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모자이크 살인사건(Delitti Del Mosaico, 2004)
줄리오 레오니 Giulio Leoni(이탈리아 로마)
이현경 역
황매(푸른바람)
2005.5.15, 알라딘

 

 

 

 

 


<이탈리아어판>

프롤로그
아코, 1291년, 이슬람에게 탈환당한 이스라엘의 성지.
이로써 십자군 운동에 종지부를 찍게 됨.
전쟁의 와중에 성당 기사단에 진실이 담긴 상자가 아코에서 빠져나감.

당시 유럽은 교황인 보니파키우스 8세(카에타니)를 지지하는 겔프당과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지지하는 기벨리니당으로 나뉘었는데, 기벨리니당은 다시 흑당과 백당으로 나뉘었고 단테는 백당에 속했다. (발자크의 단편 『추방된 사람들 Les Proscrits』은 이러한 당파싸움의 와중에 단테가 프랑스에 체류했던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발자크, 『사라진느 外』, 이철 옮김, 문학과 지성사, 2000년 참고.)

피렌체 코무네의 행정위원인 단테는 산 귀다 성당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보고받는다. 산 귀다 성당은 피렌체를 자신의 이론적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보니파키우스 교황의 후원을 얻어 곧 스투디움 플로렌티눔으로 거듭나게 될 장소였다. 그런데 그곳의 모자이크 장식을 맡은 코모의 조각,건축 조합의 마에스트로 암브로지오가 매우 상징적인 모자이크 작업을 하다가 살해당한다.

모자이크에는 거대한 노인이 형상화되고 있었는데, 노인의 머리는 금, 팔과 가슴은 은, 배는 동, 다리는 황토(테라코타)로 되어 있고, 그는 막 걸음을 떼려는 듯 오른쪽 다리를 구부리고 있다. 단테는 이 모습이 신바빌로니아의 명군인 네부카드네자르(느브갓네살)라는 이교도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부카드네자르는 유다 왕국을 멸망시키고 '바빌론 유수'를 단행한 장본인이다. 그런데 그가 향하고 있는 오른쪽 도시는 로마의 카스텔 산탄첼로('천사의 성')이고, 왼쪽의 작은 도시에는 성벽 중앙에 거대한 문이 있고 그 주변에 네 마리의 사자가 묘사되어 있다. 이 도시는 이집트의 다미에타라는 도시로, 탐욕스런 성당 기사단 때문에 다른 기사단들이 몰살당하고, 결국은 십자군이 패배하여 성지를 빼앗긴 곳이었다.

그런데 원래 산 귀다 성당의 모자이크에는 성서 속의 '생명의 나무'가 그려질 예정이었으나 암브로지오는 어떤 비밀을 알게 되면서 그것을 암시하기 위해 모자이크의 주제를 바꾼다. 아마도 그는 모자이크를 통해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다섯 명의 모자이크 기술자를 암시한 것 같다. 거인 노인은 가치가 서로 다른 재료로 다섯 부분을 표현함으로써 서열이 다른 기술자를 암시했을 수도 있다.

혹은 왼쪽에 그려진 다미에타로 미루어서는 십자군 패배의 다섯 주역인 프랑스인, 롬바르디아인, 독일인, 제노바인 그리고 성당 기다사단을 고발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소설에서는 계속해서 5의 상징이 나오는데, 스투디움 플로렌티눔은 바로 이탈리아의 다섯 번째 스투디움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죽은자가 남긴 것 같은 III COE라는 글자와 오각형의 별이 그려져 있다.
모자이크와 시신 주변에 성당기사단의 붉은 십자가가 새겨진 단검이 떨어져 있다.
'셋째 하늘' : 점성술에서는 아홉 개의 하늘이 있다고 말한다.
월천(月天), 수성천, 금성천, 태양천, 화성천, 목성천, 토성천, 항성천, 원동천이 그것이다. '세째 하늘'은 금성(비너스, 베누스의 상징)천이고, 새벽에 가장 밝게 빛나는 이 별은 오각형으로 그려지며 여신숭배사상을 상징한다. 셋째 하늘은 라틴어로 III COELUM.
'셋째 하늘'은 스투디움 플로렌티눔을 만들려는 학자들의 모임이다.
단테는 이 모임의 구성원들의 얼굴에서 동물의 모습을 본다.

