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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 25년간 부검을 하며 깨달은 죽음을 이해하고 삶을 사랑하는 법
프로일라인 토트 지음, 이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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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고 남들은 웃는다.
남들은 울고 나는 웃는다.

인생의 처음과 끝이 이렇다면 그 삶은 행복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태어날 때 힘들고 벅찬 마음에 우는 ‘나‘와 새생명을 기다리던 가족들의 웃음소리로 시작된 삶이 이만하면 행복한 삶이었노라 웃으며 이별을 말하는 ‘나‘와 못내 아쉬움에 울음소리를 내는 가족들로 가득한 삶이라니 축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 조금은 특별한 프로일라인 토트(‘죽음의 여사‘)의 책 [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를 소개합니다. 본명 유디트 브라우나이스는 25년간 부검 어시스트로 활동하며 동시에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애도 상담가 이기도 한 저자는 판타지 소설에 등장할 만한 여러 에피소드들-자신이 생생하게 경험한-을 이 책을 통해 들려주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부검 어시스트‘라는 직업은 독일의 경우 의료 해부 및 부검 어시스트 직업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시험을 통과하면 부검의 또는 법의학자와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어 저자인 에디트 역시 베를린 직업학교에서 자격을 획득하고 1998년 늦가을엔 뮌헨 공대 병리과의 부검 어시스트로 자리잡아 갔습니다. 그리고 6년 후 외할머니의 죽음과 대면하면서 애통해하는 가족들 이외에 그들의 슬픔을 위로해주고 옳바른 절차에 따라 고인을 보내는 장례과정에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녀는 부검실 옆에 추모의 공간을 만들고 매장을 위해 장의사에게 시신이 전달 되기 전 부검된 이들의 육신을 유족들이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애도 할 수 있게 애도 상담가로 역할을 확장하는데까지 다다릅니다.

독일은 부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서에 의해서만 부검이 이뤄지는 지금과는 달리 과거엔 대부분의 사망에는 부검이 필수 사항이었습니다. 범죄로 인한 사망이든, 사고로 인한 사망이든, 병원에서의 치료 중 사망이든 자연스런 죽음이든 모든 죽음에 대하여 부검 절차가 이뤄지고 나서야 장례가 진행 되었기에 유디트에겐 낙태 된 아이나 사산 된 아이-아주 작은 영혼들은 별 아기 혹은 나비 아기라 불렸다-에서부터 몸무게 250 킬로그램의 성인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확인 할 의무가 주어졌습니다. 한적한 묘지에서 편안함을 그끼는 유디트, 그녀에게 사후의 세계에 존재들이 이들이 보내는 메시지, 그런 그녀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남편과 랄레라는 이름을 가진 호박색 눈의 노란 수고양이와 함께 놀랍게도 팬데믹의 혼란한 세상마저 잘 버티고 이겨낸 그녀는 현재도 죽음을 사랑하기에 더욱 열심히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진심이 통하여 말로 하지 않아도 위로 받는 기분을 느끼는 것 처럼 프로일라인 토트 유디트 브라우나이스의 [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태어나는 순간 누구나 그 끝에 죽음이 있다고, 그렇기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 잘 살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천국에 고양이가 존재하리라는 상상만으로도 위로 받는 것처럼 우리의 마지막이 외롭고 쓸쓸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유쾌하고 독특한 매력의 책 [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추천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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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10-16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검 어시스트는 좀 낯설군요. 장례 지도사나 죽은 사람들의 집을 청소하는 분들의 책은 읽어봤는데 독일에는 저런 이름의 정식 직업이 있군요. 말 그대로 알몸으로 왔다가 알몸으로 돌아가는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죽음에 있어서도 비용과 절차가 필요하고 남은 사람들이 잘 살아가기 위한 애도의 과정도 필요하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부검해야 한다면 더 힘들 것 같아요. 근데, 저 이쁜 바구니 속 고양이들 예뻐요. 바구니도 이쁘고 고양이도 예쁘고~~^^

