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지 않는다. 그냥 종이 울리면 교실에 들어가서(사실, 가끔씩은 아주 빨리, 쉬는 시간에 다른 반에서 주로 놀다가 종소리와 함께 들어가는 경우도 좀 있었다.-참고로 아이들이 무지 싫어한다.) 혼자서 인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반갑습니다." 그제서야 아이들은 책을 꺼내려고 사물함으로 달려가거나, 친구와 다하지 못한 이야기에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사실, 몇 년동안 아이들에게 '차렷, 경례'를 시켜본 적이 없다.(어떤 반의 반장은 그게 불만이다.ㅋㅋ) 그런 인사의식이 수업을 시작하는 신호가 될 수는 있겠지만(반장이 큰소리로 차렷-경례로 구령을 붙이면 잠시 조용해진다), 어쩐 일인지 나는 그게 싫기 때문이다. 뭐, 선생님들에 따라서 생각이 다 다르겠지만 앞으로도 나는 그런 방식으로 수업을 시작하기는 싫다.
그래서 작년 2학기부터는 다음과 같은 시를 읽기로 했다.(물론 내가 처음 시작한 방법은 아니고 같이 모임에 참여하고 계신 '이영두' 선생님의 방법을 배운 것이다.)
나는 좋은 사람입니다.
- 이해인
나는 좋은 사람입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기 떄문입니다.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지적으로나 균형을 유지하면서 쉽게 타오르거나 지치지 않습니다.
나는 좋은 사람입니다.
나는 겸손해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는 언제나 낮은 자리와 낮은 목소리를 즐거워합니다.
나는 좋은 사람입니다.
나에게는 용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 패배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나는 좋은 사람입니다.
나는 근본적으로 사람이 귀하고
사람들 사이의 사랑과 관심이 소중하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에게 한 장씩 이 시를 나눠주고, 책 속 표지에 붙이라고 말해두었다. 그리고 내가 수업을 시작할 때마다, "자~ 나는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면 학생들은 내 말을 이어받아서 "나는 좋은 사람입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을 읽는다. 욕심에는 수업시간마다 읽다보면 '학기가 끝날 때쯤에는 외울 수도 있겠지'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아직은 욕심에 그친 것 같다.
나는 학생들이 진정으로 자신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를 바란다. 이 시가 자기 암시의 효과를 조금이라도 발휘했으면 좋겠다. 아니, 학교에서의 생활이 자기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인식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교육의 전부가 아닐까? (그러나 내가 수업시간에 그 목표를 향해 활동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아직은 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