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터 방금까지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어이없는 여행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여행기는 다음에 소개하기로 하고, 우선 여행을 떠나게 된 사연만 말하려고 한다.
'학급운영'에 대해 고민하는 모임-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의 정기총회가 어제(3일) 열렸다. 그 전에 내가 온라인으로 총회가 끝나고 3일부터 4일까지 여행갈 사람을 모았는데, 신청자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여행은 무산된 것으로 알고 총회에 갔었는데, 여행갈 준비를 해 온(또는 여행갈 의사가 있는) 선생님이 네 분이었다. 나는 아무 준비 없이 나와서 가기가 좀 그렇다고 말씀드리고 죄송하지만, 다음에 갔으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해서 여행은 없던 일이 되는 것 같았다.
여행 대신에 모인 사람들끼리 뒷풀이라도 하려고 '맥주를 마시자, 보드게임카페를 가자, 노래방을 가자, 바다 바람 쐬러 가자'...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그냥 재미삼아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 의견대로 하자는 제안이 나와 모두 가위바위보에 참여했다. 그래서 가위바위보를 이긴 선생님께서 맥주 한 잔을 선택했다. 언제나처럼 맥주 집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저녁 8시가 넘었다.
보통 때 같으면 맥주 한 잔을 끝으로 헤어지지만, 지난 1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1년을 시작하는 자리였던지라 그냥 헤어지는 것이 약간 아쉬운 것 같았다. 그리서 맥주 집을 나와 다음 장소를 고르기 위해 또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했다. 이번에도 역시 이긴 사람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는데, 이번에 가위바위보를 이긴 선생님께서 갑자기 "합천"(처음에 우리가 여행가기로 한 장소였다)이라고 말씀하셔서, 모두 다 얼이 빠진 표정이 되었다. 처음에 말씀하신 선생님도 농담으로 했겠지만,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자 서서히 분위기가 '약속을 지키야 한다'는 방향으로 흘렀다.
그래서 저녁 8시가 넘어서, 부산에서 3시간도 넘게 걸리는 합천 해인사 앞에 있는 청량사로 갔다. 11시가 넘어서 도착한 곳에는 민박집도 이미 불이 꺼져서, 집앞을 어슬렁거린 후에야 겨우 방을 구할 수 있었다. 방은 당연히 냉기만 싸늘! 오늘 아침에는 '청량사-남산제일봉-치인시설지구-해안사'를 돌아서 조금 전에 집에 들어온 길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 없는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