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수요일까지 시험문제 출제해야 하는데, 오늘도 손을 못 대고 있다. 조금씩 늦게 내는 버릇, 고질병이다. 늘 머리에 넣고 있는데도 몸은 영 따로 논다. 보통의 휴일 같으면 책이라도 한 두 번 뒤적거릴 텐데, 오늘은 진복이랑 함께 노느라 그런 건 생각하지도 못 했다.
감기... 참 무섭더라. 지금은 열이 많이 내려서 온 몸에 열꽃이 피어 있고, 콧물도 멈추었지만 지난 며칠 동안은 아내에게서 조금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고,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진짜 고생했다. 어제부터 열은 내려서 조금씩 평소대로 돌아오고 있는데도, 오늘까지도 계속 칭얼대었다. 특히, 이유식이나 간식을 먹으려고 하지 않아서 아내의 속을 끓였다.
결국 오후에는 아내가 복이를 병원에 다녀왔다. 다녀와서도 녀석은 계속 징징대길래, 달래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간단하게 늦은 점심을 먹고, 복이 자는 틈에 따라 누워 조금 자고 일어나니 벌써 아까운 휴일이 다 가버렸다. 할 일은 어쩔 수 없이, 미루고 내일부터 열심히 해야겠다. 이러다 시험문제 내는 기한을 또 넘기는 거 아닌가 몰라!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거, 알고는 있었지만 몸으로 느끼니 더 절실해 지네!
시간이 참 후다닥 간다. 휴일은 더 그렇다. 저녁엔 졸업후 의사가 되어 아랍으로 의료 선교를 떠나는 게 꿈인 녀석과 오래 문자를 주고 받았다. 독특한 녀석일세! 그래도 아직 고3인데, 저렇게 분명한 꿈을 꾸는 게 어디야?
오늘 밤 복이 녀석, 안 깨고 쭉 자야할텐데... 또,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