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어른들은 ‘공부만큼 쉬운 게 어디 있냐?’고 말씀하십니다. 지금은 공부가 아니라 ‘일’을 하고 있는 제가 생각해 볼 때 정말 그런 것도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 공부할 수 있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절이란 말에도 공감이 갑니다.

  그러나 공부하는 것도 분명 힘든 점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성과가 금방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공부가 오늘 열심히 공부했다고 해서 내일 성적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부에는 왕도가 없’고, ‘느리지만 꾸준하게’ 같은 영어 격언 같은 것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던진 돌멩이는 물속에 가라앉아 있을 것입니다. 단지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지금껏 여러분들이 던진 돌멩이가 물속에서 튼튼한 기둥을 만들어 놓고 이제 곧 물 밖으로 찬란하게 나타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제까지 보이지 않는 기둥이 우리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오늘 갑자기 떠오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지금껏 쌓아왔던 기둥을 보기 위해서 여러분들은 오늘 다시 돌을 던져야 합니다. 어제 던진 돌이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맙시다. 어제 여러분들이 던진 돌은 이제 물속에서 튼튼한 밑돌이 되어 있을 것이니 어제 공부했던 결과가 오늘 나타나지 않는다고 벌써 포기하지 맙시다. 지금이야말로 우공이산(愚公移山)-우공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어떤 큰일이라도 끊임없이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뜻-의 고사를 떠올려야 할 때입니다.

 

   지금껏 여러분들은 자기 스스로를 잘 조절해 가며 공부해 왔습니다. 저는 그런 여러분들을 무척 대견하게 여깁니다. 이제 곧 무더운 여름방학이 시작됩니다. 다시, 여러분들은 이 무더위 속을 혼자 묵묵히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 모두가 이 뜨거운 여름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는 세상의 모든 나무들처럼 방학을 보낸다면 넉넉하고 풍성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가을을 맞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그런 것처럼 말이지요.                                            

                                                 

                                                                                                                2004년 7월 12일에

 

* 전에 본 메시지님의 '수능성적 여름방학에 달려 있다'는 글을 복사해서 나눠주고 빈자리가 허전해서 저의 짧은 글을 붙였답니다. 학생들에게 저의 마음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는데,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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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3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4-07-13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알아봐 주시니 미안스럽고, 고맙습니다.

메시지 2004-07-14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담당하고 있는 학원아이들이 요즘 많이 기운을 잃었습니다. 어제 대성모의고사를 본 이후 오늘 아침에는 유난히 지각생이 많더라구요. 재수, 삼수라는 힘든 길을 가는 녀석들에게 힘을 주고 싶은데 어찌해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다들 알아서 잘 해나가더니만.... 저도 편지를 써볼까 했는데 어색해서 말았는데...
편지에 느티나무님의 따뜻한 마음이 묻어나네요. 아이들도 잘 알고 있을거에요.

느티나무 2004-07-14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으면 좋겠어요. 우리 학교도 3학년은 모의고사치던데... 여러가지로 복잡한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