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O반 학부모님들께

   어제는 휴일이라 화명동에 있는 구민운동장에 나갔는데 거기도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며칠 매섭던 바람은 시나브로 밀려드는 꽃기운에 어느덧 자취를 감추고 말았더군요. 이제 곧 초록 물결의 바람을 타고 꽃나무들이 가지를 뻗을 기세입니다. 그렇게 세월은 가고 또 오는가 봅니다. 그런 가운데서 우리 아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자라는 것이겠지요?

   학부모님, 안녕하십니까? 담임으로서 드리는 두 번째 편지입니다. 저는 새학기 초기에 간단한 기침 감기를 앓았지만 지금은 다 나아서 건강하며, 우리 반 아이들과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학부모님께서도 가정에 별일 없으시고, 가족 모두 건강하신지요?

   지난 3월 한 달의 우리 반은 긴장감과 편안함이 묘하게 공존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아이들도 저도, 새 학년, 새 교실, 새 담임(학생), 새 친구, 모든 것이 낯선 환경이라 어리둥절한 상황 속에서 맞이한 시간이었는데, 어느덧 자연스럽게 제 교실을 향해 달려가는 발걸음만큼이나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저도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연결짓는데 한 달 정도 걸렸습니다. 이제는 교실에서 수다를 떠는 녀석들이 보이면 누구든지, 누구야, 라고 부를 정도로 낯이 익었습니다.

   지난 한 달은 꼬박 아이들과 상담하는데 시간을 썼습니다. 한 명씩 불러서 가정환경이나 성장배경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현재 공부 상태도 확인하고, 앞으로 꿈꾸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느라 제법 시간이 걸렸습니다. 특히 저는 상담활동에 비중을 많이 두는 편이라 나름대로는 정성껏 한다고 했는데, 아이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오늘 현재까지도 45명 중에서 4명의 학생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루에 두 명 정도씩 하니까 조금 길어져서 기다리는 아이들은 좀 답답할 수도 있겠네요. 뒤로 밀린 친구들은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단지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았을 뿐이고 이번 주 중으로 상담할 예정입니다.)

   우리 반은 3월 초부터 학급 일기를 써 오고 있는데, 저는 그 일기장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쏠쏠한 재미와 녀석들과 마음을 나누고 있다는 것에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낍니다. 두 권의 일기장에다 각각 1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의 ‘일기’를 써서 저에게 내면 제가 읽고 댓글을 달아서 돌려주는데, 일기에는 지금도 충분히 진지하고 어른스러운 얘기들이 많지만, 앞으로는 이 일기장이 더욱 저와 녀석들이 속 깊은 정을 나누는 통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공부해야 하는데, 하고 걱정하실 부모님이 계실까봐 말씀드립니다. 돌아가면서 쓰는 일기니까 한 명한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차례가 돌아옵니다. 그 정도는 괜찮겠지요?)

   지난 3월 31일에는 모의고사 성적표를 학생들에게 나눠줬습니다. (혹시 못 받으신 부모님도 계신가요?) 모의고사 성적표를 계기로 자녀들의 학교생활과 평소 학습태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얘기를 한 번 나눠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제는 앞으로 4월에 있을 학교 일정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4월 10일에는 김해 연지공원으로 봄소풍을 갑니다. 수능을 치기 전 첫 나들이이자 학창 시절을 통틀어서 마지막 소풍이 될 테지요. 그러나 아이들도 어느 순간부터인가 학교에서 가는 소풍을 달갑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아이들과 소중한 추억, 한 자락을 남겨 오고 싶습니다. 소풍가서 재미있게 놀고 아이들이 싱싱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께서도 그 날 하루쯤은 넉넉한 마음으로 무엇을 하든지 간에 모른 척 눈감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월 14일(화)에는 다시 학력평가가 있습니다. 아이들도 다시 긴장해야 할 순간이고, 담임인 저도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아이들이 최선을 다해서 자기 능력의 최대치를 그 시험에 쏟아 붓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3월 시험을 제 능력에 비해 못 친 학생들은 더욱 긴장하면서 마음을 다잡아야 할 순간입니다. 아침에는 실제처럼 시험 잘 치고 오라고 격려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앞으로 4월도 아이들과 재미난 학교생활을 해 보려고 합니다.(저 혼자만 너무 재미있게 지내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찌 보면 늘 똑같은 일상이지만,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날마다 새롭습니다. 늘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은 재미있고 기쁜 일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저의 기쁨과 행복함을 다시 전해드리겠습니다. 학부모님께서도 행복하게 지내시기를 빕니다. 봄빛이 따사롭습니다.

 OO고 3학년 O반 담임, 느티나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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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4-08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님, 3학년 맡으셨군요.
아주 좋은 선생님이실 것 같아요.
이번 작은딸(초등)선생님과 큰딸(고등)선생님도 좋은 선생님이라
감사하고 있어요..

느티나무 2009-04-08 20:49   좋아요 0 | URL
네, 3학년 담임인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좌충우돌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냥, 평범한 교사입니다. 학부모로서 좋은 담임을 만나면-좋은 담임이라는 판단이 들면- 한 해가 마음이 놓일 거 같습니다. 저도 학부모가 되면 마음이 조마조마하겠지요. 그러니까 좀 더 성의있게 아이들을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됩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