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와다 마코토 그림 / 열림원 / 1998년 9월
구판절판


그녀의 스윙에 맞추어 세계가 스윙하였다.-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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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15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생때 팝을 들었는데, 나이들며 재즈가 좋습니다.
주로 트럼핏, 색소폰 연주를 듣습니다만 때때로 보컬도 듣지요.
조니 하트만, 카산드라 윌슨, 쳇 베이커, 토니 베넷등을 듣습니다. 하하
잠깐 책소개차 알라딘에 들렀답니다.


부엉이 2007-03-15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도 그러더군요. 나이들면서 젊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느낌들을 같은 음반에서 느낀다고요. ^^ 저 구절 정말 강력하지 않습니까.. ㅎㅎ
 
야간열차 - 꿈꾸는 여행자의 산책로
에릭 파이 지음, 김민정 옮김 / 푸른숲 / 2007년 1월
절판


낮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세상사의 부질없음을 온몸으로 느끼곤 했다고. -13쪽

지나치게 낮만 중요시하는 사회, 사람들이 자신만의 내밀한 영역을 갖지 못하게 방해하는 이 사회가 불법적인 것으로 여겨 내칠 위기에 처한 그 모든 것들이.-14쪽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사람은 빨리 죽을 수밖에 없다. [...] 세상 밖으로 달아나려는 이들의 친구이자 형제가 되어 시간 밖으로 달아날 수 있으니까. -15쪽

여행을 즐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시간관념이 다르다고 말하는 건 결코 과장이 아니다. 특히 열차 여행, 그것도 야간열차 여행을 즐기는 사람의 인생은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에서 한층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철도는 요즘 세상에 몇 안되는 특별한 순찰로, 시간의 틈새를 살펴볼 수 있는 순찰로니까. -38쪽

열차 안에선 느림이라는 것이 사치로 여겨지거나 죄악시되지 않는다. 거기선 뭔가를 '한다'는 게 쓸데없는 짓이다. 그래봤자 무슨 소용인가. 그렇게 해서 열차는 나름대로 사회적 평등을 실현한다. 활동가들은 '무위'에 빠져들고 몽상가들은 활동가들의 재촉과 불평에서 벗어나는 식으로. -39쪽

세 시와 다섯 시 사이, 문명이 저 멀리서 밀려들기 직전이 바로 그런 시간이다. -40쪽

그때 우리는 불안과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 것들은 한곳에 죽치고 있는 사람들, 제 고향을 떠나지 못한 채 밤이면 밤마다 눅눅한 방구석에서 잠들기 위해 애면글면하는 사람들의 몫이었다.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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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로 버지니아 울프 전집 1
버지니어 울프 지음, 박희진 옮김 / 솔출판사 / 1996년 7월
절판


그리고는 그녀의 통찰력의 몇 가닥 남은 처참한 찌꺼기를 가슴에 부둥켜 안고 싶은 느낌을 받았다. -29쪽

만약에 집안의 문이란 문은 항상 열려 있고, 스코틀랜드의 자물쇠 제조업자가 열쇠 하나 수선할 수 없다면 물건들은 망가지게 마련이다. 문이란 문은 모조리 열려 있었다. 그녀는 귀를 기울였다. 거실의 문도 열려 있었고, 현관 문도 역시 열려 있었다. 침실 문들도 열려 있는 듯했다. 그리고 층계참의 창문은 열려 있는 것이 확실했다. 왜 그녀가 확신할 수 있었느냐 하면 그것은 바로 그녀가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창문은 열어야 하고 문은 닫아야 한다는 사실은 간단한데도 아무도 기억할 수 없단 말인가? 그녀가 밤에 하녀의 침실에 들어가보면 창문들을 꼭꼭 닫아서 가마솥 속처럼 해놓고 자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40쪽

즉 그녀를 믿어주지 않는다는 느낌이 신경 쓰인 부분이었던 것이다. 또한 베풀려는, 그리고 남을 도우려는 그녀의 욕망이 결국 따지고 보면 허영이라는 것도 신경 쓰였다. 진실로 그녀 자신의 만족감만을 위한 것이었단 말인가? 그녀가 그렇게나 거의 본능적으로 돕고 베풀기를 원해서, 사람들이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오오 램지 부인! 사랑하는 램지 부인..... 물론 두말 할 나위 없이 램지 부인이지!"라고 말하고, 그녀를 필요로 하고, 그녀를 부르러 사람을 보내고, 그녀를 찬미하는 것이? 은밀히 그녀가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었던가,-58쪽

