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루고 미루었던 여러가지 일들을 한꺼번에 해치우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우선, 손전화를 살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간 지 한 달 보름이 된 전화기를 찾을 것인지 부터 결정해야 했다. 이미 고리가 떨어져 나간 흑백 전화기지만 찾기로 했다. 그 안에 든 정보가 나에게는 너무 소중했기 때문이다. 또 예전에 지갑과 함께 잃어버린 주민등록증을 만들기로 했다. 또 몇 년 전에 어디서 어떻게 없어졌는지도 모르는 운전면허증도 만들기로 했다. 게다가 오래 전부터 사려고 했던, 등산화와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반바지(축구할 때 입으려고!)까지 몽땅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아버지께 승용차도 빌렸다.

   보충 수업이 끝나고 내일 수업 준비를 대충 해 놓고, 내 전화기를 주운 사람이 남겨놓은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다. 음, 젊은 청년이 친절하게 대해 준다. 예비군 훈련을 받고 있는데, 6시쯤에 내가 그 사람의 집 근처, 지하철역으로 나가기로 했다.(예비군복을 입고 있다고 했으니 금방 찾을 수 있단다.) 전화기가 없어진 사연, 전화 때문에 생긴 수 많은 이야기들은 다 생략하고. 아무튼 한 달 반만에 무심하게 자기 전화기를 찾겠다고 나선 나는 참...

   일단 사진 한 장을 들고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동사무소로 갔다. 사진 한 장과 5,000원을 내고 주민등록신청서를 만들었다.(임시 주민등록증 역할을 한다고 한다.) 진짜 주민등록증은 3주 후에 나온다고 하니 그 때 다시 찾으러 오라고 한다. 다시 서둘러 차를 몰고 운전면허시험장으로 갔다. 운전면허증은 생각보다 빨리 만들 수 있었으나 주민등록증이 없었던 나는 지문을 찍어야 했다. (지문을 찍는 일은 기분이 나쁘다.)

   면허증을 발급받으니 5시 10분. 6시까지 약속한 지하철역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했다. 다시 차를 몰고 약속한 지하철역까지 갔으나, 소심한(?) 나는 불법주차를 잘 못하므로 몇 번을 돌다가 역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유료주차장에다 차를 세웠다. 그래도 전화기를 찾아 준 고마운 사람인지라 맨손으로 만나기 뭣해서 '케이크'라도 한 개 사려고 근처를 다 돌았으나 가게가 없었다. 약속 시간은 거의 다 되었는데 빈손이라서 울컥 짜증이 났다. 골목을 뒤지지 조그만 케이크 가게! 고구마케이크를 하나 사 들고 서둘러 지하철역 안으로 내려가니 군복 입은 청년이 두리번거리는 게 바로 보였다. 인사를 하고 건네받은 손전화기. 내 것이 맞지만 낯설었다. 케이크를 건네주었으나 한사코 사양하였다. 그러나 나도 물러서지 않고, 결국 그 청년에게 케이크를 주었다.

   뭐, 이 정도 하고 나니 힘이 쫙 풀렸다. 이젠 옷과 신발 사는 것도 귀찮고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피곤해서 잠 밖에 안 왔다. 조금 자고, 저녁을 먹었더니 덥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대로 무엇이라도 해 볼 기운이 생겼다.

   이제부터 무엇을 해 볼까? 리뷰도 쓸 게 세 권이나 밀렸는데... 새로 잡은 책도 읽어야 하고, 서재에 글도 올려고 싶고. 텔레비전도 좀 보고 싶고. 음,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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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3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발~* 2004-07-2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하나는 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