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낙동고에서 1학년들과 국어수업을 해 본 후 독서 능력이 없으면 제대로 공부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독서모임을 꾸렸습니다. 국어 공부 좀 제대로 해 보자, 이러면서 애들을 꼬셨지요. 그게 벌써 6년 전이네요. 그 때부터 해마다 새로운 친구들과 꾸준히 모임을 해 왔습니다.

   모임은 기본적으로 2주에 한 번입니다. 이 정도 간격이 꼭 필요한데 모일 때마다 책을 읽어야 해서 1주일은 책을 읽는 시간이고, 다른 1주일은 제가 내준 숙제를 하는 시간이니까 2주도 빠듯한 시간입니다.

   책은 제가 읽어 본 것 중에서 좋았던 책(재미+감동+의미+지식) 중에서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골랐습니다. 가능하면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골고루 선택했고, 책을 읽고 아이들과 같이 활동할 수 있는 내용을 고민하면서 골랐습니다.[여러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들도 많은데, 제가 읽기에 버거워서, 아이들과 저는 아주 쉬운 책만 읽습니다.]


책 이름


과제 내용 [예시]


연을 쫓는 아이


내가 ‘성장’했구나, 아니면 ‘어른이 되고 있구나, 하고 느낀 적이 있다면 언제 무엇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나? 구체적인 경험을 써 보자.


거미/그리운 여우


시집에서 고른 시 낭송하기(배경음악 준비할 것). 낭송이 끝나면 사회자가 이 시를 고른 이유를 인터뷰할 테니 미리 준비해 오렴.


호모 코레아이쿠스


가까운 사람의 뇌구조 그려서 발표하기(20대/30대/40대/50대). 모둠활동을 통해 한국인의 뇌구조 만들기.


슬럼독 밀리어내어


나의 인생을 대표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정답으로 만들고 ‘퀴즈쇼’ 형식으로 문제 출제하기 --> 맞힌 사람에게 간단한 선물도 준비하면 좋아!

   본격적인 독후 활동을 하기 전에 책에 대한 50자 평을 꼭 했습니다. 이외에 정해진 활동은 없습니다. 선택된 책에 따라서 상황극도 했고, 인물 비평도 해 보고, 주제 토론도 해 보고, 시낭송회도 열고, 노래도 부르고, 수필도 쓰고, 영화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부모님의 자서전도 받아 써 오고, 초청 강연도 열고, 시를 이야기로 옮기기도 하고, 내용 요약해서 쓰기 등 아무튼 다양하게 활동을 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모임의 진행은 학생 중에서 희망자가 합니다. 1년 정도 지나면 모두가 진행을 한 번씩 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의외로 모임을 이끌어 가는데 부담감이 많습니다. 그런 만큼 진행을 한 번 맡고 나면 그 다음 모임부터는 훨씬 성숙해집니다.

   이상하게 동아리 아이들 중엔 ‘울보’들이 많습니다.(담당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아리 모임을 하다보면 가끔 울음이 터지는 경우가 있는데, 지난 가을 어느 모임이 완전히 울음바다가 된 적이 있습니다. 책을 통해 자신들 들여다보는 일,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늘 배웁니다.

   아이들의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는 게 보입니다. 책의 종류에 따라 관심사의 폭이 훨씬 넓어집니다. 저는 아이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인권, 평화, 차별, 생명, 자유, 역사, 문화……라는 말이 나오는 걸 보는 게 좋았습니다. 수업시간과는 달리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 학생들의 다른 면을 보게 되어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 우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관계가 형성됩니다.

    일상적인 활동 외에 1박 2일 여름 독서캠프라는 이름으로 아이들과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바로 캠프를 다녀옵니다. 물론 전체적인 준비는 한 달 전부터 하는데, 계획, 진행, 평가팀으로 나눠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움직입니다. 가서도 빡빡한 책읽기 모임을 합니다. 2010년에 특별히, 우리 학교의 김은규 선생님과 인근학교에 계신 김진수(금명여고), 김현숙(낙동고), 박대현(낙동고) 선생님들과 함께 꾸린 독서캠프라서 더욱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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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11-09-06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캠프 운영 사례가 아니라 일상적 동아리 활동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길래 급하게 쓴 동아리 사례기... 이 글이 다른 선생님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pjy 2011-09-07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헐렁하지 않은데요~ 공부하랴 숙제하랴 책읽으랴 빡빡하구만요^^

느티나무 2011-09-07 16:52   좋아요 0 | URL
ㅋㅋ 오해가 있어요~.. 애들은 공부도 하고, 책도 있어야 하니까, 힘든데... 담당교사인 제가 설렁설렁하게... 다른 활동은 별로 안 하고, 좀 게으르게 책 읽기에만 집중한답시고 헐렁하게 살고 있거든요.(주변에 동아리 하시는 샘들 보면, 진짜 애들 데리고 활동 많이 하셔서... 그랬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