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그러니까 7일 오전에, 누구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가, 하나 둘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 기숙사 불이 꺼져서 나도 그만 잘까 하던 차에 핸드폰이 울렸다.
불꺼진 방에 앉아 핸드폰에 찍힌 이름을 보면서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었다.
이 전화, 안 받아주면 안 될 것 같아.
여보세요.
여보세요. 침울한 목소리가 들린다. 안 잤네. 미안하다, 자는데 전화해서.
안 잤어. 알잖아, 나 자습시간에 자고 밤에 팔팔한 거.
하긴 그렇긴 하지...
목소리가 왜 그러냐. 기운 없어 보인다.
그냥, 위로 좀 해달라고 전화했다.
그리고 우리는 정해지지 않은 미래와, 미래는 온다는 정해진 사실 사이에서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위로해달라고 전화했다는데, 오히려 내가 위로받은 기분.
잘 자라며 전화를 끊고 몇 분 뒤, 문자가 왔다.
후 그래도 잠이 안오네
노래라도 불러주랴?
답이 없다.
그냥, 내가 부르고 싶어서 이번엔 내가 전화했다.
노래 불러줄게.
들어주마.
귀를 기울이며의 '컨트리 로드'를 불렀다. 친히 뜻풀이까지.
고맙다.
머릿속에서 자장가로 삼다가 내일 아침되면 잊어버려라.
그리곤 전화를 끊고, 아직 안 자는 친구 방에 기어들어가 곧 잠들었다.
어쩐지, 고마운 느낌이다.
우리 반 친구들을 제외하면, 내 싸이코적인 면을 가장 많이 보여주는 놈이랄까.
역시, 뭔가를 저지르는 건 언제나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