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 지음/ 안대회 옮김, 돌베개, 2003

   이 책에서는 뼈아픈 자기 비판, 자기 부정의 정신을 찾아볼 수 있거니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이 땅에 사는 지성인들에게 건강한 자기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판단한다.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태한 정신을 일깨우는 고전이다. 박제가는 한 편의 길에서 " 아아! 압록강의 동쪽에서 책을 덤덤하게 보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 말을 신뢰하는 자가 없음이 당연하구나"라고 개탄을 금치 못했다. 이 책은 분노와 열정의 저서다. '북학의'를 읽고서 덤덤한 느낌이 든 독자라면 지난 역사에 대한 덤덤함이 아니라 그가 처한 현실에 대한 무감각증을 의심해 볼 일이다.

-책머리에, 역자

 

   처음에 장인(匠人)이 거칠게 물건을 만들어 놓자 그에 습관이 된 백성들이 거칠게 일하고, 그릇이 한 번 거칠게 만들어지자 백성들이 그에 익숙해져 마음이 거칠어진다. 그런 자세가 이리저리  확산되어 습관으로 형성된 것이다. 자기 하나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자 나라의 온갖 일들이 모두 그 그릇을 본받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 물건 하나라도 작은 것이라고 무시하여 소홀히 만들 수 없다. 마땅히 토공(土工)을 단속하여 법식에 맞지 않게 만든 그릇은 시장에 내다 팔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 누군가가 이렇게 말하였다.

   "자, 여기 어떤 사람이 있어 자기 굽는 기술을 배워 가지고 정성과 힘을 다하여 그릇을 만들었다고 합시다. 그런데 나라에서 그 그릇을 사 주기는커녕 도리어 세금을 후하게 매기니 기술 배운 것을 후회하고 버리지 않을 기술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일본의 풍속은 온갖 기예(技藝)에서 천하 제일이라는 호칭을 얻은 사람이 있으면 비록 그의 기술이 자기보다 꼭 낫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그를 찾아가서 스승으로 모신다. 그리고 그가 평하는 좋다 나쁘다는 말 한마디를 가지고 자기 기술의 경중(輕重)을 판단한다.이것이 기예를 권장하고 백성들을 한 가지 기예에 집중하게 하는 방법이 아닐까?

-자기, 63-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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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25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자세가 이리저리 확산되어 습관으로 형성된 것이다..거친 자세, 거친 마음. 알겄슴돠. 허리 펴고, 가슴 펴고, 눈 부릅뜨고, 읽고 있슴돠! 근데..에고고.. 힘들어요, 히히..도로 둔너야지..철퍼덕..아- 모두 한가한 일요일을 즐기고들 계시는군요. 지금 창문 열었는데 푸른 보리밭에 바람이 불어오네요. 으(기지개!)나른한 계절입니다. 느티나무님도 오널 좋은 주말 보내세요..기럼, 지두 책 펴고 얼굴 위로 가까이, 좀 더 가까이..음냐.. 쿨쿨..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