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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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1-2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느티나무님, 선운사에서.. 그러시길래 드뎌 이 냥반이 날 보러 오셨군, 했어요. 가쉼만 두근거리다 말았네..X! 날 보러 와요, 날 보러 와요~ 흠흠..이거 시는 진지한데 넘 까불었나..죄송요.

느티나무 2004-11-20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하시다니요... 동백꽃이 후두둑 떨어지던 날, 선운사에 갔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좀 추웠는데... 그래도 선운사로 걸어들어가는 길과 선운사의 그 동백숲과 도솔암까지의 길이 참 예뻤지요. 손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걸었던 그 시절,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걸었던 그 길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이렇게 시를 올려 둡니다.

비로그인 2004-11-20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선운사를 기억해주시고 아껴주시기까지 하시다니요. 선운사의 풍광은 사계절이 아름다운데 특히 겨울과 가을이 인상적이었어요. 겨울엔 선운사를 지나 도솔암까지 올라가는 어귀에 빨간 새끼단풍들이 하얀 잔설에 붉으스름한 손을 내밀고 있더라구요. 가을엔 또 우수수, 지는 가랑잎과 은행잎도 장관이구요. 걷다보면 모과향내에 취해 그만 아찔해질 때도 있답니다. 운이 좋으면 보랏빛 산꿩도 볼 수 있어요. 고창에 사는 건 아니지만..암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