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 전화가 처음 온 게 지난 주 월요일이었지, 낯선 번호가 부재중 수신 번호로 찍혀 있었다. 보통 같으면 '꼭 필요하면 다시 오겠지' 싶어서 내버려 두는데, 그 날은 내가 먼저 전화를 했다. 의외로 우리반 학생의 아버님! 만나자고 하신다.
이유? 나도 잘 모르겠다.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시는데, 나는 학교로 오시면 좋겠다고 간곡하게 말씀드려도 막무가내시다. 통화 내내 어떻게 하면 예의를 지키면서 내 의사를 제대로 전달할까,를 고민하다가 이상한 결론이 나버렸다.
미리 잡아둔 일정이 있어서 이번 주는 불가능하다고 다음 주에나 생각해 보자고 했더니 어제 또 전화가 왔다. 전화번호를 보고 안 받으려고 하다가 내가 너무 지나친 것 같아서 전화를 받고, 만나 뵙기 곤란하다고 다시 말씀드려도 역시나 소통이 어렵다. 덜컥, 오늘 6시에 약속을 정하셨다. 어제 전화를 끊고 나서 내내 기분이 상했다.
알 수 없는 불쾌감! 보통 때는 5시에 학교를 나서서 집으로 가는데, 좀 있다 나서야 한다. 아~! 정말 점심도 너무 많이 먹어서 배불러 죽겠는데, 또 어떻게 저녁을 먹는단 말이야. 애기도 봐야 하는데...참 어쩔 땐 딱 잘라서 거절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런 어이 없는 일에도 거절을 잘 못 한다. 가끔은 내가 나를 잘 모르겠다.
일단 나가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