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 문정희 

  
학창 시절 공부도 잘하고 
특별 활동에도 뛰어나던 그녀 
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시에도 무난히 
합격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가 

감자국을 끓이고 있을까 
사골을 넣고 세 시간 동안 가스불 앞에서 
더운 김을 쏘이며 감자국을 끓여 
퇴근한 남편이 그 감자국을 15분 동안 맛있게 
먹어치우는 것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을까 
설거지를 끝내고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입사 원서를 들고 
추운 거리를 헤매고 있을까 
당 후보를 뽑는 체육관에서 
한복을 입고 리본을 달아주고 있을까 
꽃다발 증정을 하고 있을까 
다행히 취직해 큰 사무실 한켠에 
의자를 두고 친절하게 전화를 받고 
가끔 찻잔을 나르겠지 
의사 부인 교수 부인 간호원도 됐을 거야 
문화 센터에서 노래를 배우고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는 남편이 귀가하기 전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갈지도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저 높은 빌딩의 숲, 국회의원도 장관도 의사도 
교수도 사업가도 회사원도 되지 못하고 
개밥의 도토리처럼 이리저리 밀쳐져서 
아직도 생것으로 굴러다닐까 
크고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 
부엌과 안방에 갇혀 있을까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이 시는 우리 학교 디지털도서실에 소개되어 있는 詩다.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때는 웬지 내 낯이 뜨거웠다. 그리고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도 그 여학생들을 '크고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게 만든 잘못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서글픈 상황에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도 이 시를 읽으며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학교의 재능있는 여학생들은 과연 어디로 갈까? 아니, 재능과 상관 없이 받게 될 우리 학교의 여학생들의 사회적 차별은 과연 나아질까? 걱정이다. 이 시를 보면서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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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4-22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고등학교 다닐때 교장 선생님이.. 아침 조례할때면.... 우리더러 장차 정치인 부인, 의사 부인이 되서 훌륭하게 살라고 했었죠.. 쩝쩝....

느티나무 2004-04-22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교장선생님, 아직도 교장선생님이실까요? ^^;

심상이최고야 2004-04-22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여학생들이 크고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 부억과 안방에 갇혀 있지 않도록 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노력해야 겠지요!!

푸른나무 2004-04-23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와 동등한 능력을 갖추고도 여자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마땅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비분강개할 일이지만 재능과 능력을 가졌다고 해서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편의 아내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요. 사회적 지위는 남편의 것이지 그것이 제 자신일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부엌과 안방도 꼭 갇힌 세상만은 아닙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나의 능력을 가장 인정해주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기도 하고 스스로 가치있게 만들어 가야 할 작은 세상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