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닮은꼴, 그들의 2세 
                          선생님 성함   느티나무 아기 이름(성별) 이 진 복(남)             

① 태몽은 누가 꾸셨어요? 내용은요??
저는 간밤의 꿈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지라 잘 모르구요. 태몽은 아내가 꾸었다고 하더라구요. 꿈의 내용은 잘 몰라요. 아내는 별로 말하고 싶어 하지 않고, 저는 별로 알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요.

② 처음 '응애' 소리 들었을 때의 느낌은 ?
사실, 애기가 아파서 인큐베이터에 오래 있었거든요. 그래서 애기 울음소리를 못 들었는데. 애기를 보면서 들었던 첫 느낌은 ‘애기가 참 작구나’하는 것이었고, 애기를 보면서 ‘아가, 세상에 태어나줘서 참 고마워. 빨리 나오느라 힘들었지? 아빠가 꼭 건강하게 자라도록 해 줄게.’ 하는 이야기를 해 줬습니다.

③ 태교는 어떻게?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어떻게 했냐구요? 아내는 좋은 생각, 좋은 음식, 좋은 책을 열심히 읽더라구요. 저는 남들이 태교라고 할 만한 건 못 했는데, 아내랑 사이좋게 지내는 게 가장 좋은 태교라고 생각했어요. 가정에서의 교육이라는 게 마음먹고 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교육이야말로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거니까요.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배워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모든 교육의 정수(精髓)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잘난 게 아니라, 그냥 아기가 아빠와 엄마의 삶의 방식이나 태도를 배웠으면 합니다.

④ 아기 이름과 뜻은? 그렇게 지은 이유?
아기 이름은 진복입니다. 보배 진(珍)에 복 복(福)자 이구요. 원래 태명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이름인 만복(萬福)이었는데, 막상 애기가 태어나 예쁜 이름을 붙여도 우리 애기한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복’이라는 글자가 처음엔 촌스럽게 느껴졌는데, 병원에 있을 때 자꾸 부르다 보니 정겹게 들리구요. 그래서 복이라는 이름은 꼭 넣기로 해서 여러 가지 이름 중에 아내가 골라서 ‘진복’이로 정했습니다.

⑤ 아기가 태어난 후에 생긴 생활의 가장 큰 변화는?
아기한테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게 큰 변화라면 변화지요. 그 전에도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막상 아기가 태어나니 더 단단히 결심하게 되더라구요. 실제로 생활의 변화는, 아직 애기가 너무 어려서, 혼자 애기를 보는 아내 때문에 항상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어요.^^;; 제가 빨리 집에 들어가서 아내랑 교대해야 하거든요. 그러니 집에서 주로 읽던 책을 못 읽는 게 가장 아쉽습니다. 음,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하던 공부도 못하고 있지요. 예전에는 별다른 일이 없으면 학교에 남아서 우리 반 녀석들이 야간자율학습 하는 거 봤는데, 요즘엔 특별한 일이 있어야 학교에 남아 있으니 그것도 큰 변화지요.

⑥ 어떤 아이로 자랐으면 하시나요?
우선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늘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의 즐거움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 누구에게라도 넉넉한 마음으로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인간이기를, 꼭 그렇게 자라기를 바랍니다. 아니, 부모로서 단순히 기대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야겠습니다.

⑧ (남선생님께) 아이를 낳고 병실에 누워 계시는 사모님께 제일 처음 한 말씀은?
“고생했어.”라고 했습니다. 우리 가족의 경우는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많이 놀랐거든요. 그 상황에서 가족 모두 걱정도 많았고, 경황도 없었고, 힘들었거든요. 그 중에서도 아내가 젤 고생이 많았어요. 아, 물론 태어난 녀석이 젤 고생이 많았지만... 아무튼 놀란 아내가 안쓰럽고 미안하고, 고맙고 그랬습니다. (아주 복잡미묘한 감정인데 설명하기 어렵네요.)

⑨ 사진에 대해 설명을 쫌…?
우리 애기가 병원에서 퇴원한지 60일째 되는 날입니다. 어제(2006년 12월 17일) 급하게 찍었어요. 며칠 전에 감기에 걸리기도 했지만 요즘 밥도 잘 먹고, 씩씩하게 잘 크고 있습니다.


⑩  언젠가는 엄마 아빠가 될 OO고 학생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우리 애기가 힘들 때 같이 걱정해 준 OO고 학생 여러분, 고마웠어요. 여러분 덕분에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들이기에 안타까운 말을 남깁니다. 
‘애기가 부모를 닮지 누구를 닮겠습니까? 오늘 여러분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 그대로  여러분의 애기들이 닮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흐뭇한가요? 아니면, 괴로운가요? 자, 이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건지에 대한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느티나무 2006-12-18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학교 교지에 올리는 글, 교지 담당 선생님께서 글을 써 달라고 하셔서 미루다가 미루다가 겨우 쓴 글입니다.

waits 2006-12-18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님의 글을 보면, 제 어릴 적의 좋은 선생님들이 그리워집니다.
진복아기, 계속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래요. ^^

2006-12-18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18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6-12-1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택, 나어릴때님, 부끄럽습니다. 늘 말이 실제 행동보다 앞서가는 것은 아닌지, 조심, 또 조심스럽습니다. 아휴~ 아무래도 말이나 글은 뻥튀기가 좀 있겠지요 ^^ 아기에 대한 말씀은 고맙습니다.

느티나무 2006-12-18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 주신 님, 제 온 신경이 그 녀석한테 쏠려서 책읽기와 글쓰기는 엄두도 못 내네요. ^^;; 조만간 건너가서 님의 페이퍼를 쭉 훑고 자국 남기겠습니다.

느티나무 2006-12-18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 주신 님, 언젠가 해 주신 말씀 돌려드리고 싶어요 ^^
샘이 옆에 있어서 존경하고 든든하고 행복했습니다. 가끔 아이들에게 쏟는 그 정성이 아득하기는 했지만, 샘이 챙겨주시는 많은 것들이 참 고마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