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방대수 옮김 / 책만드는집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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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위대한 개츠비>와 하루키 소설 속의 <위대한 개츠비>.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은 <위대한 개츠비>는 어느 부분을 펼쳐 읽기 시작해도 재미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도 <위대한 개츠비>를 따라 읽었다. 소설이 풍기는 묘한 미국적 냄새와 분위기. 잘은 몰라도 하루키 소설을 읽으면서 이건 일본인이 쓴 미국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아마도 <위대한 개츠비>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을 감히 해본다.

사실 개츠비는 '위대한'이라는 단어가 가진 사전적 의미로부터는 벗어난 어떤 반어적인 의미에서의 비장함을 느끼게 해 준다. 아직 나는 이 책의 어느 부분을 펼쳐 읽어도 재미를 느낄 수준은 아니지만, 청소년 필독도서의 수준에서 가볍게 읽으면 가볍게 읽는대로, 미국인들의 다년간 애독서로서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읽으면 또 그런대로 어떻게 읽어도 재밌다는 점에서는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에게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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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퀴즈 플레이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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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글은 흡인력이 있다. 아니면 점성이 있다고 해야할까? 앉은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지 못하게 하는 힘, 하던 일을 미루게 하고 자꾸만 책에 손이 가게 하는 그런 매력이 있다.

수년전에 <미스터 버티고>를 시작으로 <문팰리스>를 읽었다. 줄거리라던가 책을 읽은 후의 느낌 같은 것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지만 최근 동네 서점에서 나란히 진열된 그의 책을 봤을 때 거리낌없는 친근감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리바이어던>을 빼어들고 집에 들어와서 동이 트는 것을 봤다. 그리고 <스퀴즈 플레이>를 다음 작품으로 골랐다. 초기 작품이라 그런지 잘 짜여진 추리소설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뭐니뭐니해도 좋은 건 재밌다는 점이다.

한 작가의 작품들을 골라 읽는 일이 드문데, 폴 오스터의 작품들은 인물간의 관계와 운명, 삶의 작은 사건이 수많은 우연과 필연을 통해 커다란 사건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기 때문에 공감을 느끼게 한다. 꾸며진 것이지만 사실보다 더 사실임직한 공감을 자아내게 한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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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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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아이들은 우리(어른들)이 바라보는 것과는 달리 모든 것을 다 알고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실은 자라나면서 배우는 것(즉, 지식을 습득한다, 앎을 키워나간다는 표현이 의미하듯이)이 아니라 전부 알고 있던 것을 하나씩 잊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또다시 새로 배우고 있는게 아닐까 한다. 아멜리 노통이 신, 나, 파이프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계는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의아한 공감을 자아내게 만드는 어린아이의 관점이다. 작가들이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다 온 사람들 같다. 우리가 사는 세계보다 훨씬 자유롭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모험이 넘치는 곳. 아멜리 노통의 기발함에서 그녀 또한 또 다른 세계에서 살다온 경험을 완벽히 풀어내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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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브 공작 부인
라 파예트 지음 / 신원문화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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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신에게 사랑을 받는 일 이외의 행복이 어디있겠습니까? -<클레브 공작부인> 中에서-
클레브 공은 샤르트르 양을 보고 한눈에 반하고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거부할 이유도 없었기에 클레브 공작부인이 된다.그때 프랑스 왕궁의 실세였던 느무르 공은 유부녀가 되어서도 여전히 킹카인 클레브 공작부인을 사랑하게 되고, 그녀는 정숙한 부인의 정절과 남편에 대한 의무 때문에 느무르 공을 사랑하는 마음을 감추게 된다. 허나 자기 아내의 입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된 클레브 공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 부인에게서 자신은 사랑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과 느무르 공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말하자면 상사병으로 죽게된다.

남편이 죽었으니 자유롭게 느무르 공을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공작부인은 사랑을 이성과 의무로 억누르고 수도원으로 들어가버린다. 느무르 공의 끈질긴 구애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수도원과 자택을 오가며 남은 여생을 보낸다. 그리고 소설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이리하여 부인의 생애는 짧기는 했으나,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모범이 되었던 것이다.』과연 누구도 흉내낼 수 없었겠지. 그렇게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아직 겪어보지도 않은 고통 때문에 지레 겁먹고 자신을 외부로부터 가두어버린 사람은 없었을 테니까. 아직 소설이란 것이 형태를 잡아가기 전에 여성 심리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이룩한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결말이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지.

소설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해봤다. 나는 그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그런데 그는 또 다른 사람을 너무나도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바치겠다고 맹세했었다. 만약 내가 그를 보내주지 않는다면? 그는 나와 함께 있으면서 조금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고, 더 이상 사랑하지도 않는 나와 함께 있으면서 괴롭기만 할 것이다. 나는 그를 잃지 않았기때문에 행복하긴 하지만, 그의 불행은 곧 나의 불행이니 그것을 생각한다면 나도 불행하다.

내가 그를 보내준다면? 그는 그녀와 행복할 것이다. 그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한 것인데, 이 상황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곧 그의 행복은 나의 행복이라 했던 나의 맹세는 위선이며 거짓이 된다. 보내주지 않는다면 나와 그 둘 다 불행해지지만, 보내준다면 나 혼자만 불행하다. 정말 불행한 것은 어떻게 하든 나는 불행의 공통분모 속에 놓인다는 것이다. 사랑이란 것은 정말이지 순간적인 쾌락일 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진창 속에 인간을 쳐박아 놓는 못된 감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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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J. D.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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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이제 가서 자. 어디 있는거야? 누구하고 있니?' '아무하고도 같이 있지 않아. 나와 나 자신과 나 뿐이야.' -<호밀밭의 파수꾼> 中에서-

'두번 읽게 만들지 못하는 책은 한번 읽을 가치도 없다’는 말을 인용한 누군가는 이 책을 열번 읽었다고 한다. 난 아직 두 번밖에 읽지 못했다. (실상 내 습관대로라면 두번'이나' 라고 해야 옳겠지만.) 어떻든 이 책은 자꾸 들여다보게 만든다. 무슨 책을 볼까 책장에 꽂힌 책들을 따라가다가도 이 책에서 눈이 멈추고 읽진 않을거지만 그냥 한번 뺐다 꽂게 만드는 뭐 그런 종류의 책이다.

홀든은 외롭다. 퍼내어줄 사랑이 많기 때문에 외롭다. 그는 자기 동생들을 묘사한 후에 꼭 '진짜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 정말 그의 동생들이 '진짜 보고 싶어진다'. 홀든은 고등학교에서 비록 네번(정확하지 않다)이나 퇴학당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사랑할 줄 아는' 아이이다. 학교에서는 아무도 그런 걸 가르치지 않으니, 퇴학당할 수 밖에. 베르베르의 <타나토노스>에서 죽은 아내를 구하러 영계로 떠나는 주인공은 비로소 자신이 그 누구도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고, 사랑할 줄도 모르는 사람임을 깨닫는다.

그 구절을 읽으면서 나 또한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그런면에서 홀든은 진짜 대단하다. 16살에 여드름투성이인 고등학생일 뿐이지만 그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홀든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그 아이를 진정으로 알게 된다면 누구도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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