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보충 없는 방학에 잘 적응하고 있지? 저번 모임에서 얘기했던 자신의 방학 계획이나 목표에는 차근차근 다가가고 있겠지? 다음 모임에서 어떻게 되고 있는지 현재 상황을 자세히 알려주면 좋겠다.

   지난번 모임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다. 책도 좀 그랬는데다가 토론이든 발표든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만들어졌으니까…… 나는 너희들이 인터넷을 비롯한 언론 매체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저번 모임에서 너희들 얘기를 들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군. 의외로 무덤덤하더라.(진짜 인터넷 게시판에서 ‘열폭’하는 네티즌은 ‘초딩’ 밖에 없으려나?)

   방금 동아리 모임하려고 화명도서관에 연락했더니 지하에 있는 독서토론실은 대여해 주지 않는다고 한다. 하필 홈페이지도 접속이 안 되고(이것도 물어보니, 복구 중이란다.) 공간도 대여해 주지 않는다고 하길래, 정색하고 좀 따졌다. (그래봐야 전화 받는 담당자가 뭔 죄가 있겠노?) 도서관 홈페이지 복구되면 홈피 게시판에 항의 글이나 써야겠다.

   그건 그렇고, 우리 모임은 어디서 한다? 이것도 큰 걱정이네. 흠, 학교에 와서 해야 하려나? 꼭 학교 밖에 장소가 없다면 교장선생님께서도 허락이야 해 주시겠지만, 이런 걸로 부탁하기는 싫은데…… 구민운동장에 평상에 앉아서 할까? 끝나면 운동장 같이 돌고, 게임하다가 벌칙 걸리면 운동장 한 바퀴 돌아오기! 뭐 이런 벌도 좋겠네. (이 더위에 애들 쓰러질라!) 교무실에 앉아 이런 글을 쓰면서 혼자서 싱글싱글하고 있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 아무튼 일단 별다른 연락이 안 가면 학교에서 하는 걸로 하자.

   이번에 숙제로 내 준 책을 아직 다 못 읽은 사람은 없겠지? 이 글을 읽을 때까지도 아직 책을 펼치지 못한 사람은 얼른 몇 쪽만 읽어봐라. 그러면 금방 끝까지 다 읽게 될 테니까. 책을 덥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어떤 분들은 중고등학생 자녀에게 권하기가 조금 망설여진다고 하더라만, 나는 너희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네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늘 그렇듯 이 책이 너희들의 성숙에 좋은 자양분이 되기를 빈다.

   이번 모임의 생활나누기는 지난 1학기 동안 읽고 보고 들었던 책, 영화, 음악, 그림, 텔레비전, 이야기…… (그게, 무엇이든 다 좋다) 중에서 내 마음을 가장 행복하게 만든 걸 소개해 주렴. 예를 들어, 좋은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면 어떤 영화를, 어떤 감동을, 어떤 이유였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 1시간 동안만큼은 발표하는 동안 다들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럼 이 쪽지의 가장 중요한 내용인 숙제가 이제 나가니까 잘 챙겨서 듣고 모두 숙제를 해 오너라.(이번 모임은 시간도 많으니까, 느긋하게 모두의 숙제를 챙겨서 들어볼 거다.) 처음에 이 책을 읽고 들었던 소감이나 느낌 당연히 준비해 오는 것이고, 이 책의 독후 과제는 자신의 못난 점을 들여다보기, 대신 못난 점에 빠지지 말고 그 못난 점이 나에게 어떤 힘을 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기. 또 그런 못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것을 글로 써 오기. (이건 1번, 2번, 3번 하는 식으로 번호를 쓰지 말고 세 가지 소주제가 한 편의 글이 될 수 있도록 써보렴.)

   다음 모임까지는 딱 일주일이 남았으니 이 숙제글이 그리 늦은 편은 아닌데, 너희들이 블로그에 올려진 이 글을 다 읽게 되려나, 좀 걱정스럽다. 이 글을 본 사람들은 다른 친구들에게도 좀 알려줘.(못 봤다고 안 해 오면 모임에서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어야 한다.)

   이제 대충 숙제글이 끝났으니 나는 다음 책 선정 작업에 들어가야겠다.(이 시간도 행복한 시간이다.) 또 9월 중순에는 이상석 선생님을 뵐 수도 있으니 책을 읽고 나서 생긴 궁금한 내용은 직접 물어볼 수도 있을 거니까 그것도 마음속으로 생각해 보렴. 얼른 그 날도 왔으면 좋겠다. 우선은 다음 모임이 더 급하지만!!

   날이 무척 덥다.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맺는 모든 나무는 한여름 땡볕을 묵묵히 견뎌낸 나무이다. 우리도 묵묵히 견뎌나가자.

2011년 7월 땡볕에 느티나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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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7-21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생마냥 앉아서, 좀 생각해 봤어요.
'못난 것도 힘이 된다'를 읽지 않았지만, 제 자신의 못난 점도 한번 들여다 보고 말이죠~^^

여름 땡볕엔 느티나무 그늘이 소중하죠.

느티나무 2011-07-21 21:32   좋아요 0 | URL
아이들에게 늘 힘든 숙제를 내지요^^;; 느티나무가 좀더 우람하게 자랐어야 그늘이 깊고 넓을텐데... 그냥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