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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브 공작 부인
라 파예트 지음 / 신원문화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당신에게 사랑을 받는 일 이외의 행복이 어디있겠습니까? -<클레브 공작부인> 中에서-
클레브 공은 샤르트르 양을 보고 한눈에 반하고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거부할 이유도 없었기에 클레브 공작부인이 된다.그때 프랑스 왕궁의 실세였던 느무르 공은 유부녀가 되어서도 여전히 킹카인 클레브 공작부인을 사랑하게 되고, 그녀는 정숙한 부인의 정절과 남편에 대한 의무 때문에 느무르 공을 사랑하는 마음을 감추게 된다. 허나 자기 아내의 입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된 클레브 공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 부인에게서 자신은 사랑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과 느무르 공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말하자면 상사병으로 죽게된다.
남편이 죽었으니 자유롭게 느무르 공을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공작부인은 사랑을 이성과 의무로 억누르고 수도원으로 들어가버린다. 느무르 공의 끈질긴 구애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수도원과 자택을 오가며 남은 여생을 보낸다. 그리고 소설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이리하여 부인의 생애는 짧기는 했으나,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모범이 되었던 것이다.』과연 누구도 흉내낼 수 없었겠지. 그렇게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아직 겪어보지도 않은 고통 때문에 지레 겁먹고 자신을 외부로부터 가두어버린 사람은 없었을 테니까. 아직 소설이란 것이 형태를 잡아가기 전에 여성 심리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이룩한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결말이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지.
소설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해봤다. 나는 그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그런데 그는 또 다른 사람을 너무나도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바치겠다고 맹세했었다. 만약 내가 그를 보내주지 않는다면? 그는 나와 함께 있으면서 조금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고, 더 이상 사랑하지도 않는 나와 함께 있으면서 괴롭기만 할 것이다. 나는 그를 잃지 않았기때문에 행복하긴 하지만, 그의 불행은 곧 나의 불행이니 그것을 생각한다면 나도 불행하다.
내가 그를 보내준다면? 그는 그녀와 행복할 것이다. 그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한 것인데, 이 상황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곧 그의 행복은 나의 행복이라 했던 나의 맹세는 위선이며 거짓이 된다. 보내주지 않는다면 나와 그 둘 다 불행해지지만, 보내준다면 나 혼자만 불행하다. 정말 불행한 것은 어떻게 하든 나는 불행의 공통분모 속에 놓인다는 것이다. 사랑이란 것은 정말이지 순간적인 쾌락일 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진창 속에 인간을 쳐박아 놓는 못된 감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