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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J. D.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알았어, 이제 가서 자. 어디 있는거야? 누구하고 있니?' '아무하고도 같이 있지 않아. 나와 나 자신과 나 뿐이야.' -<호밀밭의 파수꾼> 中에서-
'두번 읽게 만들지 못하는 책은 한번 읽을 가치도 없다’는 말을 인용한 누군가는 이 책을 열번 읽었다고 한다. 난 아직 두 번밖에 읽지 못했다. (실상 내 습관대로라면 두번'이나' 라고 해야 옳겠지만.) 어떻든 이 책은 자꾸 들여다보게 만든다. 무슨 책을 볼까 책장에 꽂힌 책들을 따라가다가도 이 책에서 눈이 멈추고 읽진 않을거지만 그냥 한번 뺐다 꽂게 만드는 뭐 그런 종류의 책이다.
홀든은 외롭다. 퍼내어줄 사랑이 많기 때문에 외롭다. 그는 자기 동생들을 묘사한 후에 꼭 '진짜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 정말 그의 동생들이 '진짜 보고 싶어진다'. 홀든은 고등학교에서 비록 네번(정확하지 않다)이나 퇴학당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사랑할 줄 아는' 아이이다. 학교에서는 아무도 그런 걸 가르치지 않으니, 퇴학당할 수 밖에. 베르베르의 <타나토노스>에서 죽은 아내를 구하러 영계로 떠나는 주인공은 비로소 자신이 그 누구도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고, 사랑할 줄도 모르는 사람임을 깨닫는다.
그 구절을 읽으면서 나 또한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그런면에서 홀든은 진짜 대단하다. 16살에 여드름투성이인 고등학생일 뿐이지만 그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홀든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그 아이를 진정으로 알게 된다면 누구도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