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식을 마치고, 11시 20분쯤에 부대앞에 도착해서 1시 걸로 표를 끊었...으면 좋았곘지만 이미 매진이라 3시 40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와 밥먹고, CD점과 귀금속점을 돌아다니다가 영화관에 돌아와서 책 좀 읽고, 다시 옷가게를 둘러본 다음에야 영화가 시작했다. (정말 긴 시간이었다... 아이고 다리야;)
한 친구에게서 "해리포터 시리즈 중 제일 재미없었다"는 악평을 들은터라 걱정이 되긴 했지만 나와 내 친구가 시험기간에 버티도록 힘이 되어준 영화이니 만큼, 가슴이 펄떡펄떡 뛰었다. (여기서 잠깐. 내 친구녀석은 재미가 있니 없니를 어떻게 알았느냐...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이미 봤단다. 한대 때려주고 싶었다. 영화관에서 보란 말이야ㅜㅜ) 아아, 내가 드디어 해리포터를 보러 영화관 좌석에 앉아있구나!
영화가 끝나고 나와, 같이 본 친구와 가장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너무 재밌었어!"였다. 헹, 재미가 없긴~ 나는 세 편중에서 가장 재밌게 봤다. 훌쩍 자란 해리와 친구들도 마음에 들고, 성장에 의해서 풍기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잘 연출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색감과 화면을 잡는 방법도 내 취향에 맞았다. 절정부분의 위기감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나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내용 자체가 1, 2편과 4편 이후를 잇는 연결고리같은 역할을 하면서 다른 이야기에 비해 위기감이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상황설명과 새인물 소개랄까... 지금까지는 무조건 볼드모트를 악의 축으로 몰아붙여서 없애기만 하면 되는 전형적인 영웅물 구조를 띄고 있었던데 반해 아즈카반의 죄수에서는 반동인물로 권력을 가진 절대악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해리와 그 친구들은 모두 실하게 잘 자라주었다.(으흐흐...얘네들 모습 보는 게 재미의 반이다.) 나와 함께 성장하는 영화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말포이는 왜 점점 여성화되어 가는 걸까? 아, 아닌가. 얘는 성장을 안 하는데 옆에 있는 친구들은 남자다워지니까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건가? 이 놈도 유치한 장난질 그만하고 좀 클 때가 됐는데... 하긴, 소설속에서도 크게 성장하지 않았긴 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을 읽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똑같이 이해가 쉽고 재밌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것이다. 나야 책을 읽었지만 내 친구는 책을 안 읽은 관계로 중간에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나도 '내가 만일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저 부분은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 거야' 싶은 부분이 많이 눈에 띄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에는 영화 그 자체만으로 전개가 매끄러울 수 있는 독립성이 필요하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는 그것이 부족했다. 시간안에 내용을 다 담아내기가 힘들었는지 영화가 몇 등분으로 나누어진 것 처럼 연결성이 떨어져서 단편적이고 빠르게 흘러가버리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대사가 생각났다. 어디서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Oh, very mature!" 성숙해졌구나, 해리포터^^
금요일에 또 보러 가는데 (다시 말해, 오늘 오후) 다시 보면 어떤 점들이 또 눈에 띌까? 하루만에 또 봐도 재밌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