1. 테오필로 스프로비에리 : 고양이, 아코 출신의 의사, 약재상.
2. 아우구스티노 디 메니코 : 개, 법학자.
3. 안토니오 다 페레톨라 : 여우, 법학자, 교황청 공문서보관국 국장. 산 파올로 푸오리 레무라 성당에 위치한 법률위원회 소속. 이 위원회는 보니파키우스 교서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기관. 그는 영적 권력(보니파키우스)이 세속 권력(신성로마제국 황제)에 앞선다는 이론을 주장하려고 함.
4. 브루노 암만티 : 원숭이, 프란체스코수도회 신학자.
5. 야코포 토리티 : 말, 건축가.
6. 베니에로 마린 : 사자, 베네치아의 해군 제독.
7. 체코 다스콜리 : 독수리, 점성술.
8. 체코 안지올리에리 : 바실리스크, 희극시의 대가, 시에나 출신

* 안틸리아 : 베누스 여신의 전령. 아코에서 탈출한 피난민.

이들은 모두 로마에서 옴. 보니파키우스는 로마가 자신에게 반발하고 자유 코무네를 선언하자 피렌체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 이렇게 방위권을 넘겨받은 교황은 이러한 방식으로 피렌체를 손에 넣으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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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5-23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다가 끝부분 아주 조금 남았는데 앞집 중학생이 빌려갔어요. 그 아인 살인이라는 말에 현혹되는 눈치...

물만두 2006-05-23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인에 현혹되면 안되는데요...

부엉이 2006-05-23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그 책 읽고 실행이 옮기고픈 생각이 들진 않겠지요..? ^^;;
 

살인자의 건강법(Hygiène de l'assassin, 1992)
아멜리 노통브 Amélie Nothomb(1967- , 벨기에)
김민정 역
문학세계사
 
 
 
 
 
 
 
 
 
 
 
<영화, 1999>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소설이 아멜리 노통브의 첫 발표작일 것이다.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모순 투성이의 대화들의 전주곡.
『앙테크리스타』에서 그 느낌이 폭발할 듯 했는데, 읽다보면 이제까지 내가 겪어본 온갖 부조리함들이 말초신경 곳곳까지 침투하여 발가락을 뒤틀리게 하고, 마치 277일 동안 태평양 망망대해를 표류하다가 처음으로 육지에 발을 디딘 사람마냥 머리가 핑핑돌고 멀미가 솟구쳐 오른다. 
그러면서도 아멜리의 소설들을 읽는 것은 너무 변태적인 것일까?
우리가 곧잘 '변태적'이다 라고 말하는 것들은 아마도 사회적 '금기'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금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즐기고자 하는 욕구, 거기서부터 오는 쾌감. 프로이트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금기에 대해 의식은 '혐오'하고 무의식은 '욕망'한다는 '양가적 감정'의 발견은 참으로 그럴듯 한 것 같다.
몇년 전에 『꼬마 도라와 한스』를 읽다가 어린 나의 무의식을 접하곤 정말 책을 던져버리고 싶을 만큼 구차하게 느껴져서 반쯤 읽다 반납해버린 적이 있다. 그런 걸 보면 성악설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성선설 보다는 성악설이 신의 존재 이유에 더욱 걸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은 언제나 혐오스럽다.
그녀가 문학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언제나 양파처럼 몇겹의 껍질로 둘러싸인 인간 허위의 고발이다. 그녀의 소설들 안에서 부인할수 없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에 언제나 혐오스러운 것이다. 
아멜리 노통브의 지독한 나르시시즘은 자기애에서 자기혐오를 거쳐 자기살해로 종결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결국은 아멜리 노통브 자신의 여러 개의 분신들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다양한 속성을 대표하는. 프루스트는 작품을 작가와 그의 삶으로부터 떼어놓고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아멜리의 소설들을 읽고 있으면 도저히 그럴 수 없다. 너무도 독특한 정신세계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대번에 도대체 이런 글을 쓰는 작가란 어떤 사람인가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말 제목이 달린 것은 국내 출판된 작품들이다.

