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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웃는 남자 (1869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1월
평점 :
이 책은 나에게 전율 그 자체였다. 페이지 하나하나가 허투루 넘기기 아까울 만큼
시선을 사로잡았다. 검은 손길로 심연을 휘젓는듯한 초반의 난파된 배의 묘사는
암울함과 절망 속에서, 검은 바다 '어둠의 음산함'을 눈앞에 보이는 듯 생생하다.
고전의 맛을 제대로 처음 느낀 기분이라 뿌듯하고 진심으로 행복했다:)
강추하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는 스토리의 짜임새는 물론이지만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은 문장들이 필사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딱딱하다거나 지루한 것이
절대 아니다. 소설책에서 이러한 깊이를 느끼며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우리의 어두운 측면은 깊이를 알 수 없다.
감미로운 고문! 고통의 탐구와 고통받는 이의 괴로움, 그리고 고통을 가하는 이의 쾌감,
이 세 가지 끔찍한 의미를 가진 보댕의 저서에 있는 표현이다.
야망이니 식욕이니 하는 말은, 만족감을 맛본 사람에게 희생물로 바쳐진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희망이란 것이 악랄할 수 있다는 것이 슬픈 일이다.
-제2편 왕의 명령에 의해서_ 9. 증오하는 것은 사랑하는 것만큼 강하다 _409p
시대적 배경 그리고 왕과 귀족들의 만행이 초중반을 차지한다.
의문을 가득 담은 사건 사고도 등장한다.
이후 뒷부분을 읽다 보면 우연이 아닌 필연의 연결 고리가 된다 ㄷㄷ
1690년 포클랜드만 해변에 한 소년이 남겨진다. 떠나는 배에 탄 사람들이 버린 것이다.
눈보라가 부는 추운 날씨에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쉴 곳을 찾아 무작정 걷는다.
그러다 만난 여인의 시체. 그리고 그녀의 품에 안겨 목숨이 위태로운 여자 아기.
소년은 아이를 품에 안고 마을을 찾아 들어가지만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는다.
절망 속에서 그들을 구원해준 남자는 늑대를 키우는 '우르수스'라는 철학자였다.
그렇게 15년을 함께 살며 그들만의 울타리를 만들고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
거리 공연을 통해 하루하루 생활을 이어가지만 그들만의 소소한 행복을 누렸다.
이렇듯 '웃는 남자' 그윈플렌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 그의 도움으로 살아난 아기 '데아'도 다행히 살아남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천사처럼 아름다운 그녀는 앞을 보지 못한다. ㅠ
그윈플렌의 얼굴은 항상 웃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과거 어떤 남자가
의도적으로 얼굴 변형을 해놓은 것이었다. 모두가 피하거나 웃고 마는 광대의 기괴한
얼굴은 오로지 데아에게만 성스럽고 고귀한 사랑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나락으로 떨어지는 희열과 쾌락을 추구하던 귀족 여인의 구애를 받게된
그윈플렌은 육체적 욕망에 흔들리는 자신에게 놀라고, 갑자기 무시무시한 사람들에게
끌려가 지하 감옥을 가게 된다. 거기서 밝혀지는 놀라운 과거와 사실들은 극적인 반전을
가져오는데, 이후 결말까지 200페이지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읽게 되는 놀라운
집중력과 가독성을 보여줬다.ㅋㅋ
(귀족들의 오만함과 단죄를 위한 형벌의 참혹함, 신분 차이의 극명한 삶의 모습도 나오는데
흥미진진 신기하기도 하고 이 시대에 어떻게 평민으로 살았나 싶을 만큼 무섭기도 했다)
1867년에는,
한 남자를 네 토막 내어 여왕이라는 한 여인에게 바치게 한 판결이 있었다.
하지만 영국에는 고문이란 것이 존재한 적이 없었다고, 역사가 그렇게 말한다.
역사의 뻔뻔스러움이란 실로 장관이다.
웨스트민스터의 매튜는, '색슨의 법률이 온화하고 자비로워' 범인들은 절대
사형에 처하지 않았다고 적은 다음, 이렇게 덧붙였다.
'그들은 코를 자르고, 눈을 파내며, 성을 식별해주는 부분을 뽑아내는 것으로 끝났다.'
죽이지는 않고 단지 그런 행동만을 했다는 것이다!
그웬플렌은 층계 꼭대기에서 넋이 나간 채 온몸을 덜덜 떨었다.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그는 자신이 지은 죄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려 애를 썼다.
- 제4부 지하 고문실 _8. 통탄 _690p
1천 페이지가 넘는 책인데도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빅토르 위고의 작품은
만화를 통해 봤던 <노틀담의 꼽추>, <레 미제라블>이 다였는데
단연 <웃는 남자>를 최고로 꼽고 싶다. 물론 책을 봐서 더 감동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이 작품에 홀딱 반했다고 밖에 표현 못하겠다.
뮤지컬도 기회가 되면 보고 싶긴 한데, 누군가 둘 중 고르라고 한다면
책으로 권하고 싶다. 방대한 이야기지만 하나로 모아질 때의 충격과 놀라움이
아직도 여운으로 남는다. 결말은 결코 원하지 않았던 길로 가버렸지만 ㅠ
그래서 더 오래오래 깊이 남을 명작으로 남을 것 같다.
너무너무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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