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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예문 / 199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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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란 확실히 우리가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전적으로 그것에 의존하는 참으로 신비로운 기관입니다.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진정한 평등은 남녀평등이 아니라 인간해방이라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이 책을 읽고 내 자신이 20세기에 태어나 21세기에 살아가는 여성임에 자랑스러움과 함께 부끄러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내면이 풍족한 사람은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보듬어안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임을 깨달았습니다.

버지니아 울프.. 참으로 섬세한 여성입니다. 동시에 씩씩한 여성이기도 하구요. 이 책을 읽고 난 후 계속 '엄마만의 방'이라는 단어가 머리속에 맴돌았습니다. 우리들의 엄마들에겐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아빠들도 마찬가지일지 모르지만, 그 공간의 부재에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방이 가지는 의미는 독립되고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자아실현의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여성으로써, 스스로도 사회속의 많은 편견과 금기속에 길들여져 있던 사고방식을 바꿔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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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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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여년을 함께 살았던 언니가 곧 출가외인이 됩니다.유학비자 문제로 며칠전 식도 올리기 전에 혼인신고를 했으니 엄밀히 따지면 벌써 조씨집안 사람은 아니지요. 어제 책꽂이가 있는 방엘 가봤더니 얼마전 도서배열을 바꿔놓은 책꽂이가 헝클어져 있고, 박스가 하나 놓여있더군요. 시집간다더니 자기가 산 책은 다 가져갈 모양입니다.

우리집은 속옷에는 이름 안써놔도 책에는 누가, 언제, 어디서 샀는지 다 적혀있거든요.아싸 잘됐다, 방이 너무 작아서 책꽂이를 더 놓을 순 없고 보기 싫은 책들 처분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는데.내가 보기 싫은 책들의 대부분은 언니가 산 책들이거든요.어허.. 근데 이거 문제가 생겼습니다.가끔 사이좋게도 1권은 언니가, 2권은 제가 산 책들이 있지 뭡니까. 거 뭐 정떨어지게 반 딱 갈라 가질 수도 없고, 지금 협상중인데 아무래도 상황이 저에게 유리할 것 같습니다.

작년까지만해도 별 문제없던 책들이 생이별을 해야할 판에 놓이고 보니 얼마전 동생이 빌려온 책이 한 권 생각나는군요. 라틴어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원제 <EX Libris>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으나..번역서 제목은 아주 그럴듯합니다. 서재 결혼시키기.

책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결혼을 했습니다. 서로 다른 취향의 두 사람이 만나고보니 서로 소유하고 있는 책들의 종류도 다양하고, 책을 배열하는 방법에서도 물러서지 않으려 합니다.(저만해도 제가 좋아하는 책들은 더 좋은 책꽂이에, 언니가 산 책들은 구석탱이에 처박아 놓습니다.) 결국 둘은 합의를 하게되는데요. 그 과정이 아주 재밌습니다.

저처럼 책이 닳을까봐 급기야는 흰 장갑이라도 끼고 책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을 궁정풍 연애가, 제 동생처럼 책을 이리굴리고 저리굴리고 다 읽고나면 결국엔 한장 한장 뜯어 먹기까지 하는 사람을 육체파 연애가라고 한답니다. 궁정풍 연애가들은 사실 책을 읽는 것보다는 보는 걸 좋아합니다.가끔은 들고 있는 걸 좋아하기도 하구요. 맨손의 허전함을 매우거나, 지적으로 보이고 싶을 때 소품으로 사용하기도 하지요. 책을 가까이하고, 애착을 가지신 분이라면 많이 공감하실거예요.저는 내일도 언니와 협상을 할겁니다.서재랄것도 없는 세 개의 책꽂이를 이혼시킬 순 없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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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열린책들 세계문학 216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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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 권이 이렇게 사람 진을 빼 놓다니. 책에 나오는 체스의 행보를 놓치지 않고 완벽히 이해하고자 체스판을 옆에 놓고, 책에 나온 체스의 행보를 복사해서 차례대로 배열했다. 체스는 수학의 정수이기 때문에, 이것을 정확히 이해하는데 역시 나로서는 다른 사람보다 두배의 시간이 걸렸다.이 책을 읽기전에 갖추어야 할 준비사항은 체스에 대해 아주 기본적인 것이라도 익혀두는 것이다. 내 동생은 체스를 어떻게 두는지도 모르면서 이 책을 재밌게 읽었다고 하는데 그거 다 뻥인거 같다.

책이 쓰여진지 12년후에야 읽고, 재밌네 뭐네 얘기하는게 뒷북치는 거 같아 씁슬하지만, <장미의 이름>을 재밌게 읽은 사람이라면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사실상 책을 권하면서 내용을 알려주는 것 만큼 김빠지게 만드는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텔미섬딩> 조조를 보고 나오면서 다음회를 보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에게 '범인은 심은한데~'하고 일러주는 것과 다를게 뭐가 있겠는가.

내 친구는 그림 감상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게 괜한 시간 낭비라 생각하는 것이다. 난 항상 그에 항변할 만한 멋진 대답을 찾곤 했는데, 그때마다 실패했다. 세상에는 '말'이 아닌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써 수많은 언어가 존재한다. 거장의 그림이건, 어린 아이의 낙서건 그것은 우리에게, 세상에게 말을 거는 또다른 언어이다. 거기서 어떤 메세지를 보건, 한 상황의 함축적 표현법을 보건, 그것은 보는 사람의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처럼 다소 강박적이고 과도한 집착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예술이나 혹은 체스는 세상을 이해하는 통로이자 자체로 그 결과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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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채 - 범우비평판 세계문학선 47-1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47
A.J.크로닌 지음, 공문혜 옮김 / 범우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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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명예 앞에서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없다. 젊은 시절 정의에 불타고 순수한 마음을 가졌어도 사회에 나가 부딪히다 보면 중심을 잃게 되기가 쉽다. 사람은 그만큼 나약한 존재이기에.<성채>에서 보여주는 앤드루 맨슨의 삶이 시종일관 확고한 신념으로 일변하는 것이었다면 감동은 덜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점점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변해갈 때 안타까워하고, 그로 인해 크리스틴이 병들어 갈때 눈물이 났다. 그렇지만 그의 신념에 덧붙여 한시도 변함없이 그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나 역시 앤드루 맨슨이 젊은 시절의 그 초심으로 되돌아 가리라 믿었다.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의 과정에서 무심코 지나쳐 가는 것들이, 성공을 통해 얻게 되는 부와 명예보다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알게 해주는 책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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