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ㅣ 파랑새 청소년문학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롤랑드 코스 편집, 정재곤 옮김, 조르주 르무안 그림 / 파랑새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을 딱 펼치면, 면지에 떠다니는 비행접시 같은 물체가 있다. 바로 마들렌이다.
마치 그렇게 떠다니다 우리의 입 속으로 쏙 들어올 것만 같은 오렌지향 마들렌.
이 책의 주빈은 프루스트라기 보다는 그림작가 조르주 르무안인 것 같다.
가끔 보면 그림이 오히려 독서를 방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조르주 르무안의 그림은 프루스트 글의 서정성과 시적인 특성을 부각시켜주는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작가 약력을 보니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신데 역시 연륜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인가 보다.
파스텔톤의 색연필로 거친 터치를 그대로 살린 그림은 시종 잔잔한 느낌만 주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근데, 그 중 유독 강렬하게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이 있다. 어린 프루스트가 자신의 부모님에 대한 애정과 두려움을 표현한 부분이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뜻하지 않은 호의를 베풀 때마다 나는 아버지의 수염 난 붉은 볼에 달려들어 입 맞추고 싶었지만, 행여 아버지 심기를 거스를까 봐 감히 그러진 못했다. "(40쪽)

(프루스트 박사에겐 죄송하지만) 저런 눈빛을 보고 움찔하지 않을 어린애가 어딨을까.
얼굴의 일부를 가린 구도와 그 속에 감추어진 저 시선. 절묘한 포착이다.
그렇지만 눈가의 주름에선 아주 완고하고 권위적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무뚝뚝한 정이 스며나온다.
짓궂게도 그 옆에는 똘망똘망하면서도 자신의 마음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어린 프루스트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인간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 낸 프루스트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일까.
조금은 다른 시대를 산 이 두 작가 덕택에 덩달아 나의 어린시절도 빛을 발하게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