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Hygiène de l'assassin, 1992)
아멜리 노통브 Amélie Nothomb(1967- , 벨기에)
김민정 역
문학세계사
 
 
 
 
 
 
 
 
 
 
 
<영화, 1999>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소설이 아멜리 노통브의 첫 발표작일 것이다.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모순 투성이의 대화들의 전주곡.
『앙테크리스타』에서 그 느낌이 폭발할 듯 했는데, 읽다보면 이제까지 내가 겪어본 온갖 부조리함들이 말초신경 곳곳까지 침투하여 발가락을 뒤틀리게 하고, 마치 277일 동안 태평양 망망대해를 표류하다가 처음으로 육지에 발을 디딘 사람마냥 머리가 핑핑돌고 멀미가 솟구쳐 오른다. 
그러면서도 아멜리의 소설들을 읽는 것은 너무 변태적인 것일까?
우리가 곧잘 '변태적'이다 라고 말하는 것들은 아마도 사회적 '금기'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금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즐기고자 하는 욕구, 거기서부터 오는 쾌감. 프로이트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금기에 대해 의식은 '혐오'하고 무의식은 '욕망'한다는 '양가적 감정'의 발견은 참으로 그럴듯 한 것 같다.
몇년 전에 『꼬마 도라와 한스』를 읽다가 어린 나의 무의식을 접하곤 정말 책을 던져버리고 싶을 만큼 구차하게 느껴져서 반쯤 읽다 반납해버린 적이 있다. 그런 걸 보면 성악설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성선설 보다는 성악설이 신의 존재 이유에 더욱 걸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은 언제나 혐오스럽다.
그녀가 문학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언제나 양파처럼 몇겹의 껍질로 둘러싸인 인간 허위의 고발이다. 그녀의 소설들 안에서 부인할수 없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에 언제나 혐오스러운 것이다. 
아멜리 노통브의 지독한 나르시시즘은 자기애에서 자기혐오를 거쳐 자기살해로 종결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결국은 아멜리 노통브 자신의 여러 개의 분신들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다양한 속성을 대표하는. 프루스트는 작품을 작가와 그의 삶으로부터 떼어놓고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아멜리의 소설들을 읽고 있으면 도저히 그럴 수 없다. 너무도 독특한 정신세계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대번에 도대체 이런 글을 쓰는 작가란 어떤 사람인가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말 제목이 달린 것은 국내 출판된 작품들이다.

작품목록
살인자의 건강법 Hygiène de l'Assassin(1992)
사랑의 파괴 Le Sabotage Amoureux(1993)
불쏘시개 Les Combustibles(1994, 희곡)
오후 네시 Les Catilinaires(1995,『반박』으로 출간됐었음)
시간의 옷 Péplum(1996, 원제의 뜻은 고대 그리스의 소매가 없는 여자용 웃옷)
L'existence de Dieu
공격 Attentat(1997)
머큐리 Mercure(1998)
두려움과 떨림 Stupeur et Tremblements(1999)
Le mystère par excellence
Brillant comme une casserole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 Métaphysique des tubes(2000, 원제의 뜻은 '관의 형이상학')
Sans Nom
Aspirine
적의 화장법 Cosmétique de l'ennemi(2001)
로베르 인명사전 Robert des noms propres(2002)
앙테크리스타 Antéchrista(2003)
배고픔의 자서전 La Biographie de la faim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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