작품목록
살인자의 건강법 Hygiène de l'Assassin(1992)
사랑의 파괴 Le Sabotage Amoureux(1993)
불쏘시개 Les Combustibles(1994, 희곡)
오후 네시 Les Catilinaires(1995,『반박』으로 출간됐었음)
시간의 옷 Péplum(1996, 원제의 뜻은 고대 그리스의 소매가 없는 여자용 웃옷)
L'existence de Dieu
공격 Attentat(1997)
머큐리 Mercure(1998)
두려움과 떨림 Stupeur et Tremblements(1999)
Le mystère par excellence
Brillant comme une casserole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 Métaphysique des tubes(2000, 원제의 뜻은 '관의 형이상학')
Sans Nom
Aspirine
적의 화장법 Cosmétique de l'ennemi(2001)
로베르 인명사전 Robert des noms propres(2002)
앙테크리스타 Antéchrista(2003)
배고픔의 자서전 La Biographie de la faim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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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템과 타부(Totem and Taboo)
프로이트 Sigmund Freud(1856-1939, 오스트리아 프라이베르크)
김종엽 역
문예마당
1995.11.15. 영풍문고

1. 근친상간에 대한 공포

토템이라는 이름은 영국인 J. Long이 1971년 북아메리카 홍인종들로부터 인용한 토탐Totam에서 기원한다. 토템은 통상 어떤 동물이며, 드물게는 씨족 전체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식물이나 자연현상일 수도 있다. 토테미즘은 족외혼 제도와 결부되어 있는데, '같은 토템에 속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성관계를 맺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혼인할 수 없다'. 이것은 근친상간적 성관계를 아주 엄격하고 세심하게 방지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법칙을 위반한 대가는 '죽음'이다. 그러나 이것이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는 일시적 사랑인 경우에도 같은 처벌을 받는다. 따라서 이는 종족의 열성인자를 배출(즉, 기형아의 출산과 같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따른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토템과 결부된 족외혼은 어머니와 누이들과의 근친상간을 방지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씨족에 속하는 모든 여성들과의 성적 결합을 금지한다. 우리는 정신분석을 통하여 사내아이가 최초로 택하는 성적 대상은 어머니나 누이로서 그 선택이 근친상간적이라는 것을 배웠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은 매우 유아기적인 흔적이라 할 수 있다.

▶ 즉,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을 통해 남아에게는 근친상간적 성적 본능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원시부족에 대한 관찰을 통해 근친상간의 본능을 억제하기 위한 기제로서 토템이라는 종교적 제도를 연결시키고 있다. 이러한 규칙을 어겼을 때의 종교적 공포는 근친상간을 효과적으로 통제한다.

2. 타부와 양가 감정

타부는 폴리네시아 말로 한편으로 '신성한, 성별된' 무엇이고, 다른 한편으로 '무시무시한, 위험한, 금지된, 부정한' 것이다. 타부의 반대말은 폴리네시아어로 '노아noa'인데 그 의미는 '평범한, 늘 접근 가능한'이다. 이러한 개념은 '성스러운 두려움 holy dread'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타부에 의한 제약은 '자기 기준적'이며, 이를 위반한 자는 그 자체로 타부시된다. 동물과 관련된 금지는 주로 해당 동물을 죽이거나 먹는 것에 대한 금지로 토테미즘의 핵심을 이룬다. 타부는 신성한 것과 부정한 것 모두 공통적으로 '접촉하기를 꺼린다'는 특징이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적용되는 타부가 있는 반면, 개인의 경우 타부를 엄격하게 지키는 사람을 '강박증 환자'라고 부른다.

