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도산이 세상을 삼킨다고? 그가 삼킨 게 어디 세상 뿐이겠는가. 그는 자기 자신까지도 삼켰다. 웃기 위해, 누구보다도 크게 웃는 사람이 되기 위해 삼켜야만했다. 그랬던 그의 삶은 너무 처절했다. 이기기 위한 삶이란 이런 것인가!
영화의 마지막에, 그는 자신의 꿈을 말한다.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어느때보다도 편안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읊조린다. 나는 내심 기대했다. 그래, 이 격렬한 삶도 이렇듯 평안하게 끝날 수 있어야지! 그런데 영화는 내 바람을 뒤집었다. 힘든 삶을 살았던 그인데, 마지막까지 허망했다.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삶이기에, 역도산이 마지막은 그다지 극적일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씁쓸함만을 남겼다. 씁쓸함. 그리고 쓸쓸함.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내 취향과 너무 동떨어져서 펼쳤던 기대를 살포시 접었다. 설경구의 연기는 진정 심금을 울렸지만 역도산이라는 인물과 레슬링이라는 종목 자체가 나와 안 맞는다.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스! 는 러브레터의 명대사다. 이 말이 '아야'가 '역도산'에게 쓴 편지 첫머리에 등장하는데, 이건 패러디일까? 아니면 전형적인 일본식 인사법일까? 그 부분에서 나는 패러디라 생각해서 킥킥거리고 웃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냥 인사일 수도 있나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