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 - 숲에서 만나는 마음 치유 Self Forest Therapy
최정순 지음 / 황소걸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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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도 치유 받는구나 싶은 책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 - 숲에서 만나는 마음 치유]를 통해 숲 해설가이자 산림치유 지도사인 작가님의 글과 사진을 만났기에 못 보던 것을 보게 되고 듣지 않았던 것의 의미를 찾게 되었습니다. 비어 있다고 생각한 모든 곳에 자연이, 나를 위한 무엇이, 우리를 감싸는 뭔가가 존재한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봄꽃이 만발한 거리를 걸을 때도 좋고, 여름을 듬뿍 머금은 숲을 걷다가 올려다 보는 나무가 만든 바람길도 좋습니다. 색으로 물들어 자신을 뽐내는 나무들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고 하늘의 날던 시간을 즐기다 땅에 떨어져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인 어치를 만나는 날도 찾아 옵니다.

작가님이 특별한 곳을 찾아다닌 것이 아니기에 제 주변에도 그런 나무는 늘 있었을 텐데 눈여겨 보지 못해 소중한 존재들을 지우고 살았습니다. 한겨울을 견뎌내며 다 말라버린 그 잎들을 떨궈내지 않는 단풍나무를 보며 ‘나처럼 귀찮은게 많은 나무인가?‘하는 정도로만 넘어갔는데 작가님은 마른 잎을 떼어내고 그 자리에서 봄을 기다리는 겨울눈을 발견합니다. 추운 겨울, 다 말라버린 잎이지만 다음에 나올 잎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나무에 머물러 주고 있었을까, 자식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 시인이 되고 싶은 때가 있었습니다. 시를 쓰려고 노력하다가 나에게 생각이나 느낌을 시로 요리하는 재주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내 성질에도 맞지 않았는지 현상이나 기분을 다른 말로 만들어내는 일이 답답하고 불편하고 성가시게 느껴졌습니다. 머리 쓰지 않고 신나게 놀다가 행복해지는 게 내 성질에 더 맞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인이 될 수 없으면 시가 되라는 말을 만났습니다. 그 말이 얼마나 좋던지요! 가당찮지만 그날부터 내가 시가 되기로 했습니다. 아무도 몰래 마음속으로 작정한 일이니 누구한테 들켜 우세를 살 일도 없고, 부끄러워하지도 않아도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시를 쓸 이유도, 시인이 될 이유도 사라졌습니다. 그냥 지금처럼 살면 됐습니다. 사는 게 더 쉬워졌습니다. 지금 내가 걷는 길이 목적지인 것처럼 말입니다. (106쪽)

시인이 될 재주가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를 읽다보면 저절로 글들이 참 시 같다는 생각이 들고, 결코 몰랐던 세상을 보는 눈이 새로 생긴 것 같습니다. 목적지를 정하고 가는 길이 아닌 그냥 내가 걷는 이 길이 목적지로 가는 길이라는 마음을 얻었습니다. 태어날 때의 수 많은 경쟁을 뚫고 이세상에 와서 또 남들보다 높이, 멀리 날아가고자 할 필요가 뭐 있을까 싶어집니다. 적당히 나무들처럼 서로 간격을 유지하며 너도 옳고 나도 옳고 지금 행복한 그런 마음을 얻고 갑니다. 숲은 치유의 공간인 동시에 동지이고 벗입니다. 힘든 분들께 꼭 추천합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 되시는 분들께도 추천합니다. 답은 자신 안에 있음을, 결국 치유는 당신이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읽다보면 명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매미의 울음소리가 안쓰러워지고, 시맨트 벽에 뿌리내린 초록 생명들이 대견해지고, 때론 독초를 먹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애벌레들이 참으로 대단하다 여기게 될 것입니다. 누구라도 말입니다. 가을이 오는 계절에 두번, 세번 추천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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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시 아이들은 책으로 배운다는 농업, 임업과 어업 등등을 어릴적 직접 겪은 저는 막연히 은퇴 후 귀농을 꿈꾸고 있습니다. 풍요로웠던 자연을 기억하고 자유로웠던 시간을 기억하기에 지금이라도 그 시간속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늘 가슴 한켠에 자리잡고 있어 쳇바퀴 돌듯 매일 학교와 학원을 전전하는 아들에게도 저의 어린시절과 같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도 늘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낸 초록 분홍 마을]의 소개글은 그런 저에게 이런 방법도 있어요~하고 알려주는 책이었고, 읽고 나니 앗차차~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학교의 e알리미 서비스에 올라왔다는 농촌유학 프로그램 설문 조사를 본 적이 없었고, 실제로 프로그램을 알았다고 해도 맞벌이 부부에겐 프로그램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아쉬웠지만 또 덕분에 굳이 연고지를 찾아서 완전한 귀농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반년살이 체험을 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알아보고 상상했던 농촌에서의 생활과 실제 사는 삶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지낸 초록 분홍 마을]의 부제목은 ‘순천에서 반년 동안 농촌유학을 경험한 한 가족의 이야기‘ 입니다.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첫째와 예비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 그리고 저자인 최설희 님이 전남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 참여에 지원서를 내고 당첨되어 배정 받은 곳이 바로 서울에서 세 시간 거리의 순천 입니다. 함께 농촌유학을 온 네 가족이 순천 주동마을에 설치 된 농막에서의 6개월을 보내는 동안 서울이라면 결코 체험하지 못했을 시골학교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체험들, 순천의 봄이면 그려지는 매화꽃 가득한 자연과 주말이면 부지런히 다닌 나들이 사진들과 동네 이장님을 따라 일손을 돕고, 마을 주민으로 유산각 청소를 하며 ‘울력합시다‘라는 말의 뜻을 알아가는 시간들이 따스하게 담겨져 있어 올해 봄과 여름의 순천은 놓쳤더라도 서서히 다가오는 가을과 겨울엔 한번쯤 여행가고 싶어지는 곳으로 순천이 다가왔습니다.

