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열일곱이다. 이제 2월로 달력이 넘어가고, 친구 하나는 막 생일을 지났는데, 나는 아직도 내 나이가 실감이 안 난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이 색안경을 벗으라는 말과 비슷하게 쓰이고 있고, 나는 되도록 세상을 색안경을 벗고 보려하건만, 문득문득 해가 지나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속이 쓰리도록 안타까울 때가 있다. 지금이 딱 그렇다.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싶다. 큰 꿈을 꾸고 싶다. 무엇이 하고 싶으며 무엇이 되고 싶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이 '싶다' 소리를 속에 차곡차곡 쌓아온 것이 한 살 더 먹는 연례행사를 맞아 꿈틀거리는 건가 보다. 꿈틀꿈틀.
그음- 하고 묘한 소리를 내며 한숨을 쉰다. 이런 한숨은 색안경이되, 저 책갈피 끼워진 책의 사진처럼 그리움을 주는 색을 띠길 바랄 뿐이다. 잔잔한 색이길, 나의 자연색 앞길을 덮지 않을 정도로만 두꺼운 렌즈이길.
꿈틀꿈틀. 또 이 녀석들이 꿈틀거린다. 그래도 다행이다. 꿈틀거리는 것은 움직임이고, 움직임은 곧 삶이고, 하필이면 이 말은 마치 '꿈'의 '틀'처럼 들리니까. 새로운 한 해를, 참 늦게도 맞이하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