯에 <마케팅 관리론>을 쓰며 마케팅이라는 개념을 널리 확산시키고, 학문적 기틀을 잡았다(마케팅이라는 자체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발생). <마케팅 관리론>은 올 초 15판이 나왔으며 여전히 직접 쓰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여전히 활발하게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경영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마케터로 일하거나 마케팅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만큼 유명한 구루이다.

 

 

재밌는 것은 그가 경제학 박사이면서 경제서는 거의 쓴 적 없는 경영학자라는 점이다. 그것도 대학교 2학년 때 쓴 논문으로 무시험으로 시카고대학 석사과정으로 바로 들어간 후, 밀턴 프리드먼(시카고대학교), 폴 새뮤얼슨(MIT), 로버트 솔로(MIT) 세 사람 모두의 제자였고, 하버드대학교에서는 수학을 시카고대학교에서는 행동과학으로 박사후과정을 마쳤을 만큼 경제학도로서 가능한 정통엘리트진학코스를 다 밟은 인물이다. 시카고대학교는 신자유주의의 최정점에 있는 새고전학파의 요람이고 신자유주의의 창시자가 밀턴 프리드먼이다. MIT는 케인즈학파의 요람으로 폴 새뮤얼슨과 로버트 솔로는 신고전학파와 케인즈학파를 아우르는 대표적 경제학자이다.

 

 

그런 필립 코틀러가 드디어 경제서를 썼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를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 무슨 이야기를 했을지 궁금하면서도 그까지 입을 여는 것을 보니 현재 자본주의가 위기이긴 싶어 마음이 무거웠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감탄하였다.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일목요연한 프레젠테이션을 보는 듯 깔끔하고 정갈하였고 분량은 적당하였다. 모든 내용이 각각 완성도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촘촘히 얽혀 있었다. 처방은 대단히 현실적이다. 필립 코틀러는 말한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아무리 훌륭하다 한들 너무나 두꺼워 완독한 이가 많지 않다고,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는 설명도 간명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 생각으로 쓴 책이기에 이런 분량과 구성을 갖추고 있다.

 

<자본주의의 14가지 단점> - pp.32~33

1. 지속적인 빈곤에 대해서 해결책을 거의 또는 아예 제공하지 못한다.

2.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진다.

3. 수십억 명의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지 못한다.

4. 자동화 때문에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5. 기업들이 사업을 하면서 사회에 초래한 비용 전체를 부담하지 않는다.

6. 규제가 없을 때, 환경과 천연자원은 남용된다.

7. 경기순환과 경제 불안정을 유발한다.

8. 지역사회와 공익을 희생시키고, 대신 개인주의와 사리사욕을 강조한다.

9. 개인들이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도록 조장하고, 생산 중심의 경제가 아니라 금융 중심의 경제구조를 이끌어낸다.

10. 정치인과 기업의 이익단체가 결탁해 시민 대다수의 경제적 이익을 막는다.

11. 장기적인 투자계획보다 단기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계획을 선호한다.

12. 상품의 품질과 안정성 문제, 과대광고, 불공정 경쟁행위가 만연한다.

13, GDP 성장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14. 시장에 적용되는 공식에 사회적 가치와 행복이 빠져 있다.

 

필립 코틀러는 다음과 같이 자본주의의 단점 14가지를 나열한다. 그리고 각각의 단점을 검토하며 실질적인 제안을 하며 마친다. 이 정도도 읽기 피로한 독자를 위해 한 눈에 책을 파악할 수 있게 각 장이 끝날 때마다 그 장을 짧게 요약해두었다. 필립 코틀러 역시 이러한 자본주의의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가 가장 최선의 경제체제이며 '더 나은 자본주의'의 가능성을 굳게 믿는다. 필립 코틀러가 분석한 자본주의의 속성은 이 14가지 단점이 각자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것인데, 전략적으로 서술하여 그 역학관계가 좀 더 잘 보이도록 해놓았다. 특히 필립 코틀러는 이 14가지의 가장 중심에 소득 불평등을 놓으며 강조하고 있다. 소득과 부의 문제만 놓고 보면 피케티의 주장과 비슷하지만, 그게 이 책의 전부가 아니며 이 책의 백미는 신선한 해법에 있다.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에서 필립 코틀러는 경제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짤막하게 말한다. 필립 코틀러는 행동 중심의 시장경제학자이자 시장에서 마케팅의 역할과 힘을 무시하지 않는 경제학자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경력이 자본주의에 대한 특별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책을 목표로 썼다고 하였다. 그래서인지 경제서지만 수식이나 그래프가 등장하지 않는다. 앞서 해법이 신선하다고 평가한 것은 내용보다 방식을 두고 한 말이다. 보통 ‘더 나은 자본주의’의 해법을 논하는 책들이 현황 분석과 비판에만 몰두하고 해법은 몇 가지만 제시하고 끝난다. 그런데 이 책은 해법이 각 장별로 대단히 다양한데다가 엄청나게 혁신적인 것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철저하게 실천 가능한 현실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 이런 대안을 최대한 많이 말해놓겠으니 이것들만이라도 지켜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자증세의 경우 단순히 소득이 높고 재산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걷으라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부문에서 세금을 제대로 못 걷고 있는지를 짚고, 수치를 어느 정도까지 올려볼 수 있는지 역사를 검토하는 식으로 굉장히 자세하게 제안한다. 그래서 크게 보면 이미 나온 이야기들이지만 적용 가능성을 훨씬 높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또 직업 만족도와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유급휴가와 휴일을 늘리라거나, 일자리와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 성장 지향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미국식 자본주의와 기업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을 촉구하는 대목은, 미국 뿐 아니라 미국의 경제경영 이론을 전적으로 따르는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이 책의 원제는 ‘Confronting Capitalism’이다. 우리말로 완전히 표현할 수 없는 어감이라(‘자본주의의 당면 과제’ 정도로 의역할 수 있을까) 편집부가 무척 고심했을 것 같다. 부제와 표지까지 고려할 때 나쁘지 않은 제목인 것 같다. 여러모로 ‘더 나은 자본주의’를 논하는 책 중 굉장히 읽기 편한 책에 속한다. 300쪽 조금 넘는 분량, 책 한 권만 읽고 현재 자본주의의 쟁점을 파악하고 ‘더 나은 자본주의’의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주저 않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필립 코틀러의 독서 이력을 엿볼 수도 있는 책이라 이 책을 괜찮은 추천서 리스트로도 활용할 수 있다. 책 편집과 번역이 함께 진행되었는지 원서가 미국 기준 올 4월 15일에 나왔는데 한국어판 저자 서문이 포함된 번역본이 단 며칠 차이로 출간되었다. 그만큼 출판사가 자신 있게 내놓는 책이라는 것인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지 않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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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moon_and_james-80일이 도대체 안 끝나!! 오늘 마감 건만 몇개여 흑흑

