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질구질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보다 정말 페이퍼의 제목 그대로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책의 취향은 다 다르겠지만,

   동화작가 박기범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반전평화 활동을 위해 이라크로 떠난 글쓴이의 마음의 진정성을 믿는 사람이면,

                          깨끗하고 고운 그의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좋다고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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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일주문

   범어사의 자랑, 일주문! 어느 절집에 견주어도 훌륭한 일주문이다. 전형적인 가분수 꼴의 저 건물이 네 기둥만으로 버티고 서 있는 게 신기하지 않는가? 옆바람이 몰아치면 금방 한쪽으로 쏠려서 넘어질 것 같은데, 300년이나 버티고 서 있는 일주문이다. 얼핏 본 기억엔 네 기둥의 높낮이가 조금씩 달라서 넘어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지금 내 기억의 사실을 확인할 길은 없다.

 

천왕문 가는 길

   일주문을 지나면 바로 오르막길인데, 바로 앞에 보이는 문이 천왕문이다. 평지의 절집보다는 실제 길이가 훨씬 짧다. 그러니 더욱 더 깊은 공간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실제로 저 길을 걸으면 벌써 한참 걸어들어와 속세와는 멀리 떨어진 기분이 느껴지는데, 그 비결은 남장 옆에 심우둔 전나무와 천왕문 건너 빽빽한 대나무 숲 때문이다. 또 길의 방향을 일직선으로 내지 않고 조금씩 비켜 내어 끝을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도록 만든 것도 공간의 깊이감을 더한다.

 



대웅전 소맷돌

   대웅전 소맷돌에는 보통 연꽃 무늬를 조각하는데, 저 소맷돌에 조각된 꽃은 아마도 동백인 것 같다. 부산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어서 그랬을까?

 

대웅전 처마 아래서

   대웅전은 기도하는 사람으로 가득 찼고, 옆문으로 불상의 닫집을 어떻게 한 번 제대로 찍어볼까 기회를 엿보다 그만 두고 나오는 순간, 외국인 여행객이 서로를 찍어주고 있었다. 마침 대웅전 처마가 눈에 가득 들어왔고, 그냥 좋았다.


 

범어사 심검당

   심검당은 지혜의 칼을 찾는 곳이라는 뜻. 그러니까 스님들이 공부하는 곳인가 보다. 나는 범어사 심검당이 좋다. 반대편에 앉거나, 금강계단 건물에 앉아서 심검당의 기와 지붕을 바라보고 있으면 금정산 능선 아래 정숙하게 앉아 있는 단정한 사람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범어사에서 내 눈길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곳!


 

범어사의 담장

   특별하달 것도 없는 범어사의 돌 담장이다. 그러나 저 공들여 쌓은 돌과 그 위에 기와들을 볼 때면 범어사의 엄정함이 느껴진다. 사람을 위압하지도 않고, 모든 걸 다 드러내놓지도 않은 딱 적당한 높이의 담장. 성과 속의 적절한 거리가 느껴지는 담장의 높이! 저 담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건 바로 햇살 뿐이리라.

 

숲 속의 소녀(?)

   찍기 싫다는 걸 온갖 회유와 협박으로 겨우 한 장 건졌다. 김OO 학생이다. 학습동아리 모음에 지금까지 유일하게 개근한 녀석이다. 얼굴과 마음이 모두 예쁜 학생이다. 오늘도 여학생은 혼자였는데, 씩씩하게 잘 놀아서 같이 간 사람들도 모두 즐거웠다.


 

독성전의 어간(신남상/신녀상)

   범어사 독성전의 예쁜 문살을 본 사람은 다 아는데... 독성전 어간의 신남상과 신녀상이다. 범어사에 간다면 순진무구하게 생긴 저 상들을 꼭 확인해 보고 오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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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구조를 잘 몰라서) 예를 들어 문을 닫는 서점에서 나온 책도 새책일까요? 아시는 분들은 댓글 좀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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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8-18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을 해야할 의무가 느껴지는데 (제 질문에 대한 샘의 댓글 봤어요~).. 질문을 이해하기 힘들어요.. 다시 자세히 물어주시면 사람들이 답해줄 것도 같은뎅..

