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이명박, 있다"
이 말을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얘기하면 아이들은 와, 하고 웃는다. 진지하게 말했던 나는 아이들이 웃는 영문을 알지 못한다. 아마도 드라마 대사가 떠올라 그렇겠지하고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고백해야 하는 나는 슬프다. 내 안에 있는 이명박을 어쩌지 못해서 더욱 슬프다.
동학년 선생님들과의 회식-동학년 선생님들 뿐이랴? 업무의 연장 같은 공적(?)인 모임은 모두 싫다-을 정말 싫어한다. 그래도 학년 초라 어쩔 수 없이 두 어번 따라 갔었다. 일상적인 이야기들 끝에 이명박,에 대한 이야기.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 누구도 그의 교육정책을 옹호하는 사람이 없다. 소수의 큰 목소리와 침묵으로 말하는 다수의 동조!
그러나 그 속에서는 나는 슬프다. 지금 이명박의 정책에 대해 씹어대는 그 분이야 말로, 학교에선 아이들에게 이명박적 사고를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분이 아니신가? 가령 이런 식이다.
잘 될 놈 몇 놈만 키우면 된다-성적순으로 정독실에 배정하자./ 어차피 학교를 빛내는 것은 상위 몇 명 아니냐-특별반 영어-수학 수업하자./ 담임이 벌금 받으면 애들은 꼼짝 못한다-지각하면, 벌점 받으면, 도망가면... 돈 내라면 애들은 무조건 말 잘 듣는다./ 머리카락이 단정해야 몸가짐도 바르다-머리카락 단속이야말로 교육의 시작이다./ 핸드폰은 학교에 오면 맡겨라-이것도 안내면 벌점이다/말 안 듣는 놈은 몽둥이가 약이다-안 될 때는 때려야 한다. 매 앞에 장사 없다./......[학교에서는 이명박적 사고엔 끝이 없다.]
그러나, 내가 슬픈 건 나도 그 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공부로 아이들을 위협하는 것도 그렇고, 내 마음 속으로 성적에 따라 아이들을 줄세우기도 하고, 계속 말을 안 듣는 녀석은 매를 들어야 하나, 하는 고민도 한다.(때려서 말 듣도록 하는 건 사육사가 제일 잘 하는 거 아닐까?) 그러니 아마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나도 분명히 지금 내가 욕하고 있는 정책을 폈을지도 모른다. (괴로운 척은 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대안이 없다면서 뭉그적거리지 않았을까?)
이명박을 욕하는 건 쉽지만, 이명박과 다르게 생각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고, 그렇게 다른 생각을 나부터 실천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내 안에 있는 이명박의 그림자가 지워질 때, 나는 진정한 교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괜찮은 척, 폼만 잡고 있는 엉터리 교사다.(아이들에게 따뜻하고 정 많은 교사로 인식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긴 한데, 그게 그렇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자꾸만 든다.) 갈 길이 멀다. 그래서 슬프다. 요즘 인생은 슬픈 것이라는 말을 달고 산다. 참, 사는 건 슬픈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