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혁명은 고귀한 가치 때문이 아니라 증세 때문에 일어난 것!
우리 인간들은 '돈'이라고 지칭하는 수단이 없으면 아무런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전쟁들도 결국 돈이 있어야 하고, 혁명을 뒷받침해 주는 것도 결국 돈입니다. 비록 제목은 『풍요와 거품의 역사』지만 그것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대혁명도 마찬가지였다. 자유, 평등, 박애 등 고귀한 말은 단지 겉포장으로 붙인 수사였을 뿐이다. 실제 원인은 '돈'이었다. 정확히는 '증세 논란'이, "세금을 늘려야 하나?"와 "늘린다면, 누가 부담해야 하나?"를 두고 벌어진 다툼이 혁명으로 연결된 것이다. 180쪽
인류 역사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시대를 불문하고 언제나 돈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시민들이 자유, 박애, 평등이라는 고귀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일어났다고 믿고 있는 프랑스대혁명 또한 주된 원인은 '돈'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프랑스는 크게 성직자로 구성된 제1계급, 귀족으로 구성된 제2계급, 시민으로 구성된 제3계급으로 계급이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이중 성직자와 귀족들은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 특권을 누렸고, 가난한 시민들은 세금을 낼 돈이 없었습니다. 결국 제3계급인 시민들 중에서도 부유한 시민들인 부르주아들이 세금을 감당해 내고 있었는데, 당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았던 프랑스가 증세에 나선 것입니다.
화가 난 부르주아들은 자유, 박애, 평등이라는 고귀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직자나 귀족들도 내지 않는 세금을 더 내기 싫어서 가난한 시민들을 선동했습니다. 자신들의 혁명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서 그 어느 왕보다 검소하게 생활할 수 밖에 없었던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치가 심해서 나라가 어렵다는 헛소문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어라고 했다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말도 부르주아들이 꾸며낸 것이라고 합니다.
역대 왕들은 '지폐'를 발행해 사기를 칠 지언정, '증세'는 가급적이면 피하고자 했습니다. '증세'는 이처럼 반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루이 16세는 그토록 많은 왕들이 피하고자 했던 '증세' 정책을 선택한 죄로 왕의 자리에서 내쳐지고, 목까지 내쳐졌던 것입니다.
부르주아들은 자신들이 권력 획득을 위해 선동한 상퀼로트보다 오히려 루이 16세를 비롯한 상류층에게 더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188쪽
프랑스대혁명 당시 앞에 서서 시민들을 이끌었던 부르주아들 또한 가난한 시민 계급보다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상류층에게 더 큰 동질감을 느꼈고, 자신들도 그런 특권을 누리고 싶어했습니다. 원래 인간의 본성이란 그런 것인가 봅니다.
인간의 본성은 매우 자본주의적이다. 사실 인간은 평등 따위는 바라지 않는다. 세상에 나보다 잘나고 부유한 자와의 평등을 외치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나보다 못나고 가난한 자와의 평등을 원하는 인간이 있던가? 모든 인간은 평등이 아닌 격차를, 그것도 내가 위에 올라서는 격차를 원한다. 남보다 더 성공하고,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강력한 권력을 누리고 싶어 한다. 그 열망이야말로 인간에게 제일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249쪽
이 세상의 부는 모든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살기에 충분하지만, 부자의 욕심을 채우기에는 부족하다. 47쪽
자본에는 국격이 없고, 자본가들에게는 애국심도, 고결함도 없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이익뿐이다. 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