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안녕? 벌써 일주일도 더 지나버린 저번 모임은 어땠나? 오늘 다시 생각해 봐도 좀 어렵고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모두들 열심히 준비했을 테니까 그 준비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그냥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속에 씨앗처럼 자라서 언젠가는 열 배 스무 배로 자라 꽃을 피우리라 믿는단다.

  『나의 서양미술 순례』읽기, 힘들지?(아직 안 읽었을라나?) 앞으로 너희들이 미술에 관한 책을 읽을 기회가 더 많을 테니까 차차 알게 되겠지만, 내가 느끼기에 이 책은 여느 미술책과는 좀 다른 것 같더라. 그림을 선택하는 기준도 독특하고, 그 그림을 설명하는 방식도 보통의 미술책들이 보여주는 방식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술술 읽히는 문체는 아니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을 꼼꼼하게 읽어 내려가니까 내 마음 속에 글쓴이의 저릿한 아픔 같은 게 느껴지더군. 그러니까 사실 이 책은 미술에 관한 책이면서 사실은 미술책이 아닌 지도 모르지. 그림이나 조각은 하나의 도구였을 뿐, 화자가 마주한 것은 늘 그림 너머에 어른거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으니까. [참고로, 이번에 읽었으니까 세 번째 읽는 셈인데, 읽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여러 책도 함께 읽으면 좋은데, 기억해 두었다가 방학을 하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서경식이 지은 책 중에『청춘의 사신』이라는 미술책,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라는 홀로 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태인의 흔적을 찾은 여행기, 『소년의 눈물』이라는 독서에 관한 수필집(일본어 문장이 뛰어나서 일본에서 유명한 '에세이상'도 받았다구.) 등이 있는데, 모두 훌륭한 것들이니 꼭 챙겨서 읽도록 하렴. 아울러, 그 형들이 지은『서준식의 옥중서한 1971-1988』과 『서승의 옥중 19년』이라는 책도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물론 그 자체로도 훌륭한 책이고.) 그러나 지금 당장은 우리한테 그만큼의 시간이 없으니 서경식의 형들이 당했던 사건에 대해서 간단히 자료를 찾아보고 정리해 오는 걸로 대체하고자 한다. 만약 아직 이 책을 안 읽었다면 먼저 위에 나오는 인물들을 검색해서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를 알아보고 책을 꼼꼼히 읽는 것도 좋겠다.

   또 이 책이 나의 서양미술 순례, 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느끼는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에 힌트를 얻어서 우리는 "나는 ______________할 때 가장 기분이 좋다/나쁘다." 라는 활동을 해 보고 싶다. 이 글은 서술형으로 쓰지 않아도 좋다. 그냥 개조식으로 써도 좋다. 대신에 자신이 어떤 상황이 가장 기분이 좋고, 나쁜지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각각 항목 20개 이상) 우리가 책을 골라 읽으면서 계속 이런 활동을 해 온 거 알고 있지? 난 책읽기가 자기의 삶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때 진정한 책읽기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책 내용에서 출발해서 미처 몰랐던 자기를 발견해 보는 것도 큰 기쁨이리라 믿는다.

   다음으로 이 책의 그림들 중에서 네 마음을 조금이라도 흔들었던 그림이 있다면 그 이유를 말하는 것으로 주요 활동을 하고 싶다. 그 그림을 보고 들었던 네 마음의 울림이라든가,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을 때 들었던 느낌, 이 그림을 소개하려는 이유 등 그림을 보며 네 마음속에서 일어난 변화를 차분하고 섬세하게 정리해 와서 발표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글로 써 오렴) 책에 대한 50자 평은 기본인 거 알지? 자, 숙제가 좀 많지? 그래도 많이 노력한 만큼 마음속에 씨앗은 남는 거니까, 알겠지? 그럼 우리 방학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말과 글의 풍성한 식탁을 차리자. 그럼 환하고 예쁜 얼굴 방학 때도 자주 보자구.

언제나 방학을 기다리는 느티나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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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0-07-15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훌륭한 책들이네요.
<서준식의 옥중서한>은 아마 절판이죠? 중고서점에서 사려고 몇번 발품을 팔아도 결국 찾지 못한 책이군요.

느티나무 2010-07-15 20:14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옥중서한,은 제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절판인지도 몰랐는데... 흠, 제 수준에서는 읽는데 인내심이 조금 필요하더라구요^^. 잉크냄새님,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