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연습은 잘 했나? 이제 내일이 시낭송회인데… 조금 걱정이다. 마음 한쪽에서는 괜히 이런 걸 한다고 해가지고, 이런 생각도 들었다가 준비하면서 우리가 조금 더 많이 일상을 공유하게 되었으니 앞으로 모이면 더욱 할 말이 많아지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에서야 싫고 좋고의 문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이 시간도 지나가고 나면 소중한 추억으로 남겠지. 오늘까지 연습 마무리 짓고, 내일은 준비한 만큼 보여주자. 이것도 가을을 즐기는 한 방법이라고 믿고^^[내 안에 끼를 발휘해보자!]/이건 시극(詩劇)을 하기 전에 쓴 것이고……. (이후는 일요일 밤에 쓴 글) 걱정했던 것보다 결과는 잘 나온 것 같아서 다행이다. 결과가 좋으니 나 역시도 기분이 무척 좋다. 그렇지만 좋은 결과만큼이나 좋은 과정이었나를 되짚어 보는 것도 필요하리라고 본다. 반성문을 쓰라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야 다음에는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가 있을 것이다. 이번에 공연 준비하면서 모두들 많은 걸 느끼고 배웠겠지? 그 느낌을 솔직하게 얘기해 주면 좋겠다. (A4 용지 ½ 정도면 될 것 같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힐끔거리면서 왜 공연이 끝나고 모두 그렇게 울었을까,를 생각해 봤다. 아마도 그들은 어떤 의도에서건 이 합창단 활동에 자기의 많은 것을 내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그 합창단 활동에 진정성이 없었다면 공연 후에 그렇게 울만한 무엇인가가 없었을 것이다. 간간히 공연 후에 이어지는 후일담을 들어보니 얼추 내 생각과 같았다. 내가 어떤 일에 쏟은 열정만큼만 그 활동에서 무엇인가를 얻어갈 수 있는 거란다.(우리의 연습이 일주일이 아니라 서너 달이었으면 우리도 펑펑 울었을 것 같은데……)

   생활나누기는 따로 하지 않을 계획이다. 주제를 계속 고민해 보고 있는데, 이번에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기도 하고(슬슬 밑천이 딸리는 것인가?), 1시간 안에 시극 평가와 함께 다하기에는 시간상으로도 좀 무리인 듯싶다. 그래도 꼭 생활나누기 해 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면 ‘학교에서 가을 100배 즐기기’ 라는 주제로 정리해 오면 된다. 매일 똑같은 학교생활 속에서도 가을을 즐기려면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어려운 것 말고 진짜 사소한 것, 할 수 있는 것(시집을 읽을 수도, 점심시간에 매일 교내를 산책할 수도 , 그 밖에도 찾아보면 아주 많을 것 같다.)에 대해서 찾아보자. 그러면서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을 느끼며 조금 더 일상을 예민하게 자각하면 우리는 지금보다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모임은 한 주 미뤄서 11월 3일이네. 예전에 나눠 준『쾌락의 옹호』는 잘 읽고 있을까? 얇은 책이라고 아직도 맘 놓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데 책을 몇 페이지 읽어보면 마음을 다잡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거야. 글에 집중하고, 뇌가 잔뜩 긴장해야 겨우 무슨 내용인지 알 게 되는 경우가 많단다. 제법 어려운 낱말도 있어서 어쩌면 사전을 뒤적이면서 읽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샘은 왜 이런 책을 읽으라고 하시지?’ 이런 생각을 해 보기도 할 거야. 그런데 가만히 읽다 보면 묘한 쾌감 같은 게 느껴지지 않나? 뇌가 팽팽한 긴장감 속에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게 느껴지면 나는 짜릿해지기도 하던데……나만 그런가? 숙제는 일단 책에 밑줄 그어오기! 이 책 읽다 보면 책상이나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이고 싶은 문장들이 좀 있을 거야. 그 문장을 읽었을 때 ‘나의 느낌’이나 내 생각을 짧게 덧붙여 오면 좋겠다. 발표하는 걸 들으면 나랑 비슷한 글을 읽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구나, 이런 느낌이 들 수도 있고 전혀 반대인 경우도 있겠지? 그걸 우리가 모였을 때 나누는 거야. 또 자기 생활을 잘 들여다보면서 수필 한 편 써오기. 이 책을 잘 읽어보고 내 일상을 주제로 글을 한 편 써 오는 것도 좋겠다. 쓰고 나서 여러 번 고쳐오기. 고친 흔적도 함께 발표하면 더욱 좋다. 어떻게, 왜, 고쳤는지도 발표하자. 글을 쓰고 나서 잘 다듬으면 얼마나 글이 달라지는지도 한 번 실감해 보자.

   자기 생활을 성찰하는 태도와 습관이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그리고, 성찰과 공부가 함께 가야 비로소 ‘제대로 된 사람’이 된다는 사실도 깨닫도록! 이건 사람이 죽을 때까지 놓지 말아야 할 화두 같은 것임을 느끼도록! 

   이번에도 쓸데없이 잔소리가 길었다. 그래도 필요한 소리였다고 믿고 싶다. 스스로 필요 없는 잔소리라 여겼다면 여기까지 내려오는데 세 시간이라는 시간을 쏟을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럼!

-10월 25일 아침, 느티나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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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0-26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한참을 되짚어 읽었어요.

저도 한번쯤 저렇게 해봐야 겠어요.
자기생활을 성찰하는 태도,저도 명심 하려구요~.

느티나무 2010-10-26 10:24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애들한테 요구만 하지... 정작 저는 저런 태도랑 영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거든요. 저도 오늘부터 '대지의 기둥'에 돌입합니다.^^;; 밀레니엄급 재미라니... 기대가 큽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