느티나무 2006-08-18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에요, 그냥! 남들이 한 번도 펼쳐보지 않으면 새책인가? 아니면 인쇄소에서 바로 나온 책이 새책인가? 출판사 창고에서 나온 책이 새책인가? 누군가가 깨끗하게 본 책이면 새책인가? 그냥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서요...
책 샀는데, 책 옆에 보면 서점 고유의 도장이 찍혀 있더라구요. 아마, 문닫는 서점에서 알라딘으로 들어온 듯해서요. 그러면 그거는 새 책인가, 싶어서 올려봤어요. 그래도 되나 싶구요. <열망하던 오대산 산행은 태풍에 취소했어요.ㅠㅠ 슬퍼요>

해콩 2006-08-19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태풍 다 지나갔는데에~~ 이곳은 조용해요. 가을 바람이 산들 불고. 강행하셔도 될 뻔했을 듯. ^^ 계룡산은 어떠세요? ㅋㅋ

느티나무 2006-08-19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이번 태풍은 충청도에 별다른 영향이 없대요. 여긴 아직도 비가 좀 내려요. 바람도 밤에 많이 불었구요. 강원도도 그렇겠지요, 뭐! 다 제 복이려니 해요. 그냥!!
 

"말을 움직이는 건 채찍이 아니라 기수의 마음입니다."

시은이 처음 기수후보생일 때 왜 말에게 채찍을 쓰지 않았냐는 질문에 했던 말이다.

실제로 시은은 기수가 되어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의 저 말이 옳음을 증명했다.

 

근데 내 귀에는 저 말(言)이 계속 '말(馬)'이 아니라 '학생' 이라고 들렸다.

나도 진정 어린 마음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다.

 

조동진의 '제비꽃'이 나와서 참 좋았고, 영화 음악의 힘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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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권력과 체제에 대해 조롱으로 한 방 먹이다.

- 느티나무가 본 영화 ‘괴물’ 이야기



1. 잘 만들긴 했지만 ‘오락영화’를 두 번이나 본다는 것은 아주 미련하고 멍청한 짓이라고들 한다. 어쩌면 나도 감상문을 써 가야 한다는 숙제와 때마침 생긴 공짜 영화표만 아니었다면 두 번 볼 생각은 안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그 ‘미련하고 멍청한 짓’을 하면서 확실히 깨달았다. 때론 이런 미련한 짓도 필요하다고! 영화의 줄거리를 뻔히 알고 있을 땐, 조금 더 영화의 세부적인 장면 장면과 대사에 눈과 귀를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있어 결과적으로 영화의 메시지가 훨씬 풍성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 편의 영화를 두고 단순히 ‘오락’으로 즐길 것이냐, 꽤나 심각한 메시지를 생각해 볼 것이냐, 아니면 예술적인 감동을 받을 것이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영화를 본 사람의 몫이긴 하다. 그러나 그 어느 쪽이든 자기가 본 영화에 대해서 자기 언어로 이야기할 수는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흐릿하던 영화에 대한 자기의 생각도,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점차 명징해 지고, 그것이 다시 영화를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2. 이 영화 ‘괴물’ 재미있게 잘 봤다. 칭찬 일색인 소문보다는 좀 못 했지만, 그래도 잘 만든 영화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내가 보기에 나름대로 정치적 메시지를 분명히 담고 있는 이 ‘오락영화’에 관객들이 보내는 폭발적인 호응이 과연 영화 자체의 매력 때문일까,하는 점은 분명히 ‘그렇다’라고 말하기에는 좀 의심스러웠다.(한강이라는 일상적 공간-부산에 사는 내게는 여전히 비현실적인 공간이긴 하지만-에 ‘괴물’의 나타난다는 설정이 괴수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분명 놀라울 발상이었을 테지만, 천 만을 육박하는 관객이 모두 괴수영화 마니아는 아닐 것이니 말이다.)

  이 영화는 외부적 요인[평론가들의 호의적 평가와 언론의 관심, 스크린쿼터 문제와 최근의 한국영화의 흥행 부진]에 의해서 이미 관객이 호응할 수밖에 없는 영화로 만들어진 상태다. 그렇지만, 어떤 형태로든 내가 본 영화는 나의 영화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로 내가 본 ‘괴물’을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눠서 이해하려고 한다.