4. 토테미즘의 유아기로의 귀환

근친상간은 자연적 본능이다. 따라서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금기가 생겨났고, 그 방편이 족외혼이다. 그런데 근친상간에 대한 공포는 어디서 유래하는가? 우생학적 위생학적 문제는 원시부족에게서 고려되기에는 너무도 고차원적인 문제이다.
프로이트는 여기서, 원시인류는 한 남자가 여러 여자를 거느리는 형태였고, 이들 사이에서 남아가 태어나면 아버지가 여자들을 놓고 그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보았다. 아버지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아들에게 어머니나 다른 여자들과 성교하지 말것, 즉 족내 성교를 금하는 명령을 내렸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여러 명의 아들들은 이러한 명령을 어기고 부친살해에 이른다. 그러나 그 뒤에는 살해에 대한 죄책감이 따르고, 그것을 속죄(?)하기 위해 희생제를 치른다. 그것은 아버지로 상징되는 토템을 죽임으로써 금기에 대한 억압을 해소하고, 제사를 지냄으로써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표출한다. 이것은 한 대상에 대한, 앞에서 언급한 '양가감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

기독교가 고대 세계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기독교는 미트라스 종교와 경쟁하게 되었다. 황소를 죽인 미트라스에 관한 묘사로부터 미트라스 혼자서 아버지를 제물로 삼아, 다른 형제들을 괴롭혔던 공동죄책을 면하게 해주는 아들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 하나, 그리스도의 경우, 그는 자진해서 자신의 생명을 제물로 바침으로써 형제집단을 원죄로부터 구원하였다.
원죄 교리는 오르페우스에서 유래한다. 이 교리는 신비종교 안에 포함되어 있다가, 고대 그리스 철학의 여러 학파로 침투되었다. 인간은 젊은 디오니소스-자그레스를 죽여 토막친 거인족의 후예로서, 이 범죄의 무거운 짐이 인간을 짓누르고 있었다. 아낙시만드로스의 한 단편에는 세계의 통일이 어떻게 태고의 범죄에 의해 파괴되었으며, 여기에서 나온 모든 것들은 그 벌을 나중에도 계속해서 받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인족의 그러한 행위는 연합하여 죽이고 찢는 특징들을 보여준다. 오르페우스 자신의 죽음과 같은 고대의 많은 다른 신화들도 마찬가지이다. 단지 여기에서 살해되는 쪽이 젊은 신이라는 점이 우리들을 곤란하게 한다.
기독교 신화에서 인간의 원죄가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죄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그리스도가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여 인간을 원죄의 압박으로부터 구원하였다면, 우리는 그가 대속한 죄가 살해행위였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인간의 감정에 깊이 뿌리밖고 있는,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갚는, 복수의 법칙에 따르면 살인은 다른 생명을 제물로 바침으로써만 속죄될 수 있다. 따라서 자기 희생제물은 살인의 죄를 암시한다. 자신의 생명을 제물로 삼아 하느님 아버지와의 화해가 가능하다고 한다면, 속죄되어야 할 죄는 아버지를 죽인 죄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pp. 220-221)
이러한 아버지와의 화해에는 이중성의 법칙이 존재한다. 아버지에 대해 최대의 속죄를 하는 바로 그 행위에 의해 아들도 아버지에게 대항한다는 소망을 달성한다. 아들은 아버지와 나란히, 아니 실제로는 아버지의 자리를 차지하여 스스로 신이 된다. 아들의 종교가 아버지의 종교를 대치한다. 이 대치의 표시로서 고대의 토템 향연이 성찬식에서 다시 살아난다. 그러나 이번에는 형제 집단이 아버지 대신에 아들의 살과 피를 먹고 그것에 의해 신성해지며 아들과 스스로를 동일시한다. 기독교의 성찬식은 그 근본에 있어 아버지를 새롭게 제거하는 것이다. 즉, 속죄되어야 할 죄를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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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 이마고 / 2006년 2월
구판절판


병력은 질병에 걸렸지만 그것을 이기려고 싸우는 당사자 그리고 그가 그 과정에서 겪는 경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전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좁은 의미의 '병력' 속에는 주체가 없다. -10쪽

의사는 자연학자와는 달리 다양한 생명체들이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을 이론화하는 것보다, 단 하나의 생명체, 역경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려고 애쓰는 하나의 개체, 즉 주체성을 지닌 한 인간을 마음에 둔다. -아이비 맥킨지-23쪽

