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목요일 밤, 교실 창밖으로 화단을 내려다보니 목련인지 매환지 하얀 꽃송이가 비에 젖어 바닥에 쓰려져 있었는데, 그게 꼭 쓰다 버린 휴지 같았습니다. 분명 가까이 다가가 보면 저마다 고운 이름을 가진 꽃잎일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습니다. 

   학부모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올해 댁의 귀한 자녀의 담임을 맡은 3학년 O반 담임교사 느티나무라고 합니다. 부모님들께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저는 국어 과목을 담당하고 있고 올해 경력 11년차, 고 3담임은 세 번째인 비교적 젊은 남교사입니다. 저는 매를 잘 들지는 않지만, 성격은 꼼꼼하고 진지해서 아이들이 조금 힘들어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덕천동에서 쭉 자랐고, 지금도 화명동에 살고 있는지라 이 동네가 아주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전임지인 OO고에서 올해 3월에 OO고로 발령이 나서, 지금의 환경과 아이들이 조금 낯설긴 하지만 대신 새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가 서 있습니다.

   해마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는 기분이야 늘 설레고 기쁘지만, 올해는 새로 온 학교의 3학년을 맡아 마음이 조급하고, 책임감도 함께 느끼고 있습니다. OO고에 오기 전부터 OO고 3학년들이 성적도 뛰어나고 생활도 반듯하다는 말도 여러 번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소문처럼 반듯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니 담임으로서 기쁩니다. 그렇지만, 이런 학생들이기에 더 잘 가르쳐서 졸업할 때 모두가 원하는 곳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게 됩니다. 아이들의 지금 이 마음과 태도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담임으로서 최선을 다해 녀석들을 보살피겠습니다.

   우리 반은 모두 45명인데 보통 교실보다 훨씬 큰 교실을 사용하고 있어서 생활하는 데 그리 큰 불편은 없을 듯합니다. 또 제가 상주하는 교무실 옆에 저희 반 교실이 있어서 늘 아이들의 상황을 살펴 볼 수 있으니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덜합니다.

   아침 등교는 7시 50분. 그때까지 교실에 앉아 있어야 합니다. 대체로 ‘순둥이’들이라 별로 큰 탈 없이 제 시간에 오고 아침 영어듣기부터 정상 수업, 보충수업, 자율학습을 잘 해오고 있습니다. 보충수업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일주일에 모두 10시간을 본인이 선택한 수업에 듣습니다. 저녁식사 시간은 6시 40분부터 7시 30분까지입니다. 자율학습은 10시에 끝나는데, 우리 반에서는 예체능 진학 희망과 건강상의 이유 때문에 6-7명이 불참하고, 교실에는 대략 서른다섯 명 정도가 남아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정독실은 11시까지고 성적순이라 우리 반 참가 학생은 두 명입니다.) 토요일에도 휴무일 없이 학교에 나와서 5시 20분까지 자율학습을 합니다.

   앞으로 3월의 중요한 일정으로는 11일에 학력평가가 있습니다. 3학년이 된 자신의 학력을 진단하는 의미가 큰 시험입니다. 자기의 실력을 정확히 알고, 학습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가정에서도 격려해 주십시오. 아마 시험 치고 2주를 전후해서 성적표가 나올 예정입니다. (성적표 나오는 날에는 문자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13일은 3학년 학부모 간담회가 있습니다.[저녁 7시 30분, 시청각실] 그 때 오시면 귀한 아드님의 담임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후로도 학교의 중요한 연락 사항이나 학생의 개별 신상에 관한 내용은 휴대전화기 문자메시지를 이용해서 자주 연락드리겠습니다. 학부모님께서도 담임인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언제든 전화해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제 연락처는 010-OOOO-0219입니다. 학교전화는 OOO-2195로 하시면 됩니다.[수업 중엔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저는 늘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하게 생활하는 꿈을 꿉니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합니다. 멀리서 보면 물 먹은 휴지처럼 보일지라도, 한 걸음 더 다가가 살피면 그 자체로 온전하고 아름다운 꽃인 아이들이거든요.

   자주자주 편지와 문자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저는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낼 테니 학부모님들께서도 가정에서 건강하고 평안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지금까지 3-O반 담임 느티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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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3-11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학교 처음에 만들 때... 교실 배치랑, 시설때문에 저도 몇 번 갔습니다. ^^
초대교장샘이 교과교실엔 일가견이 있으셨죠. 돈문제로 좀 시시비비를 부르곤 했지만요.
즐거운 학교에서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학생부장인 저는,... 오늘도 무사히...하며 삽니다. ^^

느티나무 2009-03-12 09:54   좋아요 0 | URL
학생부장샘이시네요. 아...아직 한 번도 학생부장샘과 친한 적이 없었는데..언제쯤이면 이런 얄팍함도 가실까요?ㅠ 여기 학교 시간은 무척 빨리 갑니다. 전 좀 느리게 살려고요.(전에 학교는 약간 느슨한 분위기라 전 좀 의식적으로 팍팍하게 살았지만, 여긴 모두 팍팍하게 살아서요. 전 좀 느리게~)

드팀전 2009-03-11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고3이시군요.

느티나무 2009-03-12 09:58   좋아요 0 | URL
네. 고 3 담임입니다.^^;; 이건 뭐 완전 막노동이죠~!! 스스로를 살피기 위해서 여기에 가끔 글도 올리고, 의견도 여쭙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