3. 세 가지 축1 - 괴물의 상징성


  단순히 웃고 즐기라고 만든 영화를 자못, 심각하게 상징과 은유의 알고리즘으로 이해하려고 드는 것은 평론가들의 자리를 뺏으려고 달려드는 무례한 짓으로 여겨지거나, 기껏해야 상황에 맞지 않게 아무 때나 심각해서 놀림 받는 ’진지맨‘으로 오해받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괴물‘이 단순한 오락영화로 보이지 않아서 더 재미있었다.(이 재미를 누군가와 나누기 위해서 글을 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 정치에 대한 생각도 진지한 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이 영화를 단순한 오락영화로 보지 못 하는 나는 무엇보다도 ‘도대체 괴물이란 어떤 존재인가?’, ‘괴물’이 무엇을 상징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해 보았고, 내 머리로 답을 얻었고, 그것을 내 자신의 언어로 말하고 싶은 것이다.

  우선 영화 속에 나타난 괴물의 탄생 배경과 행동, 그리고 괴물의 죽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렇다. 감독은 괴물을 주한미군의 포르말린 방류로 생긴 돌연변이 생물체로 설정하였고, 이 괴물은 (한강에 살고 있음에도) 사람들(낚시꾼)의 무관심 때문에 점점 몸집을 키울 수 있었으며, 이 괴물은 힘도 없고, ‘빽’도 없고, 가난한 시민들(대표적으로 철거민 출신으로 공원에서 매점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강두네 가족, 병원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탈출하기 위해서 ‘빽’을 찾는 장면을 떠올리면 알 수 있다.)의 일상생활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우리 사회 권력의 하부체제(경찰이나 군대)는 ‘괴물’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무기력함과 무능력만을 보여준다. 결국 괴물을 물리치는 사람들은 힘 있는 ‘권력의 체제’가 아니라, 철거민 가족인 강두 네와 이를 돕는 주변인(노숙자)들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텔레비전으로 바이러스가 없었다는 미국의 발표로 괴물과 관련된 공포는 완전히 사라진다.

  결국 이 ‘괴물’은 미국에 의해서 만들어 진 것이고, 미국이 그 괴물에 의한 바이러스의 실체가 없다고 공표한 뒤에서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괴물의 상징성을 거칠게 말해 본다면,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미국’을 은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미국’은 영화에서처럼 가난한 시민들을 위협하지만(주한미군의 후안무치한 범죄, 미군기지의 이전과 환경오염, 이라크파병, 북한 핵, FTA 협상 등) 결국 그 괴물을 물리치는 것도 힘없는 시민인 우리중의 일부인 강두 네 가족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를 두고 평범한 사람들의 반미 감정을 부추기는 ‘반미’영화라고 쏘아붙이는 일부 사람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다.(다만 관객은 어떤 생각으로 이 영화에 열광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그 주장이 직접적(?)이라서 재미가 적었다고 할까, 아무튼 나에겐 그랬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도끼눈을 부릅뜬 사람에게 묻고 싶은 말인데 왜 ‘반미’라고 말하면 안 될까?하는 점이다. 


4. 세 가지 축2 - 가족주의는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축인 가족주의. 실제로 이 영화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주제이기도 하고, 관객이나 평론가들도 대체로 이 ‘한국적 가족주의’에 의한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이 영화가 그래픽으로 만든 ‘괴물’을 통해 볼거리만을 내세웠거나, ‘반미’ 같은 정치적 알레고리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지금의 이런 흥행기록은 어림도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더 가족주의의 흥행 가치는 분명해진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보이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점이 있다. 먼저, 가장 특이한 점은 왜 ‘현서’에 대해서 그들은 그렇게 집착하는 것일까?하는 점이다(강두 아버지의 죽음과 비교해 본다면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가족 중에 누군가가 괴물에 잡혀갔다고 생각해 본다면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족의 모습에서 영화엔 좀 특별난 점이 있다. 그것은 가족들에게 현서의 의미가 특별해서 인 것 같다.

  ‘현서’는 이 가족에게 어떤 존재일까? 어머니가 존재하지 않는 이 가족은 사실 별로 친밀한 관계는 아니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하지만, 그것이 가족을 정서적으로 하나로 묶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족 내에서 그 역할은 ‘현서’가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례식장에서 박희봉이 ‘현서’ 네 덕에 우리 가족이 모두 모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렇고, 가족 모두가 저녁을 먹는 환타지 장면에서도 그렇다. 현서가 괴물에게 갇혀 있는 동안에 보여주는 태도는 어머니의 역할, 바로 그것인 것이다.