우리는 다리나 눈을 잃으면 다리가 없고 눈이 없다는 사실을 의식한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면 그 사실 자체를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을 깨달을 자신이라는 존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77쪽

(그녀는) 겉으로 나타나는 장애는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종종 거짓말쟁이나 얼간이로 취급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감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같은 취급을 받는다. -108쪽

중독이나 병에 의해 해방과 각성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정신과 상상력은 무뎌진 상태로 잠들어 있다는 사실, 그 얼마나 역설적이고 잔인하며 아이러니한 일인가!-205쪽

병리 상태가 곧 행복한 상태이며, 정상 상태가 곧 병리 상태일 수도 있는 세계이자, 흥분 상태가 속박인 동시에 해방일 수도 있는 세계, 깨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몽롱하게 취해 있는 상태 속에 진실이 존재하는 세계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큐피드와 디오니소스의 세계이다. -206쪽

뇌에서 표현의 최종적인 형태는 '예술'이다. [...] 즉 인간의 경험과 행위는 장면과 선율이 되어 표현되는 것이다. -276쪽

클리퍼드 기어츠가 되풀이해서 강조했듯이, 저능아, 어린아이, 미개인 등 세 부류를 동등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미개인은 저능아나 어린아이가 아니며 어린아이의 문화는 미개인의 문화가 아니다. 또한 저능아들은 결코 미개인이나 어린아이가 아니다.-321쪽

우리는 환자의 결함에 너무 많은 주의를 기울였던 것이다. 그래서 변화하지 않는, 상실되지 않고 남아 있는 능력을 거의 간과했다.-339쪽

세계가 어떤 것인가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이야기적인' 혹은 '상징적인' 힘이다. 상징이나 이야기를 통해서 구체적인 현실이 표현되기 때문이다.
[...]
('저능아'라는 말은 아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능이 낮다'라는 말은 결함이 있는 성인을 의미한다. 이러한 개념에는 심오한 진실과 거짓이 한데 섞여 있다.)-341쪽

인간의 영혼은 그 사람의 지능이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381쪽

어떤 자폐증 아이들은 퍼즐 조립이나 장난감 분해 혹은 암호 해독 따위에 비상하게 뛰어나기도 하는데, 그것은 언어학습을 하지 않아서 나타났거나 언어학습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주의나 학습이 비언어적인 시간적, 공간적 작업에만 편중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사벨 래핀-402쪽

그들은 하나의 우주에 사는 것이 아니라 윌리엄 제임스가 말한 '다수 우주' 즉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정확하고, 엄청나게 열정적인 개체들로 이루어진 우주에 살고 있다. -4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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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5-23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8쪽 밑줄 인상적이네요..

부엉이 2006-05-23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CSI에서 한 청각장애인 소년이 부르는데 대답하지 않았다고 해서 죽게되는 장면이 있었어요. 우리들의 판단의 폭은 너무도 좁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와이, 오슬로 - [할인행사]
에리크 포페 감독 / 스타맥스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꿈을 꾸는 한 남자.
꿈은 그가 깨어남과 동시에 현실이 된다.
꿈과 현실은 만화경 속의 이미지들처럼 대칭적으로 재현된다.
꿈은 인물과 사건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현실은 우연을 바탕으로 그 조각들을 연결한다.

영화 중간에 삽입된 만화경의 장면에서 대칭된 이미지들은 움직이고 확산된다. "그 속의 문양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수학적으로 증식되고, 기하학적으로 산포"(진중권, 놀이와 예술의 상상력, 288쪽)되지만, 그것은 우리가 만화경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무한히 다른 이미지를 생산해내기도 한다.
이처럼 남자의 꿈 속에 등장한 인물들과 사건들이 현실 속에 하나씩 그대로 재현되지만, 남자는 자신을 움직여 스스로 꿈의 결말을 바꾸어 버린다.
외따로 떨어진 조각들은 삶으로부터 도망치고 싶고, 사랑을 얻고 싶고, 간절히 기다리지만 또한 그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기도 하고, 여러 번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고 하지만, 그 조각들이 이어지면서 서로 기대고 손을 잡음으로써 삶의 이유를 되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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