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오늘부터 수학여행(2학년), 수련회(1학년) 활동에 들어갔다. 그래서 하루 종일 3학년들만 학교에 남아서 정상적으로 수업을 하게 되었다.
보통은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 학교에서 주로 '부장교사'들을 중심으로 환송하러 일찍 출근을 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오늘 2학년들은 7시에 학교를 떠나기로 되어 있어서, 나도-부장교사는 아니지만- 환송하려고 일찍 학교에 왔다. 아이들은 이미 차에 다 타 있어서 나는 버스에 올라서 아이들에게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했다.
여행 떠나시는 여러 선생님들께도 인사를 드렸고, 학교에서 준비한 아침을 식당에서 먹었다. 이제는 1학년 차례. 1학년들은 오늘 수련회를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8시 30분이 출발 예정이었으나, 몇 가지 이유로 약간 늦어졌다. 그러니까 0교시 수업이 끝난 3학년들이 창밖으로 운동장을 보고 있는 게 내 눈에 보였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다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 수업은 정규수업 3시간에 보충수업 2시간이었다. 어제 너무 늦게 잔 탓인지 정신이 약간 흐릿해서 머리가 빨리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 수업을 하면서 '음, 몸 상태를 좋게 만들어야 수업도 잘 된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되었다. 그래도 3학년들 수업이라 나름대로 긴장이 된다.
요즘은 3학년들과 조금 더 친해진 느낌이다. 원래 이번 3학년들이 붙임성도 좋고, 선생님들을 잘 믿고 따르는 분위기라 선생님들 사이에선 '순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긴 했지만, 나는 아무래도 이번 3학년이 처음 대하는 학생들인지라-이미 1,2학년 때 가르쳐 온 선생님들과는 탄탄한 인간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내가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조금 걱정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의외로 아이들이 잘 대해 주는 것 같다. 모르는 문제로 스스럼 없이 들고 오고... 복도를 지나다닐 때는 언제나 환하게 인사를 하는 편이다. 학교 밖에서 만나도 반갑게 맞아준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이제 아이들이 한 명씩 한 명씩 눈에 들어올 때마다 참 괜찮아 보인다. 그네들이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알겠고, 그네들에게 지금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니까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사탕 두 봉지를 사 들고 들어갔다. 고등학교 3학년에게 겨우 사탕 한 알씩 건네 주는 게 유치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이 주는 거라서 또 고맙게 받는다. 아이들은 사탕의 의미를 자기들 나름대로 '수업시간에 입 좀 닫아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나는 옥신각신하는 아이들을 보며 또 빙긋이 웃음이 나온다.
너희들이 좋아서 사 주는 사탕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