  콩가루 같았던 이 가족은 현서 때문에 괴물과 맞서서 미친 듯이 싸우게 된다. 그들은 괴물이 어떤 존재인지에는 관심도 없고 오직(자기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가족인) ‘현서’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만 가득하다. 이들에 대해 국가의 권력체제는 오히려 그들의 말을 진정으로 믿어주지 않으며, 붙잡아 가두려고만 하는 것으로 괴물과의 싸움을 방해한다.

  결국 우리가 본 바대로 괴물을 물리치는 것은 강두 네 가족이다. 어느 한 사람도 제 몫을 다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온전하지 못난 가족들의 헌신성이 괴물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게 된 원동력이다. 아울러 현서가 돌보던 그 소년(이름이 나왔던가?)이 강두와 함께 사는 것으로 그려진 마지막 장면은 소년을 가족이 아니어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강두와 그의 식구들에게 보내는 감독의 따뜻함이 느껴졌다.(온전한 가족의 따뜻함은 음식을 나눠먹을 때 더욱 분명해 진다. 강두 네가 컵라면을 먹는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묘하게 겹치지 않는가?)


5. 세 가지 축3 - 경멸과 조롱으로 권력과 체제에 도전하기


  이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과 이를 뒷받침하는 무기력한 체제에 대한 감독의 태도와 시선은 그럼 어떤가? 어떤 한 장면에 금방 공감하고 몰입하려는 순간, 그 상황에서 빠져나와 거리를 두게 만들어 버린다. 내가 눈물과 진지함으로 공감하려고 할 때, 웃음과 풍자로 슬쩍 비켜나 버린다. 결과적으로는 대상에 몰입하기 보다는 대상에 대해 적절한 거리를 둔다. 우리는 강두와 일체감을 느껴 일상의 ‘괴물’과 무기력한 체제에 대해서 분노하려다가 멈칫한다. 감독은 우리에게 그 장면을 볼 때 거리를 두고, 지켜봐야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야, 괴물과 체제의 ‘무능력’이 더 잘 보이는 법이다.

  한나 아렌트의 “권위의 가장 강력한 적은 경멸이며, 권위를 훼손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웃음” 이라는 말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누구라도 괴물 같은 권력과 제대로 싸울 수 있다. 다만, 소시민이 괴물과 그 체제에 저항하는 방식이 물리적인 힘일 수는 없다. ‘괴물’과  무기력한 체제에 대해 싸우는 한 소시민을 통해 말하려는 영화감독의 말하기 방식은 전형적인 경멸과 조롱이다. 강두를 둘러싼 의사와 경찰, 군인에 대한 희화화를 떠올리거나, 강두가 고수부지의 야전병원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받는 동안의 미군의 모습(고수부지에서 야외 파티라니?)을 떠올리면 금방 알 수 있다.

  괴물과 체제에 대한 ‘경멸’과 풍자에 대한 압권은 바로 맨 마지막 장면에 분명하게 나온다. 잘못된 정보 때문에 바이러스가 없다는 미국의 발표(이건 이라크전쟁에 대해 미국이 했던 변명과 똑같다.)를 저놈들은 언제나 똑같이 뻔한 거짓말만 한다는 듯이 강두와 그의 새 아들은 재미없다고 말하면서 꺼버린다. 마치 ‘이제 거짓말 좀 그만 하시지~!’하는 것 같다.


6. 영화를 어떤 각도에서 볼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보면서 단순히 괴물의 그래픽만을 즐기든, 반미를 메시지로 삼은 정치적 알레고리의 영화로 보든, 아니면 어떤 시련에도 꿋꿋하게 맞서는 가족애를 그린 영화라고 생각하든 그건 내 몫이다. 그렇지만 한 편의 영화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고, 판단한다면 영화의 많은 부분을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오히려 영화를 판단하는 자유를 빙자해서, 자신의 무지함과 오만함을 드러내는 모습은 아닐까? 자, 이 영화에 대해 잠시 동안 진지하게 고민한 당신이라면, 이 영화는 어떤 영화다, 라고 조심스럽게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이 영화 ‘괴물’은 어떤 영화인가? 당신의 답을 기다려 본다.


