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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부동산 - 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집과 땅 이야기 ㅣ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4
손낙구 지음, 김용민 그림 / 철수와영희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때 땅과 건물을 사려고 계획한 적이 있다. 현재 세 들어 살고 있는 건물주가 터무니없이 월세를 많이 올리려 했기 때문이다. 3년 전에는 1억에 계약을 했고, 1년 전에는 20만원의 월세로 재계약을 했고, 이번에는 50만원을 요구하는 게 아니겠는가. 차리라 그 돈을 낼 바에야 땅과 건물을 사서 이자를 내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대체 왜 우리나라는 월세가 비싼 걸까? 집이든 건물이든 왜 전월세로 사는 사람들에겐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걸까? 상가보호법이 있다고 해도 왜 무용지물인 걸까? 정말로 우리나라에는 집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 외국도 과연 우리나라와 똑같은 형편일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른인 내가 이런 처지라면 아이들은 또 어떨까?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 방법이 없을까?
손낙구의 〈10대와 통하는 부동산〉은 청소년들이 꼭 알아야 할 집과 땅에 관한 이야기를 알려주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비싸지 않다면 지금보다 훨씬 넓은 방과 큰 집에서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값이 너무 비싸 셋방조차 구하지 못하는 현실 앞에 발만 동동 굴러야 할 때가 많다. 이사를 자주 하는 바람에 친구들과 오래 사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너무 서글픈 현실이다.
"2009년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집은 1,446만 채입니다. 그런데 집이 필요한 가구는 1,302만 가구입니다. 모든 국민이 가구당 한 채씩 집을 갖고도 144만 채가 남아도는 상황인 것이죠. 그만큼 그 동안 집을 많이 지었기 때문입니다. 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누면 주택보급률 11%가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 집이 남아돌기 시작했습니다. 집이 남아도는데도 국민 10명 중 4명꼴로 셋방에 사는 것은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45쪽)
그렇다.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너도 나도 집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다. 거기다가 돈 많은 사람들이 여러 채의 집을 갖고서 임대를 내주고 있는 것도 커다란 문제다. 이 책을 보니2005년 기준으로 혼자서 1,083채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고, 혼자서 819채, 그리고 577채를 가진 집 부자들이 있었다. 최고로 많이 가지고 있는 집 부자 10명이 가진 집이 5,508채라고 했으니, 한 사람당 평균 550채를 갖고 있는 셈이 된다. 그에 반하여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꼴로 남의 집을 떠돌며 산다는데, 해도 해도 너무한 일 아닌가?
그럼 다른 나라는 어떨까? 이 책에는 독일과 네덜란드와 싱가포르의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 독일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선진국이지만 우리나라처럼 집 없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한다. 독일 가구 중 셋방 가구는 55%나 된다고 하니, 우리의 41%보다 더 많은 환경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독일이 지닌 장점이 있는데, 한 번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은 평균 13년 동안 살 수 있다는 게 그것이다. 우리나라가 2년에 한 번꼴로 이사해야 하는 경우에 비하면 그야말로 천국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더욱이 월세값을 올리는 것도 주인 맘대로 할 수 없도록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도 이래야 되지 않을까?
네덜란드는 국민 중 56%가 자신이 소유한 집에서 살고 있고, 44%는 셋방에 산다고 한다. 이는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고 한다. 셋방에 사는 44% 국민 가운데 34%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공기업 성격의 주택조합이 소유한 공공임대주택에 세 들어 산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월세보조금도 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공공임대주택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마저도 비싸다는 게 문제요, 변동률도 크다는 게 더 문제다.
싱가포르는 어떨까?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도시화율이 100%인 나라라고 한다. 그만큼 좁은 국토에 인구가 많은데다 모두가 도시에 살고 있으니 주택문제가 심각할 것 같은 나라다. 하지만 국민 10명 중 9명이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걸까? 이 책을 보니 땅을 정부가 소유하고 있고, 집값도 한 가구당 1년간 버는 평균 소득의 2배 밖에 안 되는 게 그 이유라고 한다. 싱가포르는 1960년대부터 정부가 땅을 모두 사들여 투기바람을 완전히 잠재웠다고 한다.
"짓기도 전에 팔 수 있는 선분양 제도는 1970년대에 박정희 정부가 재벌에게 준 특혜입니다. 또 한국 외에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제도입니다. 선분양 제도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땅을 마련한 뒤부터는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팔 수 있기 때문에 재벌에게는 매우 유리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소비자는 매우 불리합니다. 미리 돈을 내야 할 뿐 아니라, 짓는 사이에 가격이 떨어지면 그 손해를 소비자가 져야 합니다."(103쪽)
이것이 우리나라 부동산의 현주소라고 지적하고 있다. 재벌 대기업들이 아파트를 짓는 사업을 벌이고 있고, 그것을 선분양 제도로 모든 고통을 서민들에게 떠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집이 넘쳐나는데도 집에 못 들어가 사는 사람들을 위해 바꿔야 하지 않을까? 어떤 책에서 말하듯 집 없는 사람들이 '분노'해야 하지 않을까?
그건, 이 책에도 나와 있듯이, 독일 국민들 특히 셋방 사는 사람들 스스로가 단결하여 세입자 협회를 만들어 셋방 가구를 위해 법률을 제정하고 정책을 도입하는 데 앞장서듯이, 우리나라에 집 없는 사람들도 그런 일을 추진해야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청소년들이 자주 이사 다니지 않고 친구들을 오랫동안 사귀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