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밤늦게까지 연하장을 썼다. 성탄 카드를 사면서 딱히 사람을 정해두지 않고 5장의 연하엽서를 함께 샀는데, 어제서야 그 연하장의 주인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세 장은 우리 학교의 학생들이 주인이다. 얼마 전에 갑작스런 편지로 나를 기쁘게 했던 조OO, 나에게 성탄의 즐거움을 전해준 백OO, 고OO 학생이다. 뜻밖의 편지로 나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으니, 내 연하장이 이 학생들에게 작은 기쁨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장은 꼭 써야할 사람에게 썼고, 나머지 한 장이 남았다. 한 장의 엽서도 방금 주인을 찾은 것 같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작은 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물론 나도 '교사'니까 당연히 여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학생들의 작은 마음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자본의 물이 많이 든 것일까?(아이들의 편지를 돈으로 환산하고 있을까?) 아이들은 며칠을 고민하며 보냈을 편지를 아무런 감흥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나 자신도 그랬다. 아이들이 건네는 편지 한 장, 음료수 하나, 사탕 한 개, 그리고 짧은 쪽지... 받을 줄 만 알았지 거의 한 번도 건네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어제밤에 연하장을 썼다.

   오늘 손전화의 액정을 고쳤다. 사실 11월 20일쯤에 고장난 건데, 직장에 있으니 고치러 나갈 시간이 없어서 방학하면 제일 먼저 고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처음 며칠은 답답해서 당장 고치고 싶더니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니... 그냥 무심해졌었다. 전화기를 고치자마자 허기진 사람이 밥을 앞에 둔 것처럼 허겁지겁 메세지를 보냈다. 이곳저곳에 사는 사람들의 안부를 묻고, 새해 인사를 하고, 다음에 한 번 보자는 연락을 했다. 그리운 얼굴들이 눈에 선하다.  이들 중에서는 어떻게든 만나게 되는 사람도 있고, 내년에 또 보자는 연락만으로 해를 넘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살면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참 많이 받는다. 그 짧은 인연의 끈을 놓치지 않고, 늘 챙겨주시는 분들이 참 많은 것 같다. 그 분들의 따스함이 내 마음 속에도 들어와, 다시 누군가에게로 흘렀으면 좋겠다.

  - '한국미, 그 자유분방함의 미학'은 끝에 30쪽 정도 남았는데, 여기서부터 잘 안 읽힌다. 힘내자!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플레이아드 2004-01-03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쌤~ 드디어 손전화(!) 고치셨군요, 축하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