현준아사랑해 2022-10-16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검을 한다면 법의학자 또는 의사와 간호사만 생각했는데 저도 생소한 직업(?)이었어요. 부검 어시스트~ 리뷰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감사합니다. 의외로 죽음가까이 있는 이들의 책이 밝아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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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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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1월 세 번째 금요일이면 데이토대학 미식축구부원들과 매니저들이 모여 동창회를 합니다. 졸업한지 벌써 10년도 넘어 모두들 서른 중반의 나이가 되었지만 4학년 리그전에서 쿼터백(QB) 데쓰로의 실수로 인해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했던 에피소드는 그들을 다시 20대로 되돌려 놓습니다. 미식축구부의 매니저였던 리사코와 결혼한 데쓰로, 또 한 명의 여성 매니저였던 하우라 미쓰키는 졸업 후 건축회사에 다니다 거래은행의 남자와 결혼을 해 아이도 있다는 소식은 들려왔으나 모임에 참석하지 않아 다들 궁금해 합니다. 다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데쓰로와 스가이도 각자의 길을 가려는 데 가게 건너편에 서 있는 히우라 미쓰키를 발견하게 됩니다. 위태로워 보이고, 어딘지 달라진 그녀를.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미쓰키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데쓰로는 아내인 리사코가 미쓰키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스가이까지 함께 모인 자리에서 미쓰키는 자신의 직장 동료를 스토킹하는 남자를 우발적으로 죽이게 되었다며 자수 할 생각이라고 말합니다. 마침 동창 모임이 있는 날인 걸 기억해낸 미쓰키는 마지막으로 친구들 얼굴이라도 보려했다는 말과 함께 자신이 몸은 여성이지만 마음은 늘 남자였다며 성정체성장애로 인해 남편과 아이를 두고 집을 나오게 된 사연까지 털어놓습니다. 하나의 팀을 이뤄 상대방을 물리치던 미식축구부원들이었지만 이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기에 미쓰키를 도울 방법에 대해서도,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각자의 위치를 기준 삼아 접근하게 됩니다.

소설 [외사랑]은 지금 읽어도 별 거슬림없이 읽혀져 당연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스마트폰이 존재하지 않던 1999년 8월 26일부터 2000년 11월 23일까지 ‘주간문춘‘에 연재되었던 소설 입니다. 이를 가만하면 상당히 세련된 이야기이자 21세기의 화두인 젠더갈등과 남성, 여성의 차이, 성차별, 동성애와 성정체성장애라는 다방면의 문제의식을 품고 여러 질문을 던지는 작품 입니다. 평생을 여자의 모습으로 여자의 삶을 살았으나 결코 행복하지 못했던 미쓰키가 그렇게 원했던 남자가 되기 위해 가족을 떠나고 자신의 성대에 상처를 내 목소리를 바꾸고 호르몬 주사를 맞아가며 수염까지 기르다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도망자 신세가 되어 다시 여자로 돌아가는 신체 변화에 괴로워하는 모습은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이해가 안됩니다. 여자이면서 남자이고, 남자이면서 여자인 뫼비우스의 띠 위에 놓인 사람들을 특별하다 생각했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여성도, 여성적인 면이 완벽히 사라진 남성도 없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또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엔 장벽들이 많은 것도 사실 입니다.

소설의 연재가 끝난지 20여년이 지났으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갈등과 차별, 차이와 편견이 존재합니다. ‘오히려 치료해야 하는 건 소수를 배제하려는 사회‘(423쪽)라고 본 작가의 생각이 본질을 꿰뚫어보는 시선 같아 놀랍고 너무나 당연하게 남성과 여성으로 이등분 했던 무형의 가림판에 대해 비로소 ‘언제부터, 왜, 어떻게 생겨났을까‘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불법인줄 알면서도, 자신이 쌓은 모든 것을 버리고서라도, 육체가 아닌 정신적 성을 찾아가는 것이 과연 행복한 삶인지도 고민하게 됩니다. 다양한 관계와 과거와 현재의 변화된 사회적 위치로 인해, 졸업 후 10년의 세월이 지닌 시간의 무게에 또 나름의 각자가 가진 개성까지 섞여 복잡한 미스터리추리 소설의 형식을 취하지만 [외사랑]은 보편적인 시각에 대한 반기를 든 소설로 저에게 다가옵니다. 새로운 옷을 입고 20년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온 [외사랑] 추천합니다.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과연 진실은. 그리고 결말은...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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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10-15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런 소설도 썼군요. 읽어봐야겠네요.

현준아사랑해 2022-10-15 13:22   좋아요 1 | URL
스릴 넘치는 미스터리 소설은 아니지만 젠더와 성정체성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입니다~~ 밀레니엄으로 혼란의 시기에 연재한 소설이라니 시대를 앞서간 소설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리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