남녀간의 사랑보다 더 심각한 것이 무엇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 내면에 죽음의 씨앗을 지니고 있는 이 사랑보다 더 인상적이고 힘있는 것이 무엇이겠는가,-134쪽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여자들은 항상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게 아닌데, 이것보다 더 따분하고, 유치하고, 비인간적인 것은 없는데, 라고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필요한 것이다. -137쪽

그들이 아무리 오래 살아도 그들의 인생에 그녀가 짜여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은 그녀를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게 했다.-151쪽

그림의 구성에서 잠깐 막히는 곳이 있어 손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 그녀는, 그러나 죽은 사람들이라니, 한 발자국 가량 물러서면서 죽은 자들이라니! 하고 생각하고는, 우리는 죽은 자들을 동정하고, 한쪽으로 밀어젖히고, 심지어는 약간 경멸하기까지 한다고 릴리는 중얼거렸다. 그들은 우리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존재들인 것이다. 부인은 빛이 바래 사라졌다고 릴리는 생각했다. 우리는 죽은 부인들의 욕망을 무시하고, 그녀의 한계가 있는 구식 생각들을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부인은 우리에게서 점점 더 멀어진다. 속으로 비아냥거리며 릴리는 부인이 저기 세월의 복도 끝에서 말도 안 되는 많은 것 가운데서도 "결혼해라, 결혼해라!" 하고 말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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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의 픽션
박형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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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럽게 무거운 칼을 내던지고는 수화기를 들었다. -49쪽

가을이라 하늘은 파랗고 이따금씩 지나가는 바람에는 쥐포 굽는 냄새가 섞여 있다.-54쪽

일단 발생한 소리는 거의 사라지지 않고 이틀 간격으로 심연을 한 바퀴 돌아 진원지로 되돌아왔기 때문에, 도떼기시장이 되지 않도록 지역의회에서 일주일마다 대칭음파를 쏘아 깨끗이 상쇄시키곤 했다.-59쪽

어쨌든 사람들은 세상엔 죽은 존재를 위한 부분도 존재함을, 또 그 부분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며 심지어는 우리 삶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간혹 부드럽게 겹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견 없이 받아들였다.-100쪽

애초에 발견되었을 때부터 자기 내부에 망각을 품고 있었으니, 어쩌면 길은 사람들에 의해 지워진 게 아니라 스스로 자전거를 몰아 자기 속으로 달려간 것인지도 모른다. -105쪽

"응? 넌 오리랑 오리너구리도 구분 못 하지, 이 쌍노무 새끼야. 응? 넌 오리랑 오리너구리도 구분 못 하지? 얘들은 무엇이냐? 응? 얘들은 무엇이냐, 응? 이 씨팔 새끼야, 얘들은 인디언이란 말야!"-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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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파랑새 청소년문학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롤랑드 코스 편집, 정재곤 옮김, 조르주 르무안 그림 / 파랑새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을 딱 펼치면, 면지에 떠다니는 비행접시 같은 물체가 있다. 바로 마들렌이다.
마치 그렇게 떠다니다 우리의 입 속으로 쏙 들어올 것만 같은 오렌지향 마들렌.
 
이 책의 주빈은 프루스트라기 보다는 그림작가 조르주 르무안인 것 같다.   
가끔 보면 그림이 오히려 독서를 방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조르주 르무안의 그림은 프루스트 글의 서정성과 시적인 특성을 부각시켜주는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작가 약력을 보니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신데 역시 연륜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인가 보다.

파스텔톤의 색연필로 거친 터치를 그대로 살린 그림은 시종 잔잔한 느낌만 주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근데, 그 중 유독 강렬하게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이 있다. 어린 프루스트가 자신의 부모님에 대한  애정과 두려움을 표현한 부분이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뜻하지 않은 호의를 베풀 때마다 나는 아버지의 수염 난 붉은 볼에 달려들어 입 맞추고 싶었지만, 행여 아버지 심기를 거스를까 봐 감히 그러진 못했다. "(40쪽)

 

                                                                     

(프루스트 박사에겐 죄송하지만) 저런 눈빛을 보고 움찔하지 않을 어린애가 어딨을까.
얼굴의 일부를 가린 구도와 그 속에 감추어진 저 시선. 절묘한 포착이다. 
그렇지만 눈가의 주름에선 아주 완고하고 권위적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무뚝뚝한 정이 스며나온다.
짓궂게도 그 옆에는 똘망똘망하면서도 자신의 마음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어린 프루스트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인간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 낸 프루스트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일까.
조금은 다른 시대를 산 이 두 작가 덕택에 덩달아 나의 어린시절도 빛을 발하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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