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상하게 한국영화가 내키지 않는 사람이다. 한국영화, 그 이름의 울림부터 얼마나 기분 좋은가? 영상도 스토리도 좋아한다. 배우도 좋다. 그럼에도 한국영화가 봐 지지 않는다. 스스로도 정말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말'이 문제가 아닐까?

한국영화를 볼때면 항상 하는 생각이 있는데, 저놈의 말, 저거 좀 어떻게 안 되냐?! 하는 거다. 말이 무슨 죄가 있냐고? 나한텐 있다. 부산토박이인 내가 일상 생활에서 듣고 쓰는 말과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너무나 다르다. 그 쓸데없는 곱상함. 그 당황스러운 뻘쭘함. 다른 사람들 멀쩡하게 잘 듣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내 귀에는 심히 거슬린다. 일부러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게 아니라 귀가 거부한다. 분명 그냥 듣기만 하면 뜻을 아는 우리말, 내 나라 말인데 왜 나는 저런 말을 쓰지 않지? 하는 물음이 무의식중에 머릿속을 맴돌고 있으리라. 그러면 부산말이랍시고 사투리를 쓰는 영화를 보면 되지 않나 싶기도 한데, 그건 더 거슬린다. 과장된 표현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그래서 코미디도 별로다) 약간 억지스러운 그 사투리 앞에 나는 무릎꿇고 만다. 니가 이겼다, 나는 너를 피할란다!

이 점에서 외국영화는 크게 먹고 들어간다. 영화보는 시간 내내 삐걱이는 불균형의 거슬림속에 혹사당할 필요가 없다. 그들의 언어는 그야말로 외국어, 바깥 세상 말이니까 다 용서가 된다. 아니, 내가 이래저래 논할 거리도 못 된다. 그 영화의 나라에서 그걸 보면서 나같은 거슬림을 느끼는 이가 아무리 많다한들 내가 아는 게 있어야지. 내가 쓰는 말, 아니다. 들음과 동시에 이해되는 말, 역시 아니다. 이날 이때껏 내가 외국어를 접한 경로래봤자 영화, 음악, 방송같은 것들로 한정되어 있으니 그 억양이 당연한 듯 느껴진다. 어쩌다 익숙한 억양을 쓰지 않더라도 별 상관없다. 아, 이런 식으로도 발음하는 구나, 하고 그냥 넘어가지 배신감같은 걸 전혀 느끼지 않는게다.

'말'. 물론 한국영화를 피하는 것은 여러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지만 내 머리를 때린 생각은 아직 이것 하나 뿐이다. 제발 내 귀가 이 모든 장벽을 극복해내면 좋겠다. 주인이 컨트롤할 수 없는 편청습관을 버려! 나도 기분좋게 한국영화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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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1-19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은 뒤로 하고라도...제발 알아먹을 수만 있어도 좋겠습니다. 미숙한 배우들의 발음연습 부족 때문인지, 더빙 기술의 문제인지, 제발 자막이 있었으면 싶은 한국영화가 한 두 편이 아니죠.

_ 2004-01-1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국영화는 언제까지인가는 죽!어!도! 보지를 않았는데 요즘은 좋은 영화도 많은 것 같더군요.(같더라고 느낄뿐, 흔히 매니아들이 좋다고 하는 영화에서는 할수없는 자구책인지 지나치게 꼬우고, 돌리고, 심오한척 하는 가식이 느껴지지 않는 영화가 거의 없더군요. 그렇다고 그런면에서 국외가 꼭 나은란 법도 없지만)

웃긴건 언젠가 어떤 친구가 한 말인데 한국영화는 너무 저질스럽데요. 욕이 많이 나와서라나? 이새끼 저새끼 하고 기타등등 화려판타스틱한 욕들이 난무하는게 참 저질스럽다고 하던데 외국영화에서 나오는 'fuck you, son of bitch'는 무슨 경쾌한 구호마냥 따라하더군요...-_- 그 말은 도대체 어떤 의미로 생각하고 따라하는 건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