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30분에 일어났다. 안면도로 들어가는 여객선이 대천항에서 7시 50분에 있는데, 그걸 탈 계획이었다. 미리부터 시간을 충분히 잡아두고 시작한 아침이었다. 7시 10분에 출발한 좌석버스는 비싼 요금 때문에 그냥 보내고, 대천해수욕장을 지나 대천항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15분에 탔다.  인터넷에는 20분 정도 걸린다고 나왔는데, 25분 정도 걸린다고 기사분께서 말씀하셨다. 그래도 10분 정도는 여유가 있으니 표를 끊고 배를 타는데는 별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간발의 차로 안면도로 가는 배를 놓쳤다. 다음 배는 12시 30분. 힘이 다 빠진 채로 터덜터덜 걸어서 대천항과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유명하다는 대천해수욕장에 가 보았다.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너무 많은 시간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였다. 해수욕장 부근의 피시방에서 1시간을 놀고 나서 다시 고개를 넘어 여객선터미널로 돌아왔다.

   대천항에서 안면도로 가는 중간에 원산도라는 섬이 있는데 그곳까지 가는 배가 10시 30분에 있어서 그 배를 타기로 했다. 원산도에서 안면도까지는 가까운 거리기 때문에 우선 거기까지라도 가면 혹시 거기서는 안면도로 가는 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정기여객선을 타고 원산도에 닿았다. 거기도 해수욕장이 있는지 피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내렸다.

   일단 여객선터미널에서 안면도로 가는 배가 있는지 확인했으나 기대와는 달리 대천항에서 12시 30분에 출발하는 그 배를 타야만 안면도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다시 2시간을 이곳 원산도라는 섬에서 보내야 했다. 호기심에 사람들이 몰려가는 해수욕장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조금 걸으니 우리 옆에 봉고차가 서서 이 차를 타고 원산도해수욕장이라는 곳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곳은 사람 한 명 없는 해수욕장이었다. 군데군데 쓰레기만 널려있는 해수욕장을 다시 걸어나와야 했다.

   섬이라 다니는 차가 별로 없지만, 우리가 손만 들면 대부분 태워주었다. 차를 타고 배에서 내린 곳까지 와서 배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퍼붓는 비. 아직도 배가 들어오려면 1시간이나 남았고, 점심시간은 되고 해서 식당을 찾아 헤매다가 쏟아지는 비를 많이 맞았다. 결국 마땅한 식당도 못 찾고, 수퍼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앉아 있으니 어느새 비는 그쳤다. 배가 안 뜰지도 모른다는 흉흉한 소문을 뒤엎고, 대천항에서 아면도까지 가는 배가 왔고, 얼마 후에 우리는 안면도의 영목이라는 항구에 닿았다.

   이제부터는 안면읍까지 도보여행. 길은 너무 좋았다. 가랑비 같았던 비가 굻어져서 입고 있던 옷이 다 젖을 때쯤 서녘 하늘에서부터 햇살이 다시 비치기 시작했다. 길다랗게 난 섬의 좌우를 둘러보니 바다는 넘실거리는 듯한데, 풍경 좋은 곳은 이미 곳곳에 펜션이 들어서 있었다. 차들이 적어서 도로는 한적하고, 한참을 걸어도 땀 한 방울 맺히지 않는, 걷기엔 더 없이 좋은 날이었다.

   오후 3시. 드디어 강OO 선생님께서 안면도에 도착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앞으로 남은 기간 우리와 함께 여행하려고 부산에서 안면도까지 급하게 달려온 것이다. 선생님은 실컷 걷는 여행을 해 보고 싶다고 해서 오게 되셨다. 우리가 있는 위치를 대강 말씀드렸고, 선생님은 차를 얻어타고 오시다가 중간에서 만나기로 했다. 한참 후에야 저 멀리 하얀색 트럭이 주춤거리더니 선생님이 보였다.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가방에서 호두과자와 물을 꺼내 주셨다. 이제 일행은 이제 셋이다.

   이후부터는 탄탄대로였다. 야트막한 안면도의 숲도 인상적이었고, 한적한 도로, 아름다운 바닷가, 도로 옆의 웃자란 소나무숲까지 눈맛이 시원했다. 게다가 동행자가 늘었으니 나눌 이야기도 더 많아졌다. 제법 많이 걸었는데도, 안면읍까지 편하게 올 수 있었던 것 이야기의 힘이 아니었나 싶다. 쓸 수 있는 돈이 빡빡한 우리는 꽤 비싸 보이는 펜션은 그림의 떡이고, 읍내로 나와 약간 허름한 곳에 숙소를 잡고 저녁을 먹었다. 숙소 아저씨의 소개로 오늘도 꽤 근사한 김치찌개로 저녁을 먹었다.

   일행이 한 명 더 늘어난 것을 기쁘게 여기며 어서 가서 간단한 파티라도 해야겠다. 내일은 태안까지 걸어갈 계획이다. 무리하지 않고, 마음으로 느끼는 여행을 하고 싶다. 서서히 여행이 끝나가고 있다. 이제는 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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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5-08-19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뻐하신다니 감솨!! 껌이라 생각에 조금 죄송스러웠는데.. ^^

푸른나무 2005-08-19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넓구나... 안 가본데가 나는 이다지도 많은가...

느티나무 2005-08-25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나무님, 아직도 안 가본데가 많으신 님이 지금은 더 부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