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스토리 - 뇌는 어떻게 감정과 의식을 만들어낼까?
수전 그린필드 지음, 정병선 옮김, 김종성 감수 / 지호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영국에서 20007월과 8월에 걸쳐 BBC 2에서 6부작으로 방영된 다큐멘터리브레인 스토리의 컴패니언 북을 완역한 것이다. 동 다큐멘터리는 한국에서 20022월에 EBS에서 방영된 바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다큐의 단순한 후속 편만은 아니다. 저자 수전 그린필드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프로그램에서 허용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실, 임상 사례, 의견들을 포함시켜 그 자체로 독자적인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저자는 여성 최초로 영국 왕립과학연구소장(1998~2010)을 역임했고, 옥스퍼드 링컨 칼리지 명예교수로 있다. 작년에는 뉴로 바이오(Neuro-bio)라는 BT 기업을 공동 설립했다. 뇌과학 발전에 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다.

 

그녀는 일찍이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에 공통된 화학적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학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노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와 파킨슨병이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가령 70세 노인의 경우 알츠하이머병 발병 가능성은 12퍼센트, 파킨슨병 발병 가능성은 1퍼센트이다. 앞으로 노령 인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 질환의 발병도 증가하면서 의료비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그린필드는 두 질환으로 야기된 장애에는 특정 신경전달물질, 즉 화학 성분이 공유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외에도 뇌 세포를 죽이는 기전과 그 인자를 발견하게 되면 우리는 뇌의 퇴행성 변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아세틸콜린의 부족으로, 파킨슨병은 도파민의 부족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향후 연구가 더 진행되어 공통 원인 물질이 규명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효과적인 신약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서로 다른 약으로 치료하고 있다.

 

 

뉴런, 신경전달물질, 유전자 등 뇌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특히 뉴런의 정보처리 과정을 면밀히 연구하여 이를 모방한 인공 신경망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공 뉴런은 전기 체계의 구성 부분이고 그 결합(수상돌기, 시냅스, 축삭)은 전선인 셈이다.

 

또한 기억과 감정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찰스 다윈은 진화론 연구를 위해 세계 일주 여행을 다니면서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감정을 같은 얼굴 표정으로 전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폴 애크먼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21개 이상의 문화권에 속하는 사람들이 각각의 얼굴 표정에 동일한 감정 상태를 느꼈다고 답변했다. 놀람, 불안, 분노, 기쁨, 혐오, 슬픔 등 여섯 가지 기본 감정에서 다 같았다. 한국인이 분노할 때 짓는 표정은 지구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캡그래스 증후군을 보자. 이 증후군에 걸린 환자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사악한 협잡꾼에 의해 뒤바뀐 가짜라고 믿게 된다. 주위 사람들의 얼굴 표정에 나타난 감정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게 된다.

 

 

또 뇌과학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부분은 '픽병'이다. 픽병의 증상들은 일종의 사실 기억의 장애에 가깝다. 가령 오리를 더이상 기억해낼 수가 없다. 픽병을 앓는 환자들에게 오리를 그려 보라고 하면, 보통은 다리가 네 개 달린 오리를 그린다. 이들은 대부분의 동물이 다리가 네 개라는 사실에 기초해서 오리도 네 개 달렸을 것라고 추측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픽병 환자들의 사례를 연구하여 뇌에서 사실 기억을 담당하는 곳이 측두엽피질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나아가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곳은 측두엽피질 아래쪽 깊숙한 곳에 위치한 해마다.

 

해마가 손상되면 우리는 자신의 인생사에 관한 느낌을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가령 성인이 되어 어릴 때 찍은 사진을 보게 되더라도 별다른 감흥이 일지 않는다. 물론 사진 속의 인물이 자신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가족들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일러 주었을 테고, 이러한 사실 기억은 전혀 손상없이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건을 기억하는 능력을 발달시킬수록 해마가 커진다. 뇌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신경 결합을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정하게 필요에 부합하는 물리적 구조를 생성, 발전시킨다.

 

가령 먹이를 숨겨두었다가 나중에 꺼내 먹는 습성이 있는 습지 박새를 보자. 이 박새를 가지고 재미로운 실험을 했다. 한 집단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먹이를 숨겨두었다가 회수할 수 있도록 했고, 다른 집단은 이를 막아 버렸다. 그 결과, 겨우 며칠 동안만 저장과 회수를 했는데도 해마가 상당히 커졌다.

 

쥐를 대상으로 한 미로찾기 실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해마를 제거한 쥐의 경우는 길을 전혀 찾지 못했다.

 

이처럼 책에는 뇌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것도 쉬운 말로 되어 있고 다양한 실험이 소개되어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이 책이 나온 지도 어느덧 14년이 되었다. 그간 새로운 뇌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을 것이다. 브레인 스토리 최신 버전이 나온다면 더없이 좋겠다!

  

한편 '브레인 스토리(Brain Story)' 6부작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5시간에 걸친 풀 버전을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1. All in the Mind
2. In the Heart of the Moment
3. The Mind's Eye
4. First Among Equals
5. Growing the Mind
6. The Final Mystery

 

*바로가기 : BBC2 Brain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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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4-05-10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몇 년째 '읽는 중'입니다. 모르는 말이 너무 많아서요. 무시하고 읽다보면.. 또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구요.. 대단하십니다.^^

사랑지기 2014-05-10 21:33   좋아요 0 | URL
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