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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물고기 - 연어 이야기
고형렬 지음 / 최측의농간 / 2016년 2월
평점 :
이 작품은 고형렬 시인이 10년 넘는 시간 동안 연어의 일생을 추적하며 쓴 장편산문이다. 시와 삶의 무게로 국내 오지 곳곳을 방황하던 시인이 태백선 열차 안에서 연어가 남대천에 돌아온다는 찢어진 신문 한 귀퉁이의 기사를 읽은 계기로 그 오랜 추적의 시적(詩的) 보고서는 시작된다.
책을 낸 ‘최측의 농간’은 뜻있는 출판인들이 모여 절판된 양서들을 독자에게 되살려내고자 한다. 출판사 이름, 재미지다. 언뜻 보기에 ‘주최측의 농간’에서 ‘주’를 뺀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보기에 ‘일상을 낯설게 보기’ 식으로 접근했을 것이다. 출판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의 방향은 닫힘이 아니라 열림(側)에 닿아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은 갈라서거나 맞서는 ‘쪽’이 아닌 상대적인 다름으로서의 집합인 ‘측’에 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외부의 냉소가 아닌 내부의 한 의지로서 미세하지만 단단한 입자가 될 수 있도록 힘쓸 것입니다.
농간이라는 말로 우리는 시작하는 우리의 표정이 웃음임을 보이려고 합니다. 우리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당신을 농간하거나 당신이 우리를 농간하는 것이 아닌 우리를 농간하는 이들을 우리가 함께 농간하고 마침내는 그들도 우리와 함께 할 수 있게 되는 우리들의 농간을.”
그러니 내 식으로 풀어보자면 ‘최측의 농간’이란 ‘웃음과 해학이 함께 하는 열린 마당’ 쯤 되겠다. 무어 이름이 그리 중요할까. 호기심에서 잠시 탐색해 본 것을 적었다.
나는 책과 함께 출판사에서 보낸 장문의 편지를 받았다. 필사로 쓴 복사본일지라도 정성들여 쓴 노력이 돋보인다. 나는 꼼꼼히 읽어보았다. 절판된 좋은 책들을 사장시키기 아쉬워, 수익성을 따지지 않고 복간해 내겠단다. 건투와 행운을 기원드린다.
이번 고형렬 시인의 작품 《은빛 물고기》, 두 번째다. 《은빛 물고기》가 처음 나온 때는 1999년 한울을 통해서다. 이내 절판되어 2003년 바다출판사에서 축약해서 다시 세상에 내놓았다. 최측의농간에서 2016년 2월 한울본을 기준으로 시인이 기록한 전문(全文)을 펴냈다.
“황량한 이 시대의 풍경 속에 갇힌 우리들의 지치고 오염된 삶의 환경에 이 글이 성품을 찾는 물가의 작은 등불이 되기를 희망한다. 초라하고 오래되었을지라도 유년의 어머니와 같은 그 등불을 찾아와서 죽고 싶어 하는 생명들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이 읽혀지기를 바란다.” - 〈저자 후기〉 중에서
시인의 글은 잃어버린 시간이요, 빛바랜 꽃으로 남은 추억이다. 시인의 글을 읽으면서 생명의 순수를 만나고, 삶의 경이로움을 체득한다. 나는 시인의 글을 통해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고, 어제와는 다른 삶을 누리고 싶다. 연어가 온 생명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그 무엇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