* 영화를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해 보는 건 내가 너무 정치에 경도된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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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6-08-15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이 '철학, 영화를 casting하다' 였다. 그 책을 읽고 내준 숙제가 영화를 보고 난 후 감상, 또는 비평(어떻게 다른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을 글로 써오기 였다. 당연히 나도 써가야 한다. 덕분에 괴물을 두 번이나 봤다.^^ 올릴까 말까 고심 끝에 내 일상이려니 싶어서 올려둔다. 부끄럽다.

해콩 2006-08-15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영화평론에도 일가를 이룬... 괴물은 물론 재미있고도 통쾌한, 썩 괜찮은 영화이지요. 제가 반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 다 좋아하는 배우들! 너무 단순한 이유? ㅋㅋ 아이들이 쓴 평론이 궁금해지는걸요.

느티나무 2006-08-16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유치찬란한 글쓰기에 무슨 저런 망발을...ㅋ 아이들이랑 숙제가 아니었다면 쓰지도 않았을 글~! 이번 금욜부터 일욜까지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 건지, 글이나 좀 남겨주시우^^

해콩 2006-08-1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욜은 아이들이랑 약속한 '번개'를 함 때려줘야할 것 같구요...방학 중에 하루 번개로 만나 놀기로 했거든요. 근데.. 나 혼자면 어쩌지? -,.-;; 토욜은 글쎄 뭘할까???
개학맞이 행사로 지난 1년에 두 번 하는 '빠마'나 할까? 싶은데.. ^^;; 아, 시간 남으면 교사의 본분을 지켜 월욜 수업준비도 하고.. 히히

해콩 2006-08-16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생각난 건데 아주 훌륭한 영화를 23일, 그 날만 해운대 시네마테크에서 하는데요, 켄로치 감독의 성장영화라네요. 7시 반 상영에는 추천 감독과의 대화도 있는데 누군지는 까먹었고.. 그날 서울서 놀다 내려갈 계획이라 시간에 닿지 못할 것 같아요. 샘, 시간되시면 함 보심이...보고 이야기해주시면 더 좋고~
이젠 영화평론에도 손을 대셨으니..ㅋㅋ (진심이라니깐요.. 아시죠? 나 농담 못하는거..ㅋㅋ)
근데 금~일 일정은 왜 물으시나요? 뭐 맛난 거라도 사주시려구? +.+

느티나무 2006-08-16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공주에 없군요. 토-일에 의주랑 치악산이나 오대산으로 등산갈 건데요. 혹시, 공주에 계속 계시면 금욜 저녁에 출발해서 공주에서 샘 보고, 다음날 아침에 원주로 출발할까 했거든요. 그럼, 그냥 토요일 오전에나 출발해야겠어요~! 느긋하게 강원도 바람이나 좀 쐬었으면 해서 가는 거거든요.

해콩 2006-08-16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 쯤에 오시지... 아쉽다. 대끼리 맛있는 밥집도 알아뒀는데.. ^^ 28일에나 보겠군요. 산행 잘 하시구요. 의주샘께도 안부~

해콩 2006-08-16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지금보니 날짜를 헷갈렸어요. 이번주 금욜이라 하심은 18일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럼 당근 공주에 있지요.일정은 22일 끝나거든요. 맘 같아서는 19, 20일 산행도 함께 하고 싶지만 21일 시험이 왕창 몰려있어요. 흠... 노포동에서 7시에 대전 오는 고속버스 막차 있구요. 3시간쯤 걸려서 대전오시면...10시? 글쎄..이 시간엔 공주오는 막차는 끊겼을 시간 같은데.. 어쩌죠? 17:30분 차를 타시면 10시쯤 공주 도착할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아님 토욜 첫차로 오셔서 잠깐 들러주셔도 고맙고.. 만약 기차 타고 오실거면 제게 꼭 전화주세요. 편하게 오는 법 알려드릴게요.

절대 무리하실 필요는 없다는 것, 아시죠? 같이 산행 갈 수도 없으니. ㅠㅠ

느티나무 2006-08-17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아요. 방금 의주샘과 통화했는데, 금욜 9시에나 끝난다네요. 그냥 심야버스타고 바로 강릉으로 가야할까 봐요. 한 번 보기 어렵네요. 개학하고 봐야겠어요. 시험, 잘 보세요. 잘 하실 겁니다. 언제나 씩씩한 해콩님! 아자^^

해콩 2006-08-17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치칫!! 공주비엔날레도 소개하고 맛있는 우렁된장비빔밥도 사줄랬더니.. '흥'예요.
암튼 산행 잘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