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앞으로 다시는 정치를 하는 누군가를 위해, 내 손으로 돼지저금통을 돌릴 일이 있을까, 싶었다. 그 때 10월 중순, 월급을 받자마자 핸드폰으로 소액 후원금을 '쏘던'기억. 뭔가 될 거라는 믿음으로 설레던 그 시절. 그리고 정말 꿈같은 역전 드라마가 현실에서 펼쳐지던 그 행복한 기억들.
대통령 노무현이 하면 다 이해가 된다던 한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나는, 이 선생님은 순진한 사람이군,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그 선생님은 행복할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은 부러웠다. 그가 대통령일 때 나는 너무 쉽,게, 말을 했다. 결국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는 정책이나 사안에 대해 비판은 필요한 것이었지만. 거기서 멈춰야 했는데 너무 나갔다.
나는 살면서 대통령을 세 번 본 것 같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 부산시장 후보였던 노무현이 부산대학교 앞에서 유세하던 모습을 봤다. 그 때 우연히 앞자리에 앉아서 연설 내용이 귀에 잘 들어왔다. 짧은 내용이었지만 흥겨운 분위기였다.
두 번째는 우리 옆 동네에서 출마했을 때였다. 부산 북/강서을. 허모 국회의원이랑 맞붙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날은 허 모 국회의원의 명연설이 있어서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되었다.- "지금 살만한 사람은 손 좀 들어보시오. 저 분들은 다 전라도 출신이요."
아무튼 그날도 노무현의 합동 연설은 최고였다. 선거에선 낙선했지만 말이다. 이 이후에 '바보' 노무현 열풍이 불었다. (그 때도 이상했던 게 노무현을 떨어트린 사람도 국민-주민-이고, 노무현에 열광하는 사람도 국민-주민-이라는 게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지금도 인터넷의 추모 열기는 이상스럽다.)
세 번째는 퇴임한 후에 봉하마을로 가서 본 기억이 난다. 작년이었나? 아마 그랬을 것이다. 작년 봄이었을 거 같다. 그 때도 거의 맨 앞줄에 서서 노무현 대통령을 또렷이 본 기억이 난다. 친하게 지내는 선생님 두 분이랑 함께 갔었는데, 그 때 대통령에 대한 내 느낌이 곱게 늙은 '시골 할아버지' 같았다.
아, 이젠 저 곳에 터를 잡고 오래 계시겠구나, 싶었다. 차라리 잘 됐다. 지긋지긋한 수구꼴통 언론과의 싸움도 좀 수그러지고, 환경 운동이든, 나무심기든 조금은 더 근원적인 사람살이 방식에 힘을 쏟는 게 더 좋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랬는데...... 내 마음속의 영원한 대통령. 그가 죽었다. 먹먹하고 먹먹하고, 먹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