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세상사의 부질없음을 온몸으로 느끼곤 했다고. -13쪽
지나치게 낮만 중요시하는 사회, 사람들이 자신만의 내밀한 영역을 갖지 못하게 방해하는 이 사회가 불법적인 것으로 여겨 내칠 위기에 처한 그 모든 것들이.-14쪽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사람은 빨리 죽을 수밖에 없다. [...] 세상 밖으로 달아나려는 이들의 친구이자 형제가 되어 시간 밖으로 달아날 수 있으니까. -15쪽
여행을 즐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시간관념이 다르다고 말하는 건 결코 과장이 아니다. 특히 열차 여행, 그것도 야간열차 여행을 즐기는 사람의 인생은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에서 한층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철도는 요즘 세상에 몇 안되는 특별한 순찰로, 시간의 틈새를 살펴볼 수 있는 순찰로니까. -38쪽
열차 안에선 느림이라는 것이 사치로 여겨지거나 죄악시되지 않는다. 거기선 뭔가를 '한다'는 게 쓸데없는 짓이다. 그래봤자 무슨 소용인가. 그렇게 해서 열차는 나름대로 사회적 평등을 실현한다. 활동가들은 '무위'에 빠져들고 몽상가들은 활동가들의 재촉과 불평에서 벗어나는 식으로. -39쪽
세 시와 다섯 시 사이, 문명이 저 멀리서 밀려들기 직전이 바로 그런 시간이다. -40쪽
그때 우리는 불안과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 것들은 한곳에 죽치고 있는 사람들, 제 고향을 떠나지 못한 채 밤이면 밤마다 눅눅한 방구석에서 잠들기 위해 애면글면하는 사람들의 몫이었다.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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