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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 8월 15일 교통사고를 당했으니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교회를 창립한지 2개월이 지날 무렵이었다. 그때까지 아이들 셋과 청년 한 명, 그리고 어른 한 분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던 때였다.

그 무렵 어느날 아침, 중년 한 분이 교회에 상담 요청을 하러 왔다. 2시간 동안 자신이 살아 온 삶을 술술 풀어 놓았다. 물론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그 분은 남다른 유머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그 분은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다 쏟아놓은 다음, 끝머리에 들어 오십견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우리 부부는 그 분이 떠난 자리에 앉아 그 분을 위해 정성스레 기도했다. 그로부터 한 주간이 지났을 때 그분이 사는 집을 찾아나섰다. 우리 부부가 집에 들어섰을 때, 그 분은 너무나도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리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듯 이야기를 또 뽑아내기 시작했다. 

그날 오후 아내는 그분을 모시고 신경외과에 다녀왔다. 아픈 어깨를 치료할 수 있도록 동행해 준 것이다. 그리고 하루 이틀이 지난 바로 그날 아침, 아내는 그 분을 위해 끓인 호박죽을 가지고 길을 건너는데 그만 차에 치인 것이다. 그날 사고로 얼굴은 퉁퉁 부었고, 왼쪽 다리가 분쇄골절을, 오른쪽 발목은 금이 갔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그로부터 한달이 넘은 지금 아내의 얼굴은 차츰 붓기가 빠지면서 제자리를 찾았다. 분쇄골절 부위도 수술을 해 안정을 취하고 있고, 금이 간 발목은 석고보드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병상에 누워 있는 아내를 보면 무척이나 안쓰럽고 딱할 뿐이다.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Easy com, Easy go."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사라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힘들게 얻은 것은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내는 그 분 한 사람을 얻기 위해 제 몸을 바친 것이나 다름없는 것 같다. 그 분도 본의 아니게 자신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면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교회에 나오고 있다. 
 
사실 우리는 무엇이든지 쉽게 얻으려는 자세로 매사를 조급하게 밀어붙이며 살고 있다. 그렇지만 급히 먹는 것은 무엇이든지 체하는 속성이 있지 않던가. 일도, 사랑도, 그리고 사람도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어렵더라도 새김질을 하듯 천천히 한걸음씩 헤쳐 나가는 자혜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분명 귀한 것을 얻을 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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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2019-12-04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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