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알라디너의 중고책 탐구생활이에요.
#1.
돌아다니다 괜찮은 중고책을 찜해놓아요.
중고책 입고 문자가 오면 잽싸게 장바구니에 집어넣어요.
어라, 1권이면 배송료가 2,500원.
를 눌러 그 중고샵의 리스트를 샅샅이 뒤져요.
함께 구입하면 좋은 책이 없는지 살펴보아요.
젠장, 어떤 샵은 책이 수 백 권이에요.
이 잡듯이 뒤지면 몇 시간이 후딱 지나가요.
예전엔 헌책방 가서 몇 시간 책 뒤지며 놀았어요.
지금은 인터넷 미리보기로 중고책을 뒤지며 놀아요.
'아니, 세상에 이런 책이 있다니?'
오늘도 신기하고 새로운 책을 발견했어요.
이름도 못 들어본 책이 내용은 몹시 판타스틱해요.
갑자기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되니, 내가 점점 똑똑해지는 기분이에요.
잠시 교양있고 센스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아요.
"어머나, 그런 것도 알고 계셨어요?"
허영심이 마음껏 부풀어 올라요.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번져요.
아, 오늘도 보람찬 하루.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골라넣고 돌아왔어요.
그. 책.이. 없.어.요.
장바구니엔 이 책, 저 책, 요 책, 조 책,
갖가지 책들이 교양있고 아름답게 쌓여 있는데
원래 사려던 그 책이 팔리고 없어요.
아... C. 팔...렸......
허탈감이 물밀듯이 아스트랄하게 밀려와요.
#2.
자꾸 반복되면 이젠 마구 질러요.
한 권이라도 눈에 띄면 질러놓고 보아요.
어떨 땐 배송료가 책 값 보다 더 나와요.
찜해놓은 중고책이 떴다고 문자 오면
가까운 컴퓨터로 마구 달려 가봐요.
'이런 책, 나 말고 누가 또 보겠어?'
혼자만의 착각이에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세상은 넓고, 오타쿠는 많아요.
알고보면 나 말고도 책 살 사람 또 있어요.
#3.
이제는 슬슬 품절을 즐겨요.
사도 그만, 안 사도 그만이지만
내가 아니라도 누가 보면 좋겠다는 책들이 있어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 아무튼 그런 책이 있어요.
광고를 안한 책들, 묵혀놔도 좋은 책들,
반짝 꺄아~ 호들갑에 땡쓰투 받고 사라질 책이 아니라
가지고 있어도 몇 권 사서 선물하고 싶은 책이 있어요.
일단은 곱게 장바구니에 담아 놓아요.
'알라딘 중고샵' 책이 특히 부담 없어요.
새책과 함께라면 배송료 걱정 없으니
언젠가 올 그 날을 생각하며 몹시 가슴이 설레요.
오늘도 장바구니로 로그인을 해봐요.
가슴이 철~렁해요.
그런데 살짝 기분이 좋아져요.
난 왠지 매저키스트?
아, 이 책을 알아봐 주셨군요...
감사해요. 나 대신 이 책을 데려가다니...
그렇죠, 이 정도 대접은 받아야 마땅해요.
당신, 진정으로 책을 알아보는 사람이야.
멋져요...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
잠깐,
혹시... 알라딘에 서식 중인 생물인가요?
어떻게 알림 문자 온지 단 5분만에?
......
젠장, 이 책만은 안되는데.
ㅠ.ㅠ
- 이상, 어느 알라디너의 변태적인 취미생활이었어요.
P.S.
정말로 구하고 싶던 책, 절판된 책들이 있어요.
이 짓 하다 판매완료 메시지가 떠 있으면
참말로 귀가 막히고 코가 다 막혀요.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