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어떤 건물의 주차장 입구에 나와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남자는 뾰족한 뿔테 안경에, 머리를 빡빡하게 넘겨서 신경질적으로 보였다. 함께 그곳을 나갈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 내가 좀 다녀오겠다고 하자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운전하는 사람은 난데 꼭 귀찮게 하지!"
  "빨리 갔다 올게."

  웃으며 돌아섰지만 속에선 '아, 재수없는 놈.' 이란 말이 맴돌았다. 차로 가고 있을 그를 뒤로하고 화장실을 향해 걸어가는데, 점점 나를 막아서는 뭔가가 있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계속 걸었지만, 화장실 앞까지 왔을 때는 온 몸이 붕붕 뜨는 것 같아서 벽을 짚고 걸어야만 했다. 눈이 감길 것만 같았다. 몸은 계속 뒤로 밀렸다. 화장실로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내 뒤에서 "힘들어요?"하는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단발머리 여자가 서 있었고, 그 사람의 손에서는 하얀빛을 내는 뭔가가 쥐여있었다. 그 빛을 보고 있자니 나를 밀어내는 힘이 약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귀신이에요. 제 친구였는데, 자기랑 키가 비슷한 사람에게 붙어요."
  "네?"

  그 힘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종이 뭉치를 건넸다.

  "지금까지 이 건물에 왔던 사람들 명단이에요. 그리고, 체크된 사람은 그 애가 괴롭혔던 사람이고요. 옆에 키도 적혀 있어요."

  163cm, 189cm, *153cm, 125cm, 159cm, 177cm, *154cm …
  150~155 cm정도의 사람들의 키 옆에 별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은 나였다. '하명란 *153cm'. 나는 명단을 여자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뭐예요, 그게! 키가 작은 게 무슨 죄예요? 왜 그런 이상한 게 저한테 붙느냐고요! 이봐요, 어떻게 하면 떼버릴 수 있는데요!"

  그러자 누군가가 나를 끌어올리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면서, 나는 천장을 향해 날아오르듯 끌려갔다. 소리를 질렀지만 그 여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명단만 보고 있었다. 무서웠다. 뭐지, 어떻게 하지, 어디로 가는 거지? 어디로?

 

  엄마가 깨워서 눈은 떴지만 그 느낌이 왼팔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오른손가락에는 쥐가 났다. "엄마, 악몽을 꿨어"라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계속 잤다면 나는 어디로 갔을까? 왜 이런 꿈을 꾼 걸까? 키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나? 그래, 받았지. 키 작은 게 뭐 어쨌다고? 요즘 사람들이 너무 큰 거다. 다들 너무 키에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거다. 그래서 나 같이 키 작은 사람을 보면 가만 두질 못한다. 키가 얼마니, 어머 그것밖에 안 되니, 더 커야 될텐데, 지긋지긋하다. 별 생각 안 하고 있다가도 그런 말을 들으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아, 키가 컸으면 좋겠다. 키가 너무 커서 고민이라는 사람에게서 키를 받아올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둘 다 행복하게 웃을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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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5-02-04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란님! 잠을 많이 자야 키가 큰다던데요.... ^^

날개 2005-02-05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 작은 아이를 가진 엄마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랍니다.. 우리 아이들 둘 다 반에서 1, 2번을 다투는터라, 보는 사람마다 애를 더 잘 먹이라.. 한의원을 데리고 가라.. 병원을 다니라.. 등등 괴로와 죽겠어요.. 요즘은 애들 키는 엄마탓이다로 낙착지어져 버리더군요..ㅠ.ㅠ

明卵 2005-02-05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님, 제가 봐도 저는 너무너무 짜리몽땅한 걸요. 신경쓰지 않고 싶어도 신경이 쓰인답니다..ㅜㅜ

가을산님, 아아~ 맞아요^^;; 그런데 이 시간에 이러고 있으니, 클 키도 안 크죠, 쩝;

날개님, 그러시군요ㅠㅠ 엄마에게 미안해지네요. 아빠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거든요, 한의원을 데리고 가라, 병원을 다니라... 작은 건 맞지만, 안 자라는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병원에 왜 가야 하나요. 다들 쭉쭉 뻗어버리니 작은 사람은 설 자리가 없어요.

어룸 2005-02-07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란님, 가을산님 말씀이 맞아요, 전문가들 말에 의하면 자면서 큰대요, 일찍일찍 주무세요^^

明卵 2005-02-08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전, 아침엔 아무리 빨리 자도 제정신이 아니여유..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