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분이 엉망이다. 나는 아무래도 마음이 너무 여린 게 탈이다. 오늘은 월요일... 토요일에 이발도 하고, 나름대로 컨디션도 괜찮았고, 마침 휴일도 끼어 있어서 신나는 한 주가 될 것 같은 예감이었다. 그러나 이 예감은 몇 시간을 가지 못 했다. 문제의 아침 회의 시간!

   한 선생님께서 며칠 전에 있었던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셨다. 물론 사석에서의 발언이 아니고, 공식적인 회의 석상에서 나온 말씀에 대해서였다. 사석에서야 특정 단체에 대한 비하발언이 심심치 않게 들려 왔지만-왜 내가 있는 자리에서는 그런 일이 한 번도 안 일어날까?-, 오로지 사석이라는 이유 때문에 지금껏 참고 있었지만... 오늘 소개된 발언은 아주 충격적이었다. 그것도 학부모님들이 있는 자리에서 그랬다니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속에서 울컥!  '아니, 선생들에 대해서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내가 알기론 우리 학교 선생님들 모두가 열받은 날이었다. 그런 소리를 듣고도 열받지 않으면 그 사람은 쓸개가 빠졌거나, 아마 미쳤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물적거리며 사과하는 선에서 넘어갔으나 나는 교실에 들어가 있는 내내 우울했다. 왜 학생들에게 전심전력을 다하게 내버려두지 않을까? 왜 쓸데 없는 발언으로 사람들의 의욕을 꺾으려고 들까? 나로서는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안 그래도 교육부의 엉터리 대책으로 학교는 다시 그 옛날로 돌아가는데...

   아무래도 이런 곳에서 이런 사람들과 어울려 살다가는 온 정신을 지킬 수 없을 것 같다. 무슨 대책을 세워야겠는데... 아, 선생들 말 참 잘 한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진정한 교육자인양 행세하는 걸 보면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고, 꼭 아이들을 위해서 이 한 몸 희생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내비칠 때는 코미디가 따로 없다. 나 자신이 희화화되는 것이 싫다.

   토요일에 들은 말 중에서 기억에 남는 말, 

 "깨달음이 없는 지식은 허망하다. 행동이 없는 깨달음은 기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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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04-04-12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만 (欺瞞) [명사] [하다형 타동사] [되다형 자동사] - 남을 그럴듯하게 속임.

'행동이 없는 깨달음'은 '기만'이라는 말을 들으니 참.... 요즘 같이 어수선한 날에는 비수처럼 와서 꼳히네요.^^;;

비로그인 2004-04-13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덕끄덕..반드시 교육분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제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데도 의미있게 다가오는 말 같습니다. 느티나무님, 만쉐이! 아, 글고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 어데까지 읽었더라...기필코 완독허겄습니다. 일케 꾸무럭거려서야, 원.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