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도 중순이다. 벌써 이렇게 고등학교 2학년이 끝나는 건가?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났으니 심리적으로야 이제 학년을 마무리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해마다 12월이면 어쩔 수 없이 올해를 되돌아 볼 수밖에 없더라. 어때? 지난 1년, 후회는 없나? 아니라면 얼마만큼 만족스러운 1년이었을까? 그 만족감과 후회의 반응에 이 동아리 모임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을까? 모든 게 궁금하지만, 우리 모임은 앞으로 몇 번 더 모일 테니 아직은 동아리 활동을 정리하기엔 좀 이르다 그렇지? 정리하고 마무리해야 할 때는 또 그렇게 해야겠지만, 지금은 지난 모임을 정리하고 이번 모임에 집중해야 할 때! 그럼 우리 이야기를 펼쳐 볼까?


   지난 모임은 미술관에 다녀온 이후에 동아리 모임을 했었지? 이번엔 좀 특별하게 백지 과제를 냈었는데, 대부분은 스스로 과제를 내고 답을 써 왔더라.(여전히 숙제 때문에 안타까운 친구들도 있었지만!) 항상 내가 내 주는 과제에만 익숙했다면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뭘 하라는 거야?’, ‘어떤 걸 쓰지?’, ‘왜 이런 걸 하지?’, ‘귀찮은데, 그냥 하지 말까?’…… 한 번 의심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끝이 없고, 처음엔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던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뿌리까지 흔들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여기까지의 마음은 대체로 다 비슷할 테니까. 그런데 어떤 사람은 억지로라도 생각을 짜내기 위해서 ‘고민’한다. 한참을 고민해도 마땅히 뭘 해야 하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다시 원점. 그러기를 두서너 번. 이제 시간이 별로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아직 내 공책의 대부분이 하얗다. 겨우 몇 줄 쓴 것도 내 맘에 안 든다. 고쳤다가 지웠다가 다시 썼다가…… 어떻게 어떻게 해서, 결국 내 마음에는 안 들지만 그래도 ‘숙제’라는 걸 한 것 같다. 해 놓고 보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반면, 마음이 흔들린 또 다른 사람은 이런 생각의 흐름을 좇아간다. 지금 이런 숙제를 하기엔 다른 할 일이 너무 많다, 오늘은 숙제할 기분이 안 난다, 이번에는 아예 숙제가 뭔지 알 수가 없으니 괜히 엉뚱하게 해 갔다가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 근데 맨날 이런 숙제한다고 뭐 딱히 달라지는 것도 없다…… 그러니 오늘도 숙제를 안 하고, 그냥 모임에는 간다. 마음이 좀 불편하긴 해도 그냥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말로 때울 수 있을 것이다.

   그냥 한 번 써 본 것인데, 너희들의 마음은 어느 쪽에 더 가깝니? 항상 하는 잔소리지만, 그냥 자라는 것 같은 우리 키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충분한 영양의 공급과 운동이 조화(물론 유전적인 요인도 크다.)를 이뤄야하지 않겠니? 우리 생각의 키도 마찬가지라구. 노력하지 않는데 자라는 건 없거든.


 

  이번 책, 눈먼 자들의 도시, 어떻게 읽었니? 난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신체적으로 눈이 멀었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욕망에 눈먼 자들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 시력의 상실은 곧 인간 이성의 상실이라는 뜻이겠지? 그러니 이런 인간에게 남은 것은 오직 생존의 욕망과 타자(他者)에 대한 공포뿐일 테고! 결국 인간이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돼 버린 거야. 무서운 현실이지? 그런데, 이런 ‘생각의 틀’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들여다보렴! 정말,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일까? 아직 학생이니, 사회의 모습을 더듬기 어렵다면 학교의 모습을 들여다 보자. 그것도 어렵다면 크게 볼 필요도 없지. 우리 반이 곧 우리 학교의 모습이기도 할테니까. 자기 반을 들여다 보라구. 이 쪽지를 받은 토요일 오전, 그리고 월요일 하루 동안 ‘눈먼 학생들의 교실’, 이라는 제목으로 학급을 자세히 관찰한 내용을 좀 써 오렴. ‘우리들은 어디에 눈이 멀었을까?’

   모임은, 12월 20일이다. 시간은 좀 일찍 할 수 있으려나? 보충수업이 없으니 7,8,9교시에 하고 마치면 좋겠지? 그 날 보자!!(생활나누기는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린다면?”이다.)

- 느티나무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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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12-1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 기준의 잣대가 옳다는 편견에 눈이 멀었어요.
저와 다름을 이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X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요~ㅠ.ㅠ

저 이 페이퍼 애정해요.
항상 절 돌아보게 하고 생각거리를 제공해줘요~^^

느티나무 2011-12-17 16:26   좋아요 0 | URL
어이쿠, 양철나무꾼님께서 좋아해 주신다니 더없는 영광입니다. 저는 논리적으로 옳은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일이 다 논리로 해결되는 건 아닌데, 말이죠?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글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