하루하루 자라나는 상추에서 씨를 어떻게 받는지 몰라 어리둥절했던 경험, 초록의 작은 열매에 봉지를 씌워 한두 달이 지나면 과육이 딱딱하게 들어찬 복숭아로 자라는 모습, 아이 생일 파티에 햄버거 간식을 반기는 동네분들, 하얀꽃이 그렇게 예쁜 줄 몰랐던 당근까지 [우리가 지낸 초록 분홍 마을]안에 살포시 담겨있습니다. 책의 마무리글에는 농촌유학 프로그램 참가를 원하는 가족들을 위해 농촌유학의 장점과 단점, 필요한 준비사항 또한 자세히 실려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도 있었겠지만 글로 사진으로 구경하는 농촌유학 경험은 너무나 부럽습니다. 사람 간의 정이 넘쳐나는 한 가족의 이야기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 합니다. 귀농은 아니어도 주말 농장이라도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 입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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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궁궐 기담
현찬양 지음 / 엘릭시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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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년간은 경복궁이 보이는 곳에서 근무를 하다가 최근 4~5년을 경희궁을 지척에 두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소설에 많이 등장하는 한양의 구중궁궐들을 넘어지면 코 닿는 곳에서 내내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가끔은 시공간을 넘어 조선시대로, 초가 집이 즐비했다는 옛날 고개들로, 어쩌면 궁궐의 비밀들이 흘러내렸을 청계천으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관한 전설을 머금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은 재미와 흥미 이외에도 설마하는 순간 이세계로 끌려들어가는 미지의 문처럼, 금기시 되는 줄 알면서도 들여다 보고 싶은 우물처럼 말을 걸어왔습니다. 몰랐으니 이제는 알아야 한다는 듯 말입니다.

고려의 장수였으나 회군하여 새로운 나라를 세운 태조, 형제들과 수 많은 정적들의 목숨줄을 끊어가며 지존의 자리에 앉은 태종,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지켜본 경복궁과 태조대왕의 정비였던 신덕왕후였으나 태종에 의해 강씨 부인으로 강등 된 왕비가 돌아가신 팔월 초닷새부터 삼봉 선생이 돌아가신 날까지 딱 이 주간 궁궐 지붕에 앉아 우는 고양이매(부엉이)를 시작으로 그야말로 기담이 흘러 나옵니다. 경복궁 교태전이 세워지기 전 바로 그 자리에서 살았던 장백희가 들려주는 도깨비집터 이야기와 후궁 간택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태종이 교태전을 냉궁으로 만들어 중전을 감금하고, 새로 간택 된 후궁 정의궁주의 사가에서 온 식솔 단지는 임금의 총애를 받는 주인만을 믿고 방자하게 굴다가 궁궐에선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궁녀 규칙 조례‘를 전달 받지도, 주의를 받지도 못하고 궁녀들에게 함부로 하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건까지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도깨비 장난에 놀아난 듯, 스물여섯 살 장백희의 주술에 걸려든 듯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바로 그 열지 말라는 문 너머로, 들여다 보지 말라던 우물 속으로.

어떤이는 볼 수 있지만, 다른이는 전혀 볼 수도 믿을 수도 없는 존재가 사람의 형태만을 뒤집어 쓰고 있다면, 그런 존재가 버젓이 우리의 일상을 함께 하고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무섭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재미로 하는 그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만들어내는 두려움을 먹고 자라며, 호기심에 생명을 갉아먹히면서도 결코 멈출 수 없는 달콤한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즈음 홀연히 나타나 알고 잡아먹히는 걸 택할지, 모르고 잠식당하는 걸 택할지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떤 것을 택하시겠습니까?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의 이야기엔 과연 어떤 선택을 했는지 궁금하실텐데 독자의 즐거움을 위해 스포는 여기까지.

유교의 나라를 세웠다고 하지만 사랑하는 왕후의 건강을 빌기 위해 승려들을 모아 [금강경]을 외우며 기도를 하게 하고, ‘군자불어괴력난신‘이라 말하고 귀신처럼 삿된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공표하면서 괴인 강수에게 도움을 청하는 왕과 도깨비 뿔이 눈에 보이는 이들과 뿔을 보지 못하는 이들이지만 실체가 있음을 아는 이들, 늦은 밤이면 기담을 즐기는 궁녀들의 방에 찾아와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기담을 더하는 경안궁주와 기절할 것 같은 외전에 실린 진실과 과연 무엇이 더 무서운 존재인지 던지는 질문이 난무한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을 읽으며 옛날이야기 듣는 기분도 느끼고 몰랐던 궁궐에서 행해졌던 행사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궁궐의 지붕 위에 기물들 중에 손오공과 함께 모험을 떠났던 삼장법사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무엇보다 ‘비비‘라는 귀여운 이름에 이무기와 비슷한 용이 되지 못한 괴물(?)의 존재와 인간과의 공생관계는 충격을 주었습니다. 추석 연휴 동안 궁녀들의 비밀 이야기 세계에 푹빠져 지냈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딱 긴 여름밤 읽기에 좋은 소설로 추천합니다. 단, 심장이 약하신 분은 뒤돌아 가시길.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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