하며 좀비상태로 귀가한 저는 현관 앞 광경에 잠시 혼미해져 눈을 몇번이고 감았다 떴습니다.

"뭔 풀떼기요?"

- 김치할라꼬, 집에 찬거리가 한나도 없데이.

"설마..."

- 당연히 니가 하재, 화장실 형광등도 나갔구마 내일 싹 깔아주꼬

"..."

- 니 분명 어린이날에 어디 안 나가꼬 집에 있다켔재?

"..."



그래서 3월 갈무리 페이퍼 건너뛰고 4월 BEST 5 페이퍼부터 갑니다. 또르르

일단 마감이 중요하니!!


 

 

안녕하세요. 이섬입니다.

2015년 1월~6월 알라딘 신간평가단 15기로 활동합니다.

담당분야는 인문/사회/과학/예술

알라딘의 비문학 고전, 인문, 역사, 사회과학, 과학, 예술/대중문화, 만화>교양만화 카테고리에 업데이트 되는 신간들을 반년 동안 매의 눈으로 모니터합니다.

 

그래서 제 서재에서는

매월 초(웬만하면 산뜻하게 1일 목표!!) 제가 고른 지난 달 신간 베스트 5를 페이퍼로

그 중에서 그룹원끼리 토의 끝에 고른 궁극의 신간 1권을 리뷰로

만나보실 수 있겠습니다. 반년 동안 잘 부탁드려요!! 북플 친구 대 환영!!

 

그럼 이섬이 고르고 고른

2015년 4월 인문/사회/과학/예술 신간 BEST 5 출발!!

매월 인문,사회,과학,예술에서 각각 한권씩 고르고

다섯번째 책은 비문학 고전, 역사, 만화>교양만화에서 한권을 고릅니다.


 

moon_and_james-34

검토한 4월 신간은

인문 270↑+사회 300↑+과학 160↑+예술 270↑+다섯번째 책 선택을 위한 알파 검색

2015년 4월 인문/사회/예술/과학 출간 경향은

고요

세월호의 달이기도 하고, 잠시 쉬어가는 것인지 어쩐지.

눈길이 가는 책 수도 확 줄어들었는데 최종 취합할 때 고민도 했고 이달도 나쁘지 않게 넘어갔네요.


 

moon_and_james-1자 그럼 이달의 인사과예 이섬 BEST는!! 두구두구두구두구

 

 

 

 

 

 

 

 

 

 

 

 

 

 

 

 

 

 

 

 

[인문] 종교, 설명하기/파스칼 보이어/동녘사이언스/2015.04.10

진화생물학, 발달심리학, 인지인류학 세 가지 학문의 관점으로 쓴 종교학서라는 매우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책입니다.

[사회] 제국/헤어프리트 뮌클러/책세상/2015.04.10

‘제국’이란 무엇이며 제국은 어떻게 세계를‘지배’했는가. 고대 로마부터 현대 미국까지 제국의 역사와 논리를 밝히는 책입니다.

 

 

 

 

 

 

 

 

 

 

 

 

 

 

 

 

 

 

[과학] 우리는 우리 뇌다/디크 스왑/열린책들/2015.04.30

뇌가 곧 우리 자체이다! 뇌가 우리의 성격적 특성과 능력과 한계를 어떻게 결정짓는지를 탐구하는 뇌 과학책입니다.

[예술] 미술품 컬렉터들/김상엽/돌베개/2015.04.20

1864년에서 1950년까지의 우리나라 미술품 수집의 문화사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 미술 시장 풍토의 기원을 알아보는 책입니다.  

 

[역사]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김시덕/메디치미디어/2015.04.05

임진왜란부터 20세기 중반까지 500여 년에 이르는 동아시아 역사를,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충돌이라는 관점으로 쓴 책입니다.

책 표지를 클릭하시면 해당 책 알라딘 상품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brown_and_cony-35자, 저의 추천은 끝났습니다. 어떤 책이 최종 선정 책이 될까요? 두구두구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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