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가 무엇이냐? 음.. 날적이는 일기장이다. 대학에 다닐 때 우리 과에서는 모두 날적이라고 불러서 나는 그게 입에 붙어버렸다. 일기는 날마다 적는 것이니까... 생각이 젊은 누군가가 '날적이'라는 말을 만들었겠지? 아무튼 지난 1년 동안 우리반 아이들은 돌아가면서 공책 두 권에 그 날의 일상들을 기록해 둔 날적이를 가지고 있다.

   날적이는 홀수와 짝수로 나누어서 홀수 번호 학생은 홀수 번호 학생끼리 쓰고, 짝수 번호 학생은 짝수 번호 학생끼리 썼다. 한 명이 쓰고 나에게 내면 내가 간단한 코멘트를 달고 그 다음 차례 학생에게 전달한다. 그 다음 학생은 또 그 날의 일기를 쓰고 다음날 나에게 날적이 공책을 내는 것이다. 우리반은 이렇게 날마다 돌아가면서 일기를 썼다.

   나는 날적이 공책을 통해 아이들의 삶을 합법적으로, 필요한 만큼만-또는 아이들이 보여주는 만큼만-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늘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부단히 일깨우는 좋은 상징물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1년 동안 우리 반 모두의 손때가 묻은 이 날적이와도 안녕할 시간이다. 마지막날 날적이 공책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할 지 걱정이다. 방학 때 컴퓨터에 기록으로 남겼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역시 게으름이 문제다.

 


우리반 날적이 공책

   학기초에 거액(?)을 들여서 공책을 샀다. 1년 동안 꼭 이 공책에 소중한 우리의 일상을 담았으면 했는데, 4월에 한 번 잃어버리고 다시 산 공책도 있다. 이제는 공책 속지를 다 쓰고, 맨 뒷장에 공책을 덧붙여서 날적이를 쓰고 있다.

 

 


공책 속에 당부하는 말

   공책 안쪽에 작은 메모를 붙여 두었다. 아이들이 날적이를 쓰기 싫을 때 한 번쯤 읽고 날적이를 쓰는 의미를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날적이는 이렇게 쓴다

   가능하면 한 페이지 정도에 내용을 써 오라고 해도 공책의 반이나 2/3정도에서 그만두는 것이 보통이다. 내가 날마다 읽으면서 빨간 펜으로 코멘트를 달아준다. 야간자율학습이 너무 지루할 때, 날적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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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02-18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입니다.....

▶◀소굼 2004-02-18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인쇄본을 만들어서 하나씩 가지면 좋을거 같은데 말이죠^^

nrim 2004-02-18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학교때 이런 날적이를 썼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에는 날적이라 부르지는 않았고(이 단어는 대학와서 알게된 단어인듯..) 무언가 다른 말로 불렀는데 그 말이 생각이 안나네요.. 돌려보는 일기장이라는 그런 뜻이었을텐데... 교실 앞 탁자위에 그 일기장을 두고 쓰고 싶은 사람이 쓰고 싶을때 쓰고, 담임 선생님도 가끔 글을 쓰시곤 했는데...

당시에는 개인 일기장 검사가 있었기에(지금도 있나요? 중학교때까지 일기장 검사가 있었고 잘 쓰면 상도 주고 -_-;; 했었는데;;) 반강제적으로 개인 일기도 쓰고 있었는데, 그런 일기와는 다른 의미를 지니는 이 같이 쓰는 일기장은 꽤나 인기가 있었죠. 그때 그 일기장에 나와 내 친구들이 어떤 글들을 남겼는지 지금은 도무지 생각이 나지가 않아요. 만약 지금 그 일기장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면.. 흠.. 어떤 기분이 들까요...

대학 다닐때도 과방에 날적이가 있었는데 지금은 웹사이트의 게시판이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되었죠. 그래도 그때 손에서 손으로 오가며 사람냄새 물씬 풍기던 그 날적이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노트를 준비해서 과방 한 쪽에 놓아두고 함께 쓰기도 하고 하더군요. (웹상의 게시판과는 확실히 그 냄새가 차이가 나니;;;) 과방 한구석에 모아져 있는 90년대부터의 날적이들을 뒤적거려보는 것도 큰 재미였는데...

그러고 보니 요즘은 따로 일기란 것을 쓰고 있지가 않군요. 웹에 따로 끄적거리는것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일기라 하기에는 애매하고.. 더군다나 손으로 쓰는 일기는 언제부터 쓰지 않게 되었는지 기억도 나지않는...이 기회에 일기장을 마련하여 일기나 다시 한번 써볼까요...

혼자 추억에 잠겨 괜시리 글이 길어져버렸네요. ^^;


nrim 2004-02-18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내가 주절주절 코멘트 쓰는 동안 소굼이 왔다갔군..
복사해서 제본하게 되면, 그 매무새 자체가 너무 조잡해져버리지... 그렇다고 <엽서>처럼 멋지게 만들기에는 비용이;;;

느티나무 2004-02-19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모둠일기장'이라고 부르지 않았을까요? 요즘 중학생들은 일기 안 쓸텐데...아마도 일기 검사하는 학교는 없을 겁니다. 저도 군대 갔다 온 후에 과방에서 우리 학번 날적이를 찾았을때 참 기뻤지요. 지금도 제 책꽂이에 있거든요. 그리운 시절이 생각나지요. ^^ (그러면 글도 길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