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열린책들 세계문학 216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 한 권이 이렇게 사람 진을 빼 놓다니. 책에 나오는 체스의 행보를 놓치지 않고 완벽히 이해하고자 체스판을 옆에 놓고, 책에 나온 체스의 행보를 복사해서 차례대로 배열했다. 체스는 수학의 정수이기 때문에, 이것을 정확히 이해하는데 역시 나로서는 다른 사람보다 두배의 시간이 걸렸다.이 책을 읽기전에 갖추어야 할 준비사항은 체스에 대해 아주 기본적인 것이라도 익혀두는 것이다. 내 동생은 체스를 어떻게 두는지도 모르면서 이 책을 재밌게 읽었다고 하는데 그거 다 뻥인거 같다.

책이 쓰여진지 12년후에야 읽고, 재밌네 뭐네 얘기하는게 뒷북치는 거 같아 씁슬하지만, <장미의 이름>을 재밌게 읽은 사람이라면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사실상 책을 권하면서 내용을 알려주는 것 만큼 김빠지게 만드는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텔미섬딩> 조조를 보고 나오면서 다음회를 보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에게 '범인은 심은한데~'하고 일러주는 것과 다를게 뭐가 있겠는가.

내 친구는 그림 감상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게 괜한 시간 낭비라 생각하는 것이다. 난 항상 그에 항변할 만한 멋진 대답을 찾곤 했는데, 그때마다 실패했다. 세상에는 '말'이 아닌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써 수많은 언어가 존재한다. 거장의 그림이건, 어린 아이의 낙서건 그것은 우리에게, 세상에게 말을 거는 또다른 언어이다. 거기서 어떤 메세지를 보건, 한 상황의 함축적 표현법을 보건, 그것은 보는 사람의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처럼 다소 강박적이고 과도한 집착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예술이나 혹은 체스는 세상을 이해하는 통로이자 